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약세 속 4분기 실적 시즌 본격화지속적 실적 하향에 하방 압력 커져추가 하향 가능성…종목 장세, 보수적 대응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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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증시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본격적인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도래했다. 글로벌 경기 부진 영향으로 이익 전망치 하향이 지속되는 가운데 코스피의 하방 압력도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는 전주 대비 2.4% 상승한 2289.97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에선 4분기 실적 시즌이 본격화되면서 코스피의 상승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 침체에 따른 실적 부진 우려가 증시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코스피 실적 컨센서스는 최근 2주간 하향 조정 중"이라며 "평균적으로 4분기는 실적발표를 앞두고 컨센서스가 하향 조정되는 경우가 있지만 올해는 최근 5년 평균치보다 실적전망 하향이 더 가파르다"고 설명했다.

    실제 4분기 코스피 예상 영업이익은 39조7000억원으로 기존(41조 9000억원) 대비 5.1% 악화했다. 순이익 역시 직전 추정치(28조원) 대비 3.5% 줄어든 27조원으로 전망된다고 김 연구원은 밝혔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상장사 252곳의 4분기 영업이익 합산액 추정치는 36조3994억원으로, 이는 지난해(45조2555억원) 대비 19.57% 감소한 수준이다. 한 달 전 추정치 38조6232억원보다도 5.8% 줄었다.

    지난 6일 잠정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의 상황은 글로벌 경기 악화 탓에 증권사 예상보다 더 좋지 않았다. 연결 기준 매출 70조원, 영업이익 4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8.6%, 영업이익은 69% 감소했다. 전기 대비로는 각각 8.8%, 60.4%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한 자릿수인 6.1%로 내려앉으며 수익성이 나빠졌다.

    김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4분기는 일회성 비용 등으로 전망치를 밑도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실적 시즌은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큰 시점이라는 점이 문제다. 투자가들은 이번 실적 발표를 통해 각 기업들이 경기침체 시기를 이겨낼 수 있을지를 탐색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4분기 실적엔 상여금, 영업 외 손실 등 일회성 비용이 한 번에 반영되는 경우가 있어 추가 하향 우려는 커지고 있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코스피 순이익은 과거 평균적인 4분기 어닝 쇼크를 반영할 때 145조원, 기업별 4분기 최소 순이익 전망치를 반영할 때 139조원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현금 흐름으로 보면 기업 경영환경 관련 부담이 늘고 있어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이 추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올해 코스피 순이익이 2017~2018년의 평균 회귀로 볼 수 있는 140조원 레벨을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의 신뢰성도 점차 낮아지고 있다"며 "현재 실적 전망치의 하향 조정을 주도하는 업종은 반도체로, 다수 업종의 실적 전망치가 하향 조정 추세에 있다"고 강조했다.

    금리인상, 글로벌 경기침체 등으로 이같은 기업들의 실적 악화는 올해도 지속될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만큼 보수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이정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시장 전반의 이익 턴어라운드 가능성은 기대해 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미국 정책금리는 올 상반기에도 올라갈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경기침체 우려 여파로 소비 부진이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익 전망이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박스권 속 종목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발표 직전까지 전망치가 상향 조정 중인 업종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 발표를 기대할 수 있다"며 "이에 해당하는 업종은 호텔·레저, 필수소비재, 유틸리티며 에너지, 자동차, 은행, 통신은 4분기 이익 변화율에 비해 강대 수익률 부담이 작다"고 조언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이익 등 다른 변수들의 영향력이 감소하면서 코스피가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대형주의 상승 여력이 제한되면 중소형 성장주로 매기가 옮겨갈 수도 있겠으나 그 시기는 금리가 하락할 때까지로 미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