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총리, SNS에 美웨스팅하우스 사업자 선정 공개우크라 사태에 유럽-美 에너지안보 동맹·공조 분위기 커美업체, 원전기술 소송 제기 '견제구'… 韓 안이한 대응 지적도한미, 원자력협정 근거 공조 가능성도…韓, 가격경쟁력·시공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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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쪼그라든 원자력발전 생태계를 복원하고 원전 수출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공들였던 폴란드 원전 수주경쟁에서 쓴잔을 들었다.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28일(현지시각) 트위터에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과 회담 후 원전 프로젝트에 안전한 웨스팅하우스 기술을 이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그램홈 장관도 "(웨스팅하우스의 수주) 소식은 대서양 동맹이 우리의 에너지 공급을 다변화하고 러시아에 에너지 무기화에 (동맹이) 하나로 뭉쳐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선명한 메시지"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폴란드 원전건설 1단계 사업은 6∼9기가와트(GW) 규모의 가압경수로 6기를 짓는 400억 달러짜리 사업이다.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진행 중인 원전 프로젝트 중 최대 규모다. 한수원과 미 웨스팅하우스, 프랑스전력공사(EDF) 등 3곳이 제안서를 내고 수주경쟁을 벌여왔다.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한국은 원전 건설 단가가 지난해 기준 1킬로와트(㎾)당 3571달러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가격경쟁력에 규격화된 원전 건설 경험도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아쉬움을 삼키게 됐다. 우리나라는 지난 8~9월 폴란드와 K2 전차·K-9 자주포·FA-50 경공격기 수출계약을 맺고, 지난 27일 윤 대통령이 주재한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방산-원전 패키지 수출을 강조하면서 수주 기대감을 높여왔다.이번 결과가 이미 예견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야체크 사신 폴란드 부총리가 최근 미국에 가 그랜홈 장관을 만난 뒤 기자회견에서 원전 건설 사업자로 웨스팅하우스가 낙점될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가 서방의 경제제재에 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대응하면서 유럽은 동부를 중심으로 에너지 안보 불안이 고조된 상황이다. 이번 폴란드의 결정은 미국과의 에너지 안보 공조 차원에서 이뤄진 측면이 없잖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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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는 이번 사업 수주를 포함해 오는 2030년까지 한국형 원전 10기를 수출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일각에선 정부가 안이하게 대응한 측면도 있다고 지적한다. 미 업체인 웨스팅하우스가 최근 경쟁자인 한수원을 상대로 지식재산권 소송을 제기하는 등 사실상 견제에 나섰지만,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 한수원이 소송 건을 폴란드 현지매체의 보도를 통해 처음 접하는 등 원전 수주전 대응을 꼼꼼히 챙기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21일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 한국형 차세대 원전(APR1400)에 자사 기술이 쓰였다며 수출을 제한해달라는 취지의 소를 제기했다.다만 업계 일각에선 한미 원자력 협정을 근거로 웨스팅하우스와 한수원이 공조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견해다. 웨스팅하우스는 한때 세계 1위 원전기업이었지만, 1979년 미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아일랜드 원전 사고로 타격을 입으면서 현재는 독자적인 원전 시공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한수원이 오는 31일 서울에서 폴란드전력공사(PGE), 폴란드 민간 에너지기업 제팍(ZEPAK)과 함께 폴란드 패트누브 화력발전소 부지에 원전을 짓는 2단계 사업 협력의향서(LOI)를 맺을 거라는 소식도 한미 공조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