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미투운동 계기 성고충전문상담관 채용상담실적 4년간 26건…상담 한달에 한건도 안돼 某세무지서 성추행 사건 상담관 인지 못해…직원들 제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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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직장내 성희롱·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경력을 가진 성고충전문상담관을 채용해 운영하고 있지만 전문상담관의 상담실적은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다.11일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민간경력 성고충전문상담관 상담실적 결과 2019년 4건, 2020년 6건, 2021년 7건에 불과했고 올들어서는 8월까지 9건에 그쳤다. 여기에는 관서별로 지정된 성고충상담원(운영지원과내 업무지원팀장)의 상담실적이 포함되고 중복 상담건수도 포함돼 실제 실적은 더 낮을 것으로 추산된다.민간경력 성고충전문상담관은 2017년 직장내 지위를 악용한 성희롱이나 성폭행에 대해 폭로하는 '미투운동'이 전개되면서 국세청이 성범죄 근절을 위해 도입한 제도다. 국세청은 관서별로 운영지원과내 업무지원팀장이 성고충 관련 상담을 진행하고 있지만 국세공무원이 내부인에게 이를 상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2018년 12월 성고충 교육과 상담, 업무매뉴얼 등을 위해 해당 업무분야에서 실무경력이 있는 민간인 1명을 6급 임기제로 채용했다.하지만 채용 당시부터 서울지방국세청에 상주하는 해당 상담관이 혼자 2만여명의 국세공무원을 상대로 효과적인 상담을 진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면서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당시 국세청은 악성민원인에 대한 직원들의 업무 스트레스 상담도 같이 상담을 진행하기 때문에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 자신했지만 4년 동안의 상담실적은 말하기조차 민망한 수준이었다.더 큰 문제는 국세공무원들이 민간경력의 성고충전문상담원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점이다.최근 한 세무서 지서에서 지서장이 신규직원을 성추행한 사건이 일어났는데 피해자는 성고충전문상담관 제도가 있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국세청에서는 해당 피해직원에게 성고충전문상담관 제도가 있다는 것을 안내했다고 밝혔지만, 정작 피해직원은 이를 안내받지 못했다고 항변하는 등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국세청 내 성고충 관련 상담수요가 적기 때문에 상담실적이 저조하다는 해석도 가능하지만 지난해 세무서 내 성추행 사건으로 피해직원이 자살까지 한 만큼 국세청의 제도운영 상황이 부실하다는 지적이다.지난 2017년 인천의 한 세무서에서 과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여성이 피해를 호소하며 이를 폭로하면서 논란이 됐지만, 해당 세무서 직원들이 '피해직원이 원래 도벽이 있었다. 정신적인 문제가 있었다'는 등의 2차 가해를 하기도 했다. 결국 피해직원은 지난해 자살까지 했지만, 해당 과장은 벌금 250만원을 선고받고 3개월 정직처분을 받는데 그쳤다.류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세공무원 성비위 관련 징계현황을 살펴보면 2017년 8건, 2018년 7건, 2019년 4건, 2020년 5건, 2021년 9건, 2022년 1~6월 1건이다. 같은 기간 전체 징계건수는 355건이며 성비위 관련 징계는 34건으로 10건 중 1건은 성비위 관련 징계였다. 여기에 피해자가 문제제기하지 않거나 피해를 입증하기 힘든 성희롱이나 성추행 등을 감안하면 국세공무원의 성고충 상담수요가 적다고 단언하긴 어렵다.지방국세청에서 근무하는 한 여직원은 "민간경력 성고충전문상담관이 있다는 소리를 처음 듣는다. 관서별로 운영지원과 내에 상담관이 지정된 것은 알고 있다"며 "성희롱이란 것은 주관적일 수 있고 사람마다 생각이 달라서 국세청 내부에 이를 얘기하기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이어 "성고충전문상담관이 물리적인 거리가 있는데다, 채용된 순간 내부인이기 때문에 나중에 불이익을 당할 것이란 우려로 인해 상담관을 이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차라리 전문상담관 인건비를 활용해 지역별, 권역별로 상담센터나 병원을 연계해 거기서 상담을 받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이에대해 류 의원은 "일선 세무서에서 발생하는 성고충 문제를 1명의 상담관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며 "매년 발생하는 성고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의 국세공무원들이 마음 놓고 성고충문제를 털어놓을 수 있는 지역별 상담센터를 연계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