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물가인상 압박 둔화 예상…변수는 '공공요금'한전·가스공사 적자…'요금 현실화' 카드 꺼낸 정부전기·가스요금 인상폭, 올해보다 내년 2배이상 전망
  • ▲ 서울 주택가의 전기계량기 ⓒ연합뉴스
    ▲ 서울 주택가의 전기계량기 ⓒ연합뉴스
    내년 전기·가스요금의 인상폭이 올해보다 더 가파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까스로 안정세를 찾아가던 물가가 다시 요동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에너지 가격이 치솟은데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 전년동월대비 4.8%, 5월 5.4%를 기록한 이후 7월 6.3%까지 치솟는 등 최고점을 찍었다. 이후 조금씩 낮아졌지만 지난달 5%대를 기록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발표한 2023년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내년 물가는 원자재가격 하락과 수요둔화 등으로 인상 압박이 올해보다 줄어들 것이라 전망했다. 실제로 올해는 연평균 5.1%의 물가상승률을 보였지만 내년에는 3.6%를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전기·가스요금 현실화 등 공공요금 인상을 물가안정의 변수라고 진단했다. 

    사실 물가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유류세 인하와 농축수산물 할당관세 연장 등 각종 정책을 쏟아내는 정부가 전기와 가스요금 인상에 대해선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하지만 정부가 물가인상 압력을 감수하고서라도 공공요금 인상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과 부채를 더이상 외면할 수 없는 수준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한전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적자 22조원을 기록했으며 올연말까지 34조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가스공사도 올해 미수금 규모만 9조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대규모 적자의 배경에는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면서 전기료 요금인상 카드를 제때 쓰지 않은 탓이 크다. 여기에 올해 국제에너지가격 상승분이 판매가격에 반영되지 못한 점도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에너지가격 상승분을 전부 반영할 경우 급격한 판매가격 인상으로 올해 물가를 더욱 자극할 수 있어 속도조절을 했지만 내년에는 올 전기·가스요금 인상분보다 2배이상 인상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한전과 가스공사의 누적 적자와 미수금을 오는 2026년까지 완전 해소하기 위해 내년 전기요금은 kWh(킬로와트시)당 51.6원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올해 인상된 kWh당 19.3원에 비하면 2.7배나 높다.

    가스공사는 내년 MJ(메가줄)당 최소 8.4~10.4원의 가스요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올해 가스요금은 주택용 기준 5.47원 오른 것을 감안하면 내년에는 가스요금이 올해 인상분 대비 1.5~1.9배 더 오르는 것이다. 

    이는 결국 우리경제에 어떤식으로든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한다. 전기·가스요금은 근원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데 국제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되더라도 근원물가 상승률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농산물과 석유류 등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하고 산출한 물가흐름인 근원물가 상승률은 올해 3월 4.1%였지만 지난달 4.8%를 기록한 이후 하락흐름이 보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기대인플레이션도 7월 4.7%를 기록한 이후 지난달 4.2% 보이는 등 여전히 4%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단 점이다. 

    여기에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현실화된다면 유가 하락과 강달러 약화로 인한 수입물가 안정세 등 물가하락 요인에도 불구하고 근원물가 상승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그럴게되면 근원물가가 소비자물가 상승률 하락세를 붙잡고 있는 슬로우플레이션(Slowflation)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 슬로우플레이션은 경제성장이 둔화된 상태에서 물가상승이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형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슬로우플레이션 진행중인 국내경제' 보고서를 통해 "근원물가는 오름세를 기록하고 있어 향후 고물가 기조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불필요한 물가상승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수급불안 품목에 대한 신속한 공급 확대, 유통 과정에서의 불합리한 관행 단속 등의 정책적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