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속도조절 기대·외국인 매수세 유입 긍정적연준 고위인사 발언 수위에 시장 영향받을 듯실적 하향 속 지수 밸류에이션 급등은 부담
-
코스피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 인상 속도 조절 기대감 속에 2500선 회복을 목전에 뒀다.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되는 등 우호적인 수급 환경에 따라 연말 상승랠리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지만 전문가들은 연준 주요 인사들의 입에 주목하며 경계감을 유지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는 전주 대비 5.7% 오른 2483.16에 장을 마쳤다.코스피가 2500선을 회복하게 되면 종가 기준 지난 8월18일(2508.05) 이후 약 석달 만에 처음이다. 지난주 코스피는 한 주간 5.74% 상승했다.국내 증시가 강세를 보인 건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동기 대비 7.7% 상승하며 월가 전망치인 7.9%를 밑돈 덕분이다. 시장엔 연준의 통화긴축 속도가 둔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증시는 강한 랠리를 펼쳤다.원·달러 환율도 빠르게 안정세를 찾고 있다는 점도 투자심리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최근까지 1400원대에 머물렀던 환율은 순식간에 1318원대까지 떨어졌다. 이달 들어 달러 대비 원화 절상률이 8%에 이르면서 주요 9개 통화 중 가장 높았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8월과 9월 CPI 상방 쇼크로 인한 임팩트가 매우 커서 10월 하방 서프라이즈가 갖는 반발력도 크게 나타나고 있다"면서 "주식시장은 10월 한 달간 물가 정점 통과와 긴축 속도 조절 가능성을 반영해왔는데 반등 근거가 사후적으로 명확하게 확인되면서 하방 위험이 이전보다 낮아진 상태"라고 분석했다.
당분간 코스피는 상승세를 지속하며 2500선 탈환 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가 2500선을 회복하게 되면 종가 기준 지난 8월18일(2508.05) 이후 약 3개월 만에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수급 유입에 따라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외국인은 11월 중 하루(10일)를 제외하고 매거래일 순매수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상적으로 중국 리스크가 확산하면 국내 주식을 늘 순매도했던 외국인의 패턴과는 사뭇 다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서 “반도체 등 IT업황 부진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는 대만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 순매도가 강화되고 있는 반면 한국 주식시장에서는 외국인의 강한 매수세가 나타나고 있음은 뜻밖의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서정훈 연구원은 "가파르게 내리꽂는 원화 환율이 그간 외국인 수급의 증거이자 향후 원동력으로 기능할 것"이라며 "환율·수급의 나선효과를 기대해볼 만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연준 고위 인사들이 연설이 집중된 만큼 통화긴축 속도 조절론에 대한 발언 수위에 따라 시장은 변동성을 보일 전망이다.
이번주에만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과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등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성향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의 외부 연설이 예정돼 있다.
이들이 미국의 물가 상승률과 연준의 향후 긴축 행보에 대해 어떻게 발언하는지가 중요하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양호한 경제지표 속 매파적 성격의 연준위원 발언이 이어질 경우 긴축 완화 기대감이 꺾일 가능성을 경계할 필요도 있다"며 "11월 FOMC 회의에서 언급했듯이 최종 시준금리 수준 인상 필요성을 시사하거나 장기간 고금리 유지 필요성을 두둔하는 발언 가능성도 상존한다"고 밝혔다.
또한 최근 랠리가 실적 전망 하향과 밸류에이션 상승을 동반해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0.9배로, 2005년 이후 PER 분포 상위 22%다. 코스피 12개월 후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96배로, 2005년 이후 PBR 분포의 하위 13%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주가 반등으로 코스피 밸류에이션이 상당히 높아졌다"며 "이번 랠리가 기업들의 실적 전망 하향과 밸류에이션 상승을 동반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기 침체로 인해 약해진 실적을 고려할 때 추격 매수는 조심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낙폭과대주 중심의 순환매로 데드캣 바운스가 연장될 가능성은 크다"며 "예상보다 가파른 펀더멘털 약화로 인해 단기 반등의 폭과 시간이 짧아지고 있기 때문에 아직 욕심을 내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금리동결, 인하 기대가 과도하게 높아지는 건 향후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며 "경기악화와 실적악화 등 성장동력이 약해지고 있는 반면 증시는 이를 충분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