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미분양, 4만가구… 33개월 만에 최대취득·등록세 면제-DSR·LTV 등 완화 가능성 거론"중소건설사, 줄도산 우려… 선제적 대안 마련해야"
  • ▲ 인왕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와 주택가. 220831 ⓒ연합뉴스
    ▲ 인왕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와 주택가. 220831 ⓒ연합뉴스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전국적으로 미분양 폭탄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정부도 주택시장 안정화를 꾀하고 건설업계 긴장감을 해소하고자 50조원을 투입하기로 한 데 이어 부동산시장 규제 완화를 고민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과감한 대출 한도 완화와 세제 재정비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제·금융당국 수장들은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미분양 방지를 위한 규제 완화를 시사했다.

    부동산 하락장에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하면서 부동산 PF 순환이 막히는 사례가 잇따르자 유동성 공급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채권안정펀드 20조원, 정책금융기관채권매입 16조원, 증권사 지원금 3조원 등 50조원 이상의 자금이 풀릴 전망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PF 애로 해소를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및 한국주택금융공사(HF) 사업자보증지원을 10조원 규모로 증액하고, 미분양 방지를 위한 규제 완화 등 PF 시장 전반에 대한 대응책을 조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미분양 주택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9월 말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4만1604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8월 말 3만2722가구에 비해 27.1%(8882가구) 증가한 수준이다. 2019년 12월 이후 33개월 만에 최고치다.

    지방의 미분양 주택 수가 절대적으로 많았지만, 증가세는 수도권이 월등히 높았다. 지역별 미분양 주택은 수도권 7813가구, 지방 3만3791가구로 집계됐다. 각각 8월보다 55.9%(2801가구), 21.9%(6081가구) 늘었다. 다만 악성으로 분류하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전국 7189가구로 8월보다 1.9%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미분양으로 인한 사업성 악화를 우려해 자금 조달이 원활히 되지 않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미분양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최근 금리 상승으로 부동산 투자 조달비용이 증가하고, 원자재가격 폭등으로 공사비 부담까지 겹쳐 수익성이 많이 낮아진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미분양이 장기화할 경우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 중소건설사의 경우 줄도산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카드로는 세제 완화와 금융규제 완화가 우선 꼽힌다.

    이미 지방 대부분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된 만큼 추가 대책은 세제와 금융제재 완화로 압축될 가능성이 크다.

    주택업계에서도 미분양 주택을 매입할 경우 취득·등록세를 감면해주고, 1주택자가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할 경우 2주택자에서 제외해 양도소득세를 중과하지 않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과거에도 침체한 건설 경기 활성화를 위해 1998~2002년에 지어진 공동주택을 구입해 2주택자가 되더라도 예외로 인정한 사례가 있다.

    이와 함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조정이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및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과거 부동산 경기가 나빴던 시절에는 DSR 규제가 도입되기 전이어서 차주가 추가 대출로 원리금 상환을 해나갈 수 있는 여력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신용대출 등을 추가로 받는 것이 불가능해져 차주 개개인의 부담이 더 크고 힘겹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8월 LTV 80% 상향, 생활안정자금 2억원으로 완화 등 파격적인 완화를 시행했으나, 사실상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한해 완화된 조건이라 부동산시장에서는 별다른 변화나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

    기존 주택 보유자는 기존 LTV에 걸려 한도가 나오지 않았고, DSR은 3단계(대출총액 1억원 초과시 DSR 40% 적용)로 강화되며 이전보다 더욱 많은 소득이 필요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밖에 매입임대사업을 할 수 있는 요건을 완화하면서 매입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확대해주는 방안과 한국토지주택공사(LG) 등 정부가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여러 악재가 겹쳤던 2008년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미분양이 5만~6만가구를 넘길 경우 위험성이 높은 만큼 선제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2008년은 집값이 7~8년 동안 급등한 이후 숨 고르기를 하고 있던 시기였다. 문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부동산시장도 하락세로 전환했으며 시장 과열기에 우후죽순 들어섰던 아파트들이 지방 비인기 지역에서부터 소화가 안 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미분양 주택은 사상 최대인 16만가구를 웃돌았다.

    대형건설 B사 관계자는 "분양시장 분위기가 가라앉으면서 서울에서도 미분양이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지방의 경우 규제지역 해제에도 미분양 현상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미분양 물량이 2008년의 5분의 1 수준이지만, 최근 미분양 물량이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어 선제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