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내년 1분기 원자재법 초안 발표… 中 겨냥·IRA와 비슷공급망 다변화·역내 생산 강화… 희토류 등 규제시 타격 우려산업부, 민관 간담회 개최… "우리 기업 차별없게 선제 대응"
  • ▲ 중국 장시성 간현의 한 희토류 광산.ⓒ뉴시스
    ▲ 중국 장시성 간현의 한 희토류 광산.ⓒ뉴시스
    유럽연합(EU)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유사한 원자재법(RMA)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정부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장기화·상시화하는 가운데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수출전선에 겹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EU는 지난달 14일 RMA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다음 달 25일까지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을 진행하는 등 법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EU는 내년 1분기 중 RMA 법안의 초안을 발표한다는 구상이다.

    EU 원자재법은 전략 핵심 원자재를 지정해 관련 공급망 조기 경보 시스템 구축하고 가치 사슬을 강화하는 등 공급망 위기대응 역량을 키우는 내용이 뼈대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공급망 개발을 위한 기금도 조성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를 통해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역내(域內) 생산과 재활용, 연구 역량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EU의 RMA 도입 가속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서방의 경제 제재에 천연가스 공급 중단 등으로 반격에 나서면서 핵심 원자재를 특정 국가에 의존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위기감이 확산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U는 특정 광물의 경우 천연가스 공급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배터리 원료인 리튬과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을 만들 때 쓰이는 희토류 등이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RMA가 사실상 중국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중국은 지난해 12월29일 발간한 '수출통제' 백서에서 "총체적인 국가안보관을 견지하면서 수출통제 체계와 능력 건설을 지속해서 추진하고, 관리를 강화하겠다"며 수출 통제에 대한 기본 입장을 내놨다. 이를 두고 중국이 안보와 국익 등을 이유로 희토류 등 전략물자의 수출을 통제하기 위해 법적인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중국은 지난 2020년 특정 물품·기술의 수출을 제한할 수 있게 한 수출통제법을 시행했다. 이는 미국과의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희토류 등 희귀금속의 수출을 제한할 수 있다는 '엄포'로 해석됐다.
  • ▲ 전기차 배터리 공장.ⓒ뉴시스
    ▲ 전기차 배터리 공장.ⓒ뉴시스
    정부와 산업계는 유럽연합의 RMA가 제2의 IRA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IRA에 따르면 미국에서 전기차 보조금 등 세제 혜택을 받으려면 배터리의 핵심광물 40%가 미국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에서 채굴·가공돼야 한다. 이 비율은 2024년 50%, 2027년 80%로 높아질 예정이다. 사실상 배터리 핵심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조치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정부는 유럽연합의 RMA가 미국의 IRA와 유사하게 작동할 경우 결과적으로 국내 관련 업계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견해다. 이에 산업부는 18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대한상의, 무역협회, 코트라, 산업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관계 기관·단체들이 참석한 가운데 EU 원자재법 제정 동향 및 대응책 논의를 위한 민관 합동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윤창현 산업부 통상정책국장은 "RMA가 국제규범에 맞고 우리 기업에 차별적인 요소 없이 설계되도록 초기 단계부터 민관의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산업계와 긴밀히 소통하는 한편 EU와도 관련 협의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