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푸드빌, 파일럿스토어 을지토끼굴서 솥밥 브랜드 '누룩' 운영사내 아이디어 공모전으로 실제 매장 운영 … F&B 트렌드 확인'힙지로' 골목서 모던 한식으로 차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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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수용 CJ푸드빌 누룩점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서성진 기자
[만났조]는 조현우 기자가 직접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줄인 단어입니다. 먹고 마시고 쇼핑하고 즐기는 우리 일상의 단편. ‘이 제품은 왜 나왔을까?’, ‘이 회사는 왜 이런 사업을 할까?’ 궁금하지만 알기 어려운, 유통업계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여러분께 전달합니다. <편집자주>“누룩을 한국에서는 ‘쌀꽃이 피어난다’고 표현합니다. 파일럿 스토어 누룩도 이곳에서 한식을 또 한번 꽃피우겠다는 의미로 만들었습니다.”지난 9일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을지토끼굴’에서 만난 권수용 CJ푸드빌 누룩점장은 “한식은 발효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누룩’을 브랜드명으로 결정하게 됐다”면서 이같이 말했다.을지토끼굴은 빠르게 변화하는 F&B 트렌드에 대응하고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이른바 ‘힙지로’로 변화하면서 트렌드의 중심지로 진화한 을지로에서 다양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F&B 콘텐츠를 실험하고 검증하는 테스트베드기도 하다.누룩은 을지토끼굴에서 운영하는 첫 번째 브랜드다. 솥밥을 중심으로 차려진 반상이 주요 메뉴다. CJ푸드빌 사내 공모 프로젝트인 ‘미라클50’ 2기에서 1위를 차지한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글로벌에서 한식과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를 고도화하겠다는 CJ푸드빌의 의지가 담겼다. -
- ▲ 누룩 내부 매장 사진. 입소문이 퍼지면서 손님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CJ푸드빌
이날 방문한 누룩은 개성적이고 강렬한 ‘힙지로’와는 달리 정갈하고 모던한 인테리어가 눈에 띄었다. 파일럿 공간인 만큼 매장 위치는 이미 결정된 상태였지만, 메뉴부터 인테리어 등은 모두 권 점장이 관여했다.권 점장은 “힙지로에서는 오히려 모던하게 가는 것이 차별성을 갖는다고 생각했다”면서 “정갈한 메뉴와 함께 공간무드가 일치한다는 생각으로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권 점장은 CJ푸드빌 외식본부의 매장관리직무로 근무하다가 이후 베이커리 본부 가맹영업직무로도 근무했다. 외식본부 근무 당시 CJ푸드빌 ‘계절밥상’의 콘텐츠를 회사 역량과 결합시키면 또 다른 한식 브랜드가 탄생할 것이라는 막연한 아이디어를 키워왔다. -
- ▲ 누룩에서 판매하는 갈치솥밥 반상ⓒ서성진 기자
그의 아이디어가 현실화된 것은 사내 아이디어 공모전인 ‘미라클50’을 만나면서부터다. 미라클50은 CJ푸드빌이 임직원을 대상으로 경연을 통해 신사업이나 신규 브랜드를 론칭하는 프로젝트다.권 점장은 “처음부터 솥밥, 한식을 주 아이디어로 기준을 잡고 공모전을 진행했다”면서 “엔데믹을 거치면서 배달음식이나 HMR 등이 식탁을 점령하기 시작했는데, 한식이 가진 힘을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이어 “‘밥 먹었냐’, 혹은 ‘일은 밥심으로 한다’는 등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는 밥과 밀접하다”면서 “따듯한 한 끼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덧붙였다.아이디어가 선정됐지만 곧바로 상품화 된 것은 아니었다. 아이디어를 현실로 꺼내놓기 위해서는 고려해야할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레시피를 가다듬고 물류, 가격책정, 타깃, 구성 등 변수는 많았다.CJ푸드빌은 이를 위해 파일럿스토어TF를 구성해 밀도있는 준비기간을 가졌다. 외식R&D 경험이 풍부한 담당자와 상품기획자, 외식 마케팅 담당자들이 모여 3개월간 밤을 새며 준비를 진행했다.권 점장은 “꿈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고려해야할 부분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다행히 CJ푸드빌 내 경험이 많은 인재들이 함께 힘을 모아 완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
- ▲ '힙지로'에서 모던한 인테리어와 정갈한 솥밥 반상으로 차별성을 가졌다.ⓒ서성진 기자
누룩의 주요 메뉴는 솥밥 반상이다. 권 점장의 아이디어대로 밥에 중점을 두되 곁들이는 찬의 구성을 다양화했다. 외국 음식과 술 등 수많은 외식 F&B 매장들이 즐비한 을지로 골목에서 정석적인 한식은 오히려 특별함이 됐다.가장 공들인 부분 중 하나는 바로 쌀이다. 다양한 식재료들이 올라가는 솥밥의 특성에 맞춰 얼만큼 조화로운지, 먹었을 때 식감과 향 등을 종합적으로 생각해야했기 때문이다.권 점장은 “쌀을 선택하는 데 정말 수십종의 쌀들을 섞어 먹어보고 비율도 다르게 해보고 하면서 준비했다”면서 “최종적으로 수향미와 오대미를 섞고 CJ푸드빌의 노하우가 담긴 밥물로 밥을 지어 준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현재 솥밥 메뉴는 텃밭 작물인 단호박, 죽순, 연근 등이 올라간 텃밭 솥밥과 바지락·세발나물, 미나리 등을 활용한 계절 솥밥을 비롯해 갈치솥밥, 전복솥밥, 문어솥밥 등이 주력이다. 육류가 아닌 해산물에 위주의 구성이다.이에 대해 권 점장은 “다른 솥밥 전문점을 보면 스테이크 솥밥 등 육류 메뉴가 많다”면서 “계절 재료와, 상대적으로 속이 편한 해산물을 위주로 구성하게 됐다”고 말했다.이어 “방문해주시는 손님들의 요구도 있어 조만간 육류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라면서 “이밖에도 프로틴이 함유된 토핑을 올린 솥밥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 ▲ 누룩에서 선보이는 저녁 안주 메뉴. 위쪽부터 백합바지락탕, 매콤가리비무침, 무우 지짐이ⓒ서성진 기자
누룩은 주방을 포함해 약 132㎡(40평) 규모로 카운터석을 포함해 총 37석으로 꾸며졌다. 아직 오픈한지 열흘이 조금 넘었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점심·저녁을 포함해 평균 약 120~130여명의 손님들이 찾고 있다.누룩을 방문한 4월 9일은 가오픈을 시작한지 딱 12일째 되는 날이었다. 열흘 남짓한 기간 동안 솥밥 메뉴가 추가됐고, 또 저녁 손님을 위한 안주 메뉴도 4종이 더해졌다. 파일럿 스토어 취지에 맞게 개발된 메뉴를 빠르게 선보여 고객들의 피드백과 판단을 받기 위함이다.실제로 누룩의 운영 기한은 따로 정해져있지 않다. 하루 업무를 마감할 때, 그 날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것. 권 점장은 누룩의 미래와 비전에 대해 ‘열린 결말’이라고 표현했다. 가맹사업, RMR 등으로의 확장도 꿈꿀 수 있지만, 언제든 다른 프로젝트에 자리를 내어줘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권 점장은 먼 미래보다는 가까운 현실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그는 “실제 매장을 운영하는 것은 처음이다보니, 저희가 처음 의도한 메시지가 고객들에게 잘 전달되고 있는지를 알아가고 있다”면서 “현장에서 직접 고객과 이야기를 하고 소통하면서 매장운영은 물론 F&B 산업 전반에 대한 인사이트를 많이 얻어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
- ▲ 권 점장이 매장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서성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