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회장 "더 큰 도약의 시간 준비" 강조LG그룹, 주요 계열사들 사업보고회 돌입국내 체감경기 '꽁꽁'… 2020년 이후 최저 기록
  • 국내 대기업이 글로벌 시장 불확실성이 짙어지면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그룹들은 총수와 최고경영자(CEO) 등 사장단이 참여하는 회의 등을 열고 중장기 경영 계획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9~21일 제주 디아넥스 호텔에서 열린 '2022 CEO 세미나' 폐막 연설에서 '이우위직(以迂爲直) 이환위리(以患爲利)'라는 경구를 언급하며 "비즈니스 전환 등을 통해 새로운 해법을 찾으면서 위기 이후 맞게 될 더 큰 도약의 시간을 준비하자"고 강조했다. 

    '이우위직 이환위리'는 '손자병법'에 나오는 말로 '다른 길을 찾음으로써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고난을 극복해 오히려 기회로 삼는다'는 뜻이다.

    올해 세미나에는 최 회장을 비롯해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주요 경영진 30여명과 외부 전문가들이 참석해 지정학적 위기와 인플레이션, 금리, 환율 등 거시경제 지표들을 점검하고 각 요인이 국내외 경제에 미칠 영향과 대비책을 논의했다.

    CEO들은 불확실성이 커진 경영 환경을 극복하고자 연내 다양한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지속가능한 성장과 기업가치 창출 기반 마련을 위해 각사가 추진해 온 경영시스템 혁신 작업 등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최 회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요소를 비즈니스에 내재화해 지속적 성장성을 확보하고 기업 가치를 증대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앞으로 지정학적 긴장 등 거시 환경의 위기 요인이 추가로 증가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주문했다. 

    당장 SK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SK하이닉스는 허리띠를 졸라매기로 했다. 내년 투자 규모를 올해 대비 절반 이상 줄이기로 결정한 데 이어 감산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열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내년 투자 규모를 올해 대비 50% 이상 감축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며 "이는 금융위기 상황이었던 2008년 절감률에 버금가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요 환경에 효과적 대응을 위해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줄일 것"이라며 "일시적으로 웨이퍼 캐파 감소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LG그룹은 LG전자를 시작으로 주요 계열사들의 사업보고회에 돌입했다. 

    LG그룹 사업 보고회는 매년 11월 LG그룹 경영진이 한 자리에 모여 한해 사업 성과를 돌아보고, 내년 사업계획을 확정하는 자리다. 이 보고회는 계열사별로 오는 11월 말까지 진행한다. LG전자와 LG화학, LG생활건강,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등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사업본부장들도 참석한다.

    구 회장은 각 계열사별 하반기 글로벌 사업 둔화에 따른 대응 방안 등을 수립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도 구상할 것으로 관측된다.

    구 회장은 지난달 열린 '사장단 워크숍'에서도 "경영 환경이 어려울 때 일수록 그 환경에 이끌려 가서는 안 된다"며 "주도적이고 능동적 자세로 다가올 미래 모습은 우리 스스로 결정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삼성도 지난달 지난 2020년 6월 이후 2년 만에 주요 계열사 사장단이 한자리에 모여 '사장단 회의'를 진행했다. 회의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SDI·삼성SDS·삼성전기·삼성디스플레이 등과 금융 계열사 사장단 40여명이 참석했다. 

    이처럼 주요 대기업들이 경영진 회의에 돌입한 것은 글로벌 경영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원유, 석유제품 등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 그리고 세계경기 둔화 등이 겹치며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금융시장 경색으로 자금 조달도 문제로 떠오르며 경영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도 급격히 얼어붙은 모습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usiness Survey Index)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1월 전망치는 86.7을 기록했다. 2020년 10월 이후 25개월 만에 최저치다. 

    BSI는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 분위기를 지표화한 수치다. 전망치가 100보다 높으면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100보다 낮으면 그 반대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국내외 경기침체가 본격화되면서 심각한 경영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글로벌 긴축,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어려움은 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