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항목 점수화 등 객관화 실패… "연구진 원했으나 노조들이 반대"평가대상 기간 3년 불과… 수년뒤 데이터 쌓이면 논란 재점화 불가피분과위 구성·운영 도마 위… "전문가 노조 동의 얻어·내실 있게 운영"
  • ▲ KTX산천-SRT.ⓒ연합뉴스·SR
    ▲ KTX산천-SRT.ⓒ연합뉴스·SR
    국토교통부가 철도공기업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수서발고속철도(SRT) 운영사 ㈜에스알(SR)의 해묵은 통합 논쟁에 현행 유지로 잠정 결론을 냈지만, 불씨가 여전해 정권이 바뀌면 또다시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20일 코레일·SR 통합 여부에 대해 현 경쟁체제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통합 찬반 주장이 첨예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경쟁체제로 운영된 기간(2017~2019년)이 3년에 불과해 분석에 한계가 있다며 최종 판단을 유보한 '거버넌스 분과위원회'(이하 분과위)의 결과를 수용한 것이다.

    문제는 소모적인 통합 논란이 다시 불거질 개연성이 크다는 점이다. 먼저 이번 결과가 평가항목 점수화를 통해 분석·평가 결과를 공식화·객관화하지 못했다는 점이 뼈아프다. 분과위 한 관계자는 "현 경쟁체제와 통합체제 모두 문제가 있으며, 일단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이용객 불편을 해소해나가기로 종합의견이 모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분과위는 현 체제와 통합했을 때 어느 부분에서 문제가 있는지에 대해 평가항목 등을 구체화하지 못했다. 철도노조 등 통합을 주장해온 측에서 언제든 정치적인 구호로 그럴듯한 이유를 내세워 통합 논란에 불을 댕길 여지를 남긴 셈이다. 이에 대해 분과위 관계자는 "연구진은 평가항목을 점수화하는 게 좋고 그렇게 하자고 제안했으나 이해관계자인 코레일·SR 노조가 모두 반대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고 부연했다.

    분과위가 경쟁체제 평가 기간이 3년밖에 되지 않아 평가에 한계가 있었다고 밝힌 것도 논란거리다. 분과위는 "평가할 데이터가 충분치 않아 애로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는 돌려 말하면 앞으로 몇 년이 지나 추가로 분석 데이터가 쌓이면 통합 논쟁이 다시 불붙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일단 현 정부 내에선 추가적인 평가가 이뤄질 가능성은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음번 평가와 관련해선 전혀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여건이 변화하면 논란이 재점화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처럼 친노동자 성향의 정부가 들어서면 논쟁이 다시 촉발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일각에선 분과위 구성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코레일 노조를 대표하는 분과위 위원은 지난달 16일 사퇴해 최종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분과위 관계자는 "코레일 노조는 분과위의 비전문성과 회의가 내실 있게 운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면서 "하지만 분과위 구성은 공정하게 이뤄졌다. 추천된 인사에 대해 이해관계자가 반대하면 제척하는 방식으로 동의를 얻어 참여시켰다"고 해명했다. 분과위 운영과 관련해서도 "내실 있게 운영하기 위해 많은 회의를 열고 논의를 지속했다"면서 "지난해 3월부터 20차례 이상 논의를 이어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