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무역적자 472억불 역대 최대… 에너지 등 수입 급증수출효자 반도체 하락세 '암울'… 미중 패권경쟁에 '불똥' 튈라中 제로코로나 폐기 '청신호'… 政 "360兆 무역금융 등 수출 사활"
  • 새해 세계 경제가 둔화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저성장과 함께 취업자 증가 폭은 지난해 8분의 1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다만 올해 세계 경제가 생각보단 덜 나쁠 거라는 관측도 없잖다. 충격은 불가피하지만, 연착륙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위기 극복에 모든 역량을 결집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성장동력인 수출은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실적(6800억 달러)을 경신하겠다는 목표다. 올해 경제 향방을 짚어본다.<편집자 註>
  • ▲ 수출.ⓒ연합뉴스
    ▲ 수출.ⓒ연합뉴스
    "우리나라는 대외의존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고,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한 말이다. 윤 대통령의 발언처럼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로, 세계경제 흐름에 지대한 영향을 받는다. 세계 경기가 좋아야 수출이 잘 되고, 우리나라 기업과 경제도 잘 돌아간다. 

    하지만 지난해 세계 경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데다,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금리인상에 나섰고, 중국은 제로 코로나를 목표로 봉쇄정책을 펼치며 우리나라 수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이로 인한 우리나라 무역수지 적자는 참담한 수준이다. 지난해 무역수지 누적 적자는 472억 달러를 돌파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8년 132억6700만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한 이후 1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과거 최대 적자를 기록했던 1996년 206억2400만 달러와 비교하면 2.3배에 달하는 규모다.

    문제는 올해 수출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대에 머무르는 등 올해는 작년보다 더욱 힘겨운 한 해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1.9%로 전망했으며,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8%, 한국금융연구원과 한국은행은 각각 1.7%로 전망했다. 정부 전망은 이보다 낮은 1.6%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저조한 경제성장률을 보였던 때는 외환위기 당시였던 1998년 마이너스(-)5.1%,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0.8%,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0.7% 등 대내외적인 위기를 겪었을 때 뿐이다. 

    ◇G2 패권경쟁에 우리나라 새우등 터질까 
  • ▲ 악수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 악수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우리나라 수출 최대 효자품목인 '반도체'의 수출액은 지난해 8월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후, 하락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해 6월 반도체 수출액은 123억5000만 달러로 전년동월대비 10.7%, 7월은 112억1000만 달러로 2.1% 상승했지만, 8월 들어 107억8000만 달러로 전년동월대비 -7.8%를 기록하며 하락세로 돌아섰다. 9월 반도체 수출액은 114억9000만 달러(-5.7%), 10월 92억3000만 달러(-17.4%), 11월 84억5000만 달러(-29.8%)를 보이며 상황은 점점 악화했다. 

    이에 더해 G2(미국-중국)가 서로 대립하며 그 불똥이 우리나라에 튈 수 있다는 것도 반도체 수출 악재 중 하나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봉쇄 조치를 계속해서 단행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은 중국 국영 반도체 업체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 36개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수출통제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인공지능(AI)·슈퍼컴퓨터 등 첨단 분야 관련 중국 28개 기업을 장비 수출 금지 대상에 포함한 이후 두 달만에 이같은 조치를 단행한 것이다. 

    미국 주도의 반중 전선은 확대하고 있다. 일본과 네덜란드는 중국에 대한 첨단 공정인 14나노미터 이하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 금지에 나섰고, 대만 아이폰 생산업체 폭스콘은 중국 반도체 기업 칭화유니에 투자한 1조원 가량의 지분을 전부 매각하기로 했다. 이에 맞서 중국은 자국 반도체 산업에 1조원 가량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중국에 대한 견제가 당장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 이익이 될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반도체 산업은 자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을 등에 업고 기술개발을 위해 우리나라 반도체 기술 확보를 시도하면서 우리나라 점유율을 빼앗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비중이 40%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이 반도체 국산화에 성공할 경우 우리나라는 최대 수출시장을 잃게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대외여건 악재 속… 정부, '수출확대 공언' 가능할까?
  • ▲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새해 업무보고를 마치고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새해 업무보고를 마치고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경제는 미국과 중국 등 교역상대국의 부진과 고금리, 수요위축 등으로 수출이 부진하며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등도 새로운 변수다. 

    정부는 반도체가격 하락 등으로 말미암아 올해 수출이 4.5% 마이너스 성장할 거로 예상한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범정부 역량을 총결집해 지난해 수출 실적인 6800억 달러를 뛰어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수출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7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범정부 역량 결집을 통한 수출 플러스 달성 ▲실물경제 활력 회복과 역동적 성장 ▲에너지 안보 확립과 시스템 혁신 ▲국익을 우선하는 선제적 통상 등 4개 과제를 중점 추진하기로 했다.

    무역금융, 인증, 마케팅 등 당면한 3대 수출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역대 최대 수준인 360조원의 무역금융을 공급하고, 아세안과 중동, 중남미, 아프리카 등 수출시장 다변화를 꾀해 미국과 중국에 집중된 우리나라 수출 비중도 분산한단 계획이다. 원전, 방위산업, 해외플랜트 등 3대 유망분야에 대한 수출도 적극 지원키로 했다. 

    산업부가 공언한 것처럼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우리나라 수출 하락세는 대내 여건이 아닌 대외 여건 악화가 주원인이기 때문에 정부의 각종 지원에도 불구하고 반등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내수와 고용시장에도 찬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리 경제는 고용한파와 내수침체, 수출 하락 등 3대 위기로 흔들릴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안정세에 접어들면 에너지 등 원자재 가격 안정화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과 더불어,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폐기하고 빗장을 연 것은 청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이 코로나19 봉쇄를 풀며 수출 시장에 활기가 생길 수 있다"며 "중국 시장이 지난 2년간 얼어붙었는데, 여기서 벗어나는 속도에 따라 중국 수출 부문의 회복 수준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