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4분기 영업익 4.3조… 전년대비 69%↓ '어닝쇼크''반도체' 혹한기에 수출 전선 먹구름… 작년 무역적자 472억불美노동시장 '과열'…실업수당 청구 2만건↓·민간고용 23.5만개↑연준, 긴축카드 유지할듯…"상반기 금리 5.4%까지 인상" 주장도
  • ▲ 경기 둔화.ⓒ연합뉴스
    ▲ 경기 둔화.ⓒ연합뉴스
    새해 들어 경기침체(Recession)가 현실화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원동력인 수출이 부진에 빠진 데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통화긴축 선호) 기조가 여전해 불확실성이 확대하고 있다.

    6일 삼성전자가 공시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잠정)은 4조3000억원으로 1년 전(13조8000억원)보다 69%나 급감했다.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수준의 어닝쇼크(실적충격)다. 4분기 영업이익은 3분기(10조8000억원)와 비교해도 60%쯤 감소한 수치다.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을 밑돈 것은 2014년 3분기(4조600억원) 이후 8년여 만에 처음이다. 4분기는 가전업계 성수기여서 이번 성적표는 불황의 골이 그만큼 깊어지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설명자료를 내고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 등 대외환경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메모리 사업 수요 부진과 스마트폰 판매 둔화로 실적이 크게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수출 효자품목인 반도체가 '혹한기'에 접어들면서 수출 전선에도 비상이 걸렸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반도체 매출이 지난해 4.4% 증가에서 올해 마이너스(-)4.1%로 급락할 거로 예측했다.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해 8월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후, 5개월 연속 감소세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은 겉으로 보면 최대 실적을 올렸다. 수출액은 6839억 달러로 사상 최대였다. 하지만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에너지와 원자재 수입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입액이 가파르게 증가해 무역적자가 472억 달러에 달했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 규모였다. 적자폭이 확대된 데에는 하반기 들어 수출 증가세가 급격히 꺾인 것도 한몫했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11월 현재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3.1%에 불과했다. 반면 재고와 출하 비율을 나타내는 재고율은 127.6%로 전달(122.8%)보다 대폭 상승한 상태다.

    제조업이 힘을 쓰지 못하면서 전(全) 산업생산은 1년 전과 비교해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달보다 고작 0.1% 증가했을 뿐이다.
  • ▲ 미 연준.ⓒ연합뉴스
    ▲ 미 연준.ⓒ연합뉴스
    문제는 올해도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해 수출 여건의 급반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무엇보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경기침체를 촉발한 미 연의 긴축 기조가 여전하다.

    지난 4일(현지시각) 연준은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을 공개했다. 의사록에 따르면 FOMC 위원들은 "위원회 대응(금리인상 속도 완화)에 대한 대중의 오해로 금융 여건이 부적절하게 완화되면 물가 안정을 복원하려는 노력이 복잡해질 것"이라며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다시 한번 선을 그었다. 19명의 FOMC 위원 중 올해 금리인하가 적절할 것으로 예상한 위원은 1명도 없었다.

    시장에선 늦어도 올 4분기에는 연준이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에 나설 거라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12월 FOMC 회의록은 이런 시장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연준 내 대표적인 매파로 분류되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한발 더 나아가 '올 상반기 기준금리가 5.4% 수준으로 오를 거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현재 미 기준금리는 상단 기준으로 4.50%다. 5.4%는 올 상반기에만 현재보다 거의 1.0%포인트(p)를 더 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설상가상 미국의 노동시장은 과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5일(현지시각) 미 노동부는 지난주(지난해 12월 25~31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0만4000건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주보다 1만9000건 줄어든 것으로, 최근 14주 사이 가장 적다.

    12월 고용보고서에 앞서 발표된 민간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의 민간 고용실적도 미국 고용시장이 여전히 뜨겁다는 것을 보여준다. ADP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국 기업들의 민간 고용은 23만5000개 증가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15만3000개)를 크게 웃돌았다. 증가폭도 전달(18만2000개)보다 커졌다.

    4일 나온 미 노동부의 구인·이직보고서(JOLTs)도 연준의 긴축 기조에 힘을 실어준다. JOLTs를 보면 지난해 11월 현재 미국 내 기업들의 구인건수는 1046만건이다. 이는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1000만건)를 웃도는 수준이다. 미국 내 구인건수는 지난해 봄 1190만건으로 정점을 찍은 후 감소세로 돌아섰으나, 여전히 1000만건을 넘어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무엇보다 자발적 퇴직자 수가 전달보다 12만6000명 늘어나 417만명을 기록했다. 18개월 연속 400만명을 웃돌아 역대 최장기 기록을 경신했다. 자발적 퇴직자가 증가한다는 것은 높은 급여와 혜택을 제공하는 더 나은 일자리로 옮기는 노동자가 많다는 의미다. 노동시장 과열에 따른 임금 인플레이션 장기화가 우려되는 대목으로, 연준이 긴축 카드를 유지할 공산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