산은·해진공 영구채 주식 전환 시 지분 71.7%업황 피크아웃과 함께 실적 성장세 둔화 불가피적정 몸값 책정 두고 산은-시장 눈치싸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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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MM이 대우조선해양 다음의 민영화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10조원에 육박하는 몸값 때문에 새주인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HMM의 단계적 매각 의사를 밝히면서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HMM이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지만, 해운업 대호황이 곧 끝나가는 분위기여서 산업은행이 때를 놓치지 않고 빠르게 매각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HMM은 산업은행이 지분 20.69%,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지분 19.96%를 보유한 공적자금 투입기업이다. 전날 HMM의 종가(1만9550원) 기준 산업은행의 지분 가치는 1조9784억원, 해진공은 1조9079억원 등 총 3조8863억원 규모다.

    문제는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보유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상당하다는 점이다. 양 기관이 보유한 HMM 영구채는 5억3600주로, 현재 HMM의 총 발행주식수 4억8904만주보다 많다. 이들 기관이 영구채 전량을 주식 전환할 경우 HMM 지분율은 71.68%를 기록, 금액으로 환산하면 10조원이 넘게 된다.

    산은과 해진공은 그동안 전환가액(5000원)보다 주가가 높은 상황에서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배임이라며 주식전환청구권을 적극 행사해왔다. 2021년 6월 산은이 3000억원, 같은 해 10월 해진공이 6000억원 규모의 CB를 주식으로 전환해 수조원의 평가이익을 실현했다.

    특히 해진공은 HMM이 CB의 조기상환을 요청했음에도, 조기상환청구권보다 주식전환청구권이 우선한다는 점을 들어 주식 전환을 강행했다. 2021년 5월 5만원을 웃돌았던 HMM 주가는 이후 하락세를 이어와 현재 2만원을 밑돌고 있다.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영구채의 주식 전환에 따른 주식 가치 희석 우려가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는 분석이다.

    HMM의 적정 몸값 책정을 두고 산은과 시장의 줄다리기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HMM의 몸값이 고점을 형성한 현재가 산은으로선 매각의 최적기인 반면 인수자 입장에선 ‘거품’으로 판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HMM의 6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45.7%로 작년 말 72.6%보다 더 낮아졌고,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2조2764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올해 매출은 18조7000억원, 영업이익은 10조8000억원 규모로 역대 최고치 기록이 예상된다.

    다만 컨테이너선 운임지수인 SCFI(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가 하반기 들어 가파른 하락세를 나타내며 해운업의 ‘피크아웃(고점 통과 후 하락)’이 현실화하고 있다. 매출도 2023년 13조89000억원, 2024년은 11조9000억원 규모로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산은은 지난해 11월 HMM 매각 의향을 밝히면서 원활한 인수합병(M&A)을 위한 ‘단계적 매각’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영구채의 주식 전환 시 공공기관 지분율이 70% 이상으로 커져 통매각이 어렵다는 데에 동의한 셈이다.

    이에 산은이 인수 의향자를 찾고,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꺾이는 현재 HMM을 10조원 이상에 인수하려는 기업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산은은 대우조선해양과 마찬가지로 빠른 매각을 위해 인수 의향자와의 협상을 통해 영구채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