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내년 투자 규모 올해 대비 50% 감축LG디플-삼성전기, 기존 계획 재검토 돌입체감경기 2020년 10월 이후 25개월 만에 최저치
  • 국내 기업들이 대내외 경영 환경이 악화되면서 투자 축소와 감산에 나서고 있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내년 투자를 올해 대비 50% 이상 감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글로벌 PC 및 스마트폰 등 반도체 수요가 줄어든데 따른 조치다. 단기적으로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 매출액 10조9829억원, 영업이익 1조6556억원의 실적을 거뒀는데 작년 같은 기간 매출은 7.0%, 영업이익은 60.3% 감소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6일 진행한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내년 투자 규모를 올해 대비 50% 이상 감축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며 "이는 금융위기 상황이었던 2008년 절감률에 버금가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도 수익성이 떨어지는 LCD TV의 국내 생산 종료 시점을 당초 계획했던 내년보다 6개월∼1년 앞당기기로 했다. 중국 내 LCD TV 생산도 단계적으로 축소할 예정이다.

    올해 시설투자 규모도 1조원 이상 축소하고, 내년에도 감가상각비의 절반 수준에서 집행될 수 있도록 기존 계획을 재검토할 계획이다. 3분기 말 기준 4조5000억원 수준인 재고도 연말까지 1조원 이상 추가로 줄이기로 했다.

    삼성전기도 내년 투자 비용과 관련해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기는 "올해 투자는 당초 계획 대비 소폭 감소가 예상되며 내년 투자는 아직 수립 중인 상황이긴 하지만 올해보다는 규모가 줄어들 것"이라며 "앞으로도 전장·AI·클라우드·서버 등 고부가·고성장 중심으로 수립해 투자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주요 대기업들이 경영진 회의에 돌입한 것은 글로벌 경영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와 원유, 석유제품 등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 그리고 세계경기 둔화 등이 겹치며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금융시장 경색으로 자금 조달도 문제로 떠오르며 경영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도 급격히 얼어붙은 모습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usiness Survey Index)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1월 전망치는 86.7을 기록했다. 2020년 10월 이후 25개월 만에 최저치다. 

    BSI는 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 분위기를 지표화한 수치다. 전망치가 100보다 높으면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100보다 낮으면 그 반대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국내외 경기침체가 본격화되면서 심각한 경영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글로벌 긴축,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어려움은 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