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재정확충 위해 부가세·소득세 실효세율 인상 필요" 과거에도 '부가세 인상' 수차례 언급…증세 위한 포석? 국민반발 숙제…자연스러운 비과세·감면 정비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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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가 재정 확충을 이유로 부가가치세와 소득세 증세를 들고 나오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줄곧 증세는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KDI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재정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세수 확보 방안 중 하나로 꾸준히 증세를 거론하면서 사실상 증세를 위한 사전작업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DI는 지난 24일 '코로나19 이후 재정 여력 확충을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 발표, 2060년 우리나라 국가채무가 경제규모의 144.8%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를 막기 위해선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재량지출 통제 ▲세입 기반 확충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세입 기반 확충의 핵심은 부가세와 소득세의 실효세율을 1%p 인상하는 것이다. 법인세의 경우 경제의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설명, 글로벌 스탠다드와 경제 활성화를 위해 법인세를 인하해야 한다는 정부의 기조와 비슷한 논리를 펼쳤다. 

    사실 KDI가 부가세 인상을 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4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부가세 인상 필요성을 언급하자, KDI는 이에 화답하듯 부가세율을 10%에서 12%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DI는 지난 2020년 11월에도 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와 재정지출 부담으로 인해 보편적 증세인 부가세 인상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었다. 

    이에 더해 이번에는 소득세 실효세율 인상까지 언급하며 보편적 증세를 압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 에너지 가격 폭등과 반도체 수출 부진으로 인한 무역수지 적자가 7개월 연속 지속되고 있는데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한 서민들의 경제 부담이 커진 가운데 증세를 말하기는 정부와 정치권 모두 쉽지 않다. 

    그럼에도 KDI가 꾸준히 보편적 증세를 주장하는 이유는 급격히 늘어나는 국가채무 때문이다. 지난 2018년 GDP 대비 35%이던 국가채무비율은 2020년 43.6%, 2021년 46.9%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이에 더해 고령화로 인한 경제활동인구 감소와 늘어나는 재정지출은 국가채무비율을 급격하게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에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속에 증세를 말하기는 어려웠지만, 이제는 재정확충을 위한 증세를 말해야 하는 시점이 된 것이다. 다만 보편적 증세는 전국민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서 말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런 껄끄러운 문제를 국책연구기관인 KDI가 꾸준히 제기함으로써 국민들이 당장은 증세에 찬성하지 않더라도 증세의 필요성에 대해선 인지할 수 있도록 해, 추후 증세 논의가 본격화됐을 때 완충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사전작업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 역시 현 상황에선 증세를 논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차라리 비과세·감면을 더 확대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줄여나갈 수 있도록 해 국민들의 조세저항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실효세율은 명목세율과 달리 비과세·감면 때문에 세율이 낮아지는 것을 뜻하는데, 비과세·감면은 이해관계자들이 얽혀있어 획일적으로 일몰시키거나 하기는 어렵다"며 "우리나라 조세지출 중 가장 큰 것이 신용카드 사용액 등 소득공제인데, 이를 갑자기 없애면 국민적 반감이나 조세저항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홍 교수는 "비과세·감면을 더 늘리지 않고 소득증가 등으로 자연적으로 소멸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부가세나 소득세의 실효세율 올리는 것을 검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경기가 좋아질 때 가서 상황을 보고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