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대기성자금 연초比 30조원 넘게 감소유동성 우려·증시 불황 겹쳐 은행으로 자금 이탈 증권사 7%대 원금보장형 ELB로 투심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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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증시 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은행이 높은 금리의 상품을 연이어 출시하자 은행으로 과도하게 자금이 몰리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증시 침체 장기화에 투자자 이탈까지 가속화되면서 증권사들은 잇따라 고금리 주가연계 파생결합사채(ELB) 상품을 선보이는 모습이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증시 대기성 자금(예탁금+CMA 잔고)은 109조6630억원으로, 올해 초 140조9194억원보다 30조원 넘게 빠졌다.
구체적으로 투자자 예탁금은 같은 기간 47조8268억원으로, 올 초(71조7327억원) 대비 33.3% 감소했다. CMA(종합자산관리계좌) 잔고는 61조8344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10.6% 줄었다.
증시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되는 예탁금과 CMA가 줄어드는 이유는 주식시장의 약세와 무관치 않다. 그간 지수 하단을 지탱해온 개인 투자자들은 증시 침체가 장기화하자 주식시장을 떠나는 모습이다.
여기에 레고랜드 사태 이후 계속되는 증권사의 위기설도 영향을 주고 있다. 증권사의 단기 유동성 문제 우려가 불거지자 주식 거래대금은 물론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CMA 자금마저 빠져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은행권의 고금리 정기예·적금 상품이 쏟아지는 것도 증권사 자금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는 최고 연 5%를 넘어서고 있다.
KB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은 1년 만기 기준 최대 5.01%, 하나은행 '하나의정기예금' 금리는 5.00%의 이자를 제공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도 지난 28일 '코드K 정기예금'의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해 연 5.0% 금리를 제공한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증시 대기성 자금은 고금리를 주는 정기예금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931조6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56조2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2002년 1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증권사들은 은행 예적금 상품에 대항해 6~7%대 원금보장형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상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투심 공략에 나섰다.
ELB는 채권과 주가파생상품이 결합된 구조로, 원금 지급을 추구하는 파생결합상품을 의미한다. 투자액 대부분을 안정적인 채권 등에 투자하고 10%가량만 주식 등에 투자하는 구조다. 증권사가 파산하거나 투자자가 중도 해지를 요구하지 않는 한 원금을 보장한다.
이달 모집된 DB금융투자의 'DB 세이프 제758회 ELB'는 최대 6.4%, 키움증권의 '제397회 ELB 등 원금지급형 ELB'은 최대 6.7%, 한화투자증권의 '한화스마트ELB 393호'는 연 7.01%의 목표 수익률을 제시했다.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이다.
투자자는 예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고, 증권사로선 ELB를 활용해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다. 유동성 확보가 화두인 최근 상황에선 ELB가 증권사에도 단비같은 역할이 되는 셈이다.
다만 발행 증권사가 파산하거나 부도가 날 경우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만큼 증권사의 신용도를 잘 따져 투자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원금지급형 ELB 수익률 상승이 고객들에게 새로운 투자처가 수 있다"면서도 "ELB는 전적으로 증권사의 신용도에 기반한 상품으로, 발행사의 신용도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