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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만에 파업 종료… 政 법·원칙 세웠지만 '수조원+α' 피해

화물연대, 조합원투표서 62% 찬성… 정부 강경대응에 사실상 출구전략 분석'한해 2번·16일 최장' 19년만의 '데자뷔'…盧가 만든 업무명령 尹이 발동6월 1차파업 반면교사 삼은 尹정부… 3.5兆이상 산업피해 '후폭풍' 우려

입력 2022-12-09 10:26 | 수정 2022-12-09 13:29

▲ 화물연대 파업 철회 여부 투표.ⓒ연합뉴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가 집단운송거부(파업) 16일째인 9일 조합원 투표를 통해 현장복귀를 결정했다. 정부의 강경 대응에 사실상 파업 철회를 밟기 위한 출구전략을 모색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파업은 참여정부 이후 19년만에 한해 두번, 최장기간 파업 타이를 이뤘다. 노무현 정부처럼 윤석열 정부도 강경대응 원칙으로 돌아서면서 법과 원칙을 세웠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이번 노동계 동투(冬鬪·겨울철 투쟁)는 수조원대 산업피해를 내며 가뜩이나 복합위기에 처한 한국 경제에 생채기를 남겼다.

◇파업 16일째…조합원 투표로 철회 결정

화물연대는 9일 총파업 여부를 두고 전체 조합원(2만6144명)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했다. 3574명(13.67%)이 투표에 참여했고, 이 중 파업 종료 찬성이 2211명(61.82%), 반대가 1343명(37.55%)으로 집계됐다. 무효표는 21명(0.58%)이었다.

화물연대는 전날 오후 대전 대덕구 민주노총 대전본부에서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9일 전 조합원 투표를 통해 파업 철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화물연대는 애초 집행부가 파업 철회 여부를 결론 내려 했으나 조합원 투표로 방식을 선회했다. 화물연대는 조합원 피해를 최소화하고 안전운임제 일몰을 막기 위한 대승적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화물연대 위원장은 "업무개시명령으로 조합원이 흩어지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며 "더는 조합원이 피해를 보지 않게 하려고 투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화물연대는 "정부, 여당은 스스로 밝혔던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입법화해야 한다"며 "정부의 강경한 태도에 상처 입은 조합원을 포용하고 아우르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또한 안전운임제 품목 확대를 위한 논의 과정에 화물연대 등 이해관계자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추가 업무개시명령 발동, 유가보조금 지급 정지,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 제외, 업무복귀 거부자에 대한 고발과 행정 처분 등 강경모드를 유지하자 사실상 출구전략을 모색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날 야당이 정부·여당의 안전운임제 일몰 시한 3년 연장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도 이번 출구전략의 기폭제가 됐다. 더불어민주당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8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정부·여당의 '3년 연장안'을 수용하겠다"며 "윤석열 정부의 노동탄압으로 인한 파업의 지속과 경제적 피해 확산을 막고, 안전운임제 지속을 위한 최소한의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파업의 빌미가 된 안전운임제는 2020년에 컨테이너·시멘트 등 2개 품목에 대해 3년 일몰제로 도입됐다. 이에 국민의힘은 입장문을 내고 "3년 연장안을 걷어차고 거리를 나간 건 화물연대"라고 지적한 뒤 "보름간의 운송 거부로 인한 경제 피해만 3조5000억원에 달한다"고 직격했다.

민주당은 9일 국토위를 열어 안전운임제를 오는 2025년 말까지 운영한다는 내용의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단독으로라도 처리한다는 태도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화물연대에 대해 '선(先)복귀·후(後)논의' 입장이다. 이게 지켜지지 않으면 안전운임제 연장이 아닌 폐지로 선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은 지난달 22일 정부·여당이 국가적 피해를 막기 위해 제안한 적 있으나, 화물연대가 24일 집단운송거부에 돌입했기 때문에 제안은 무효가 된 것"이라며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안전운임제 품목 확대도 불가하다는 게 정부·여당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 경제에 심각한 손해를 끼치고 업무개시명령이 두 차례 발동되고 나서야 현장 복귀가 논의되는 것은 유감"이라며 "'선 복귀·후 대화'라는 정부 입장은 확고하다. 어떤 조건도 있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의 개정안 단독 처리에 대해 일각에선 대통령 거부권 행사마저 거론되는 실정이다. 끝까지 노동계에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정부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 화물연대 파업.ⓒ연합뉴스

◇19년 만의 '평행이론'… 수조원대 막대한 경제피해

이번 파업은 '평행이론'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상황이나 대응이 참여정부 때와 여러모로 닮았다. 화물연대가 최장기간 파업을 벌인 건 2003년이다. 당시 8월21일부터 9월5일까지 16일간 집단운송거부에 들어갔다. 화물연대는 같은 해 5월에도 14일간 화물차를 멈춰 세웠다. 당시 화물연대 소속 포항지부 조합원이 운송비를 제대로 받지 못해 차 할부금도 갚지 못하는 상황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게 트리거가 돼 화물차주들이 운송료 인상을 요구하며 물류 수송을 중단했다.

당시 출범한 지 두 달을 갓 넘겼던 노무현 정부는 경유세 정부 보전 확대, 고속도로 통행료 인하 대책, 초과근무수당 비과세 대상 포함 등 화물연대측 요구를 전폭 수용하며 사태를 수습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너무 저자세로 나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러나 화물연대는 운송사와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운송료 인상 협상이 결렬되자 3개월 만에 2차 파업에 돌입했고, 노무현 정부는 '대화를 통한 해결'에서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으로 기조를 180도 바꿨다. 업무 미복귀 화물차주에 대해 유가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겠다며 강공으로 돌아섰다. 이번에 윤석열 정부가 꺼내 든 업무개시명령 카드도 노무현 정부에서 근거를 마련했다. 2차 총파업 이듬해인 2004년 화물차운수사업법을 고쳐 화물차 기사에게 강제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게 했다. 이후 화물연대는 2008·2009·2012·2016년에도 파업을 벌였지만,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건 윤석열 정부가 처음이다.

올해 화물연대는 새 정부 출범 한달 만인 지난 6월 첫 파업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초기엔 노사관계에 정부가 개입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며 다만, 불법에 대해선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산업계 피해가 커졌고, 윤 대통령은 "(파업이) 일주일째로 접어들면서 산업계 피해가 늘 수 있는 만큼 다각도로 대안을 마련해달라"고 지시했다. 이후 국토부가 대화에 나서 안전운임제 연장, 연장 시한·품목 확대 국회 논의에 합의하면서 파업이 풀렸다.

하지만 노동계의 본격적인 하투(夏鬪)를 앞두고 정부가 노동계에 끌려갔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당시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헌법 위에 '뗏법'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며 "시장경제 원칙을 지키지 않고 밥그릇 챙기기 위한 실력행사에 (정부가) 요구를 다 들어주면 법과 원칙이 세워지겠느냐"고 아쉬워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법·원칙의 승리가 아닌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적 야합"이라며 "정부가 집단시위를 벌인 이해집단의 요구를 들어준 것이다. 반도체·자동차·소주 출하까지 못하게 힘을 과시한 이해집단에 끌려다니면 노동개혁은 물 건너간다"고 성토했었다.

정부는 법과 원칙을 강조했지만, 엄밀히 말해 화물연대는 노조가 아니고, 안전운임제가 개인사업자의 최저운송가격을 정한 가격담합이자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정부가 6월 총파업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힌 대로 자유시장원리를 바로세운 것은 성과로 평가된다. 이를 방증하듯 최근 여론조사에서 바닥권에 머물던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상승세를 타며 5개월여 만에 40%를 넘어섰다.

다만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3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 복합위기에 처한 우리 경제에 더 짙은 그늘이 드리워진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5일까지 추산한 철강·석유화학·정유·시멘트·자동차 등 5대 업종의 출하 차질 규모는 3조5000억원에 이른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장관 합동브리핑을 열고 "출하 차질에 따른 석유화학·철강 분야 피해만 2조5987억원으로 집계했다"며 "석유화학은 수출, 자동차 등 연관 산업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쳐 하루평균 최소 1238억원의 생산 피해가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8일 오전 10시 현재 철강 분야 출하량은 평소의 52% 수준에 그쳤다. 출하 차질로 적재공간이 거의 소진돼 이번 주 중 생산 중단이나 감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석유화학은 수출물량과 내수 물량 출하가 각각 평소의 25%, 75% 수준으로 생산공장 가동이 멈출 처지에 놓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부가 철강·석유화학 분야에 추가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것과 관련해 "자동차·반도체 등 우리나라의 주력산업과 국가 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진 시멘트는 출하량이 평소의 96% 수준까지 회복됐으나 레미콘 생산이 평소의 71% 수준에 머물면서 전국 1626개 공사현장 중 902곳(57%)에서 공사가 여전히 중단된 것으로 국토부는 파악했다.
임정환 기자 eruca@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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