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관세 유예에 대미 통상 협상 본격화트럼프 "韓, 방위비 분담 들여다볼 것"조선·알레스카 LNG 개발 협상 테이블에선박 정비 넘어 부품 제작 협력 확대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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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D현대중공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하면서 한미 간 통상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한국은 관세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조선업 협력과 알래스카 가스관 투자 등을 앞세워 협상력을 극대화할 방침이다.10일 업계에 따르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처음으로 양국 정상 간 통화를 하고 본격적인 관세 협상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 직후 ‘원스톱 쇼핑’이란 단어를 썼는데, 경제뿐 아니라 방위비 등 안보 문제까지 패키지 딜을 원하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어서 협상 가이드라인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트럼프 대통령은 한 권한대행과 통화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관세, 조선,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의 대량 구매, 알래스카 가스관 합작 사업, 한국에 제공하는 대규모 군사적 보호에 대한 비용 지불을 논의했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상호관세율을 낮출 수 있는 힌트를 줬다는 분석이다.한국 정부는 관세 부담을 최소화하고 경제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 협상력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이번 유예 기간은 한국의 전략적 대응을 위한 골든타임으로 지목돼 미국이 필요로 하는 한국의 조선 기술과 LNG 개발 역량이 협상카드로 핵심 역할을 할 전망이다.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 한국이 수십억 달러를 냈지만, 바이든 정부가 계약을 종료해 충격적”이라며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현재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따라 2026년 분담금은 1조5192억원으로 합의된 상태지만, 트럼프는 이를 훨씬 상회하는 금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한국은 미국이 관심을 보이는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며 균형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 내 조선 산업 부흥과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한국의 조선 기술과 LNG 개발 역량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미국의 에너지 수출 확대 전략과 맞물려 있다. 한국이 지분 참여나 기술 협력을 제안하며 관세 부담을 상쇄할 수 있는 기회로 평가된다. 알래스카 가스관 투자가 이뤄진 뒤 관련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공급성 다변화 차원에서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혜택을 볼 수 있다.한국 조선업계는 미국과의 협력을 단순한 선박 유지·보수(MRO)에서 신규 함정 건조와 부품 제작으로 확장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한국의 조선 기술은 설계 역량과 생산 효율성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이미 미 해군의 MRO 사업에 진출했으며 HJ중공업도 사업 진출을 위해 사전 작업을 진행 중이다.미국이 한국 조선업에 관심을 갖는 것은 자국 조선업의 위기와 관련 있다. 과거 미국이 쥐었던 해양 패권은 자국 조선업의 쇠퇴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400여곳에 달했던 조선소는 현재 20여곳까지 줄었고, 군용 함정 수는 219척으로 중국(234척)에 뒤처져 있다. 조선 경쟁력이 떨어져 군함 MRO도 동맹국에 맡겨야 할 처지다.한국의 조선 수주 점유율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다. 미국의 요구는 한국의 조선 기업들이 미국 내 조선소에 투자해 미국에서 배를 만들라는 것이다. 이 경우 국내 투자가 위축되고 조선업 일자리까지 줄어드는 부작용을 피할 수 없어 정부와 기업이 세밀한 계획을 갖고 협상에 나서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 주요 조선소의 도크가 상선과 군함 주문으로 포화 상태인 점도 부담 요소다. 추가적인 미군 수요를 즉각 흡수하기 위해서는 생산능력 확대와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업계 관계자는 “트럼프의 관세 유예와 방위비 분담금 압박은 한국에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안겼다”며 “도크 포화와 같은 물리적 제약을 극복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해 시너지를 내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