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기업문화 불만"…올해만 5명 자발적 줄퇴사과장급 이하 1단계 일괄 승진, 미봉책 비판도'소통' 강조해온 손병두 이사장 직원 사기 진작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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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윤 기자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한국거래소에 올 들어 젊은 직원들의 이탈이 예사롭지 않다. 그동안 한국거래소는 정년이 보장된다는 장점 등으로 많은 인재가 입사했지만 최근 들어선 낮은 수준의 임금 인상율과 보수적인 조직 문화에 불만을 느낀 MZ세대 직원의 자발적인 퇴사가 눈에 띄게 늘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20~30대 젊은 직원들의 이탈이 잇따르고 있다. 매년 1~2명꼴의 과장급 이하 직원 퇴사가 있었지만 올해에만 5명의 젊은 직원들이 회사를 나갔다. 

    이들의 잇단 퇴사 그 자체로도 화제였지만 유독 파격적인 행보에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해졌다는 후문이다.

    우선 A직원은 미국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으로, B직원은 미국 헤지펀드사로 이직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의 퇴사는 매년 2명꼴로 1인당 2억여원의 거래소 예산이 소요되는 해외 경영학 석사(MBA) 연수 과정을 마친 직후였다. 연수 후엔 5년 의무 근무 규정이 적용돼 기간 내 퇴사 시 연수비를 몽땅 토해내야 하는 부담에도 두 직원 모두 이를 반납하고 미국행을 택했다. 

    변호사 자격증을 보유한 2명의 직원도 회사를 떠났다. C직원은 회사를 다니면서 자비 부담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연수 과정을 마치고 복귀한 지 한 달도 안 돼 가상화폐 전문 변호사로 이직을 택했다. 변호사 인력으로 입사한 D직원은 예상 밖의 잡무와 보수적인 부서 분위기에 실망해 입사 한 달 만에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3년차 E직원도 최근 회사를 떠났다. 그는 블록체인기업 두나무로 이직하면서 고액 연봉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젊은 직원들의 큰 부러움을 샀다.

    ◆임원은 억대 성과급, 직원들은 박탈감…일괄 승진 미봉책에 '부글부글'

    직원들은 보수적인 조직 문화와 인사 적체, 동종업계 대비 낮은 처우로 인한 박탈감이 젊은 층의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나 지난해부터 임금 처우에 대한 직원들의 반발심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지난해 거래소는 설립 후 처음으로 영업수익 1조원을 넘겼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91.01%, 39.43% 증가했다. 풍부한 유동성으로 증시 활황장에 따른 역대급 실적이었다.

    그러나 직원들은 금융위원회와 맺은 경영협약에 따라 지난해 공무원 임금인상률(0.4%)에 준한 50만원가량의 온누리상품권을 지급받았다. 증권업계 연봉이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그 박탈감은 커졌다는 전언이다.

    이 박탈감이 채 해소되기도 전 지급된 성과급에 대한 불만도 상당하다. 거래소는 역대급 실적에 따라 올해 경영평가에서 최고등급인 S등급 결정을 받으면서 직원들의 경우 월급의 250% 성과급을 받았는데, 임원들에겐 연봉의 120%가 지급되면서 그 격차에 대한 반발심까지 더해졌다. 

    손병두 이사장을 포함한 임원들의 평균 연봉은 지난해 기준 1억9901만원, 평균 성과급은 2억3644만원으로 연봉 이상의 성과급을 챙겼다. 반면 같은 기간 902명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1억369만원, 평균 성과급은 1095만원으로 연봉 대비 10% 남짓이다.

    거래소 직원은 "몇년 전만 해도 어렵게 입사해놓고 회사를 떠나는 동료들이 이해되지 않았는데, 최근엔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아나가는 동료들을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나같은 생각을 하는 직원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는 게 현실"며 "젊은 인재들을 놓치는 건 거래소의 손실"이라고 말했다.

    처우에 대한 젊은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자 과장급 이하 일괄 승진이라는 당근책을 내놨지만 임금은 동일한, 말 그대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8월께 거래소는 사원부터 과장까지 해당하는 전 직원의 직급을 1단계씩 올렸다.

    고질적인 인사 적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꺼낸 카드였지만 처우에 불만을 느끼는 직원들의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또 다른 직원은 "직급 승진을 해줘서 좋아하는 직원은 일부에 불과하다"면서 "월급도 그대로인데다가 주변 모두 승진한 모습을 보면서 승진했다고 축하받기도 민망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젊은 직원들 사이에선 손병두 이사장에 대한 평가도 예전 같지 못하다. 지난 2020년 12월 부임한 손 이사장은 임기 초반부터 조직 문화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직원 소통 강화에 힘써왔다. 때문에 MZ세대 직원들 사이에선 "역대 이사장들과 다른 행보"라는 호평을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엔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거래소 직원은 "직원들의 다양한 니즈가 있는 만큼 이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손 이사장도 적지 않은 어려움을 느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젊은 직원들 중심으로 손 이사장에 대한 남다른 지지를 보냈던 건 그만큼 기대가 커서였지만 지금은 예전과 다른 분위기"라고 전했다.

    임직원간 성과급 차이와 관련해 거래소 관계자는 "임원의 경우 성과중심 보수체계로 기본연봉을 대폭 낮춘 대신 성과급에 따라 보수가 증감되도록 보수체계를 설계한 반면, 직원은 기본급 비중이 월등히 높은 보수체계를 적용해 성과급 지급 규모가 적어짐에 따라 임직원간 성과급 지급 규모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