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실적속 '1년 연임' 유력했으나 중앙회장 연임法 맞물려… 여당·정부 의식이성희 회장 임기 2024년 1월… 법개정 땐 출마 가능
  • 총자산 500조원에 이르는 농협금융 수장이 교체될 전망이다. 애초 취임 후 2년 간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손병환 회장의 연임이 유력했으나 농협금융의 지분 100%를 가진 농협중앙회가 윤석열 정부 측 인사로 방향을 틀었다. 국회서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허용하는 농협법 개정안이 논의되기 시작하면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이르면 다음주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63)을 차기 회장 최종 후보로 확정한다. 

    이 전 실장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행정고시 26회로 이명박 정부서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을 지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기획재정부 2차관과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후보 시절 '1호 영입인사'로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캠프에 합류했다.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는 특별고문으로 참여해 새 정부 출범 당시에는 초대 부총리, 산업은행 회장 등으로 거론됐다. 현재는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이다. 

    그동안 금융권에선 사상 최대 실적을 견인한 손 회장의 연임 가능성은 높게 봤다. 김용환, 김광수 등 전 회장이 2년 임기 후 1년 연장한 사례가 있어 이러한 전례를 따를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14일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만나 "최고경영자(CEO) 선임이 합리적인 경영 승계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해달라"고 경고 메시지를 던졌을 때도 농협금융은 관치 화살을 비껴가는 모습이었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지난달 말 임추위가 본격 가동된 이후다. 비슷한 시기 국회에서는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을 허용하는 농협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불이 붙었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현직 회장도 후보자 등록이 가능해 연임에 도전할 수 있다. 현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임기는 오는 2024년 1월까지인데 현직 출신으로 재선에 성공하면 임기는 4년 추가된다. 

    금융권에선 농협중앙회가 법 개정과 맞물려 정권에 스스로 '코드' 맞추기 인사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중앙회가 회장 단임제 폐지에 사활을 걸고 있어 농협금융 CEO 자리를 정부에 내어준 것이나 다름없다"면서도 "다만 넘어야 할 산이 많아 개정안 통과는 유동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