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렬 부총재보 "집값 15% 떨어져도 위기 아냐"한은 블로그 첫 의견 "위험대응 능력 과소평가 말아야"
  • 이종렬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9일 "경제 위험요인에 적극적으로 대비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위험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거나 위험 대응 능력을 과소평가해 오히려 위험을 증폭시키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 부총재보는 이날 한은 공식 블로그에 '금융 안정 상황을 균형있게 바라보기'라는 글을 통해 "우리 금융 시스템은 어느 때보다 양호한 복원력을 갖춘데다, 정부와 한은이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책적 노력을 강화해 현재의 위험도 정책 대응으로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적었다. 

    한은 부총재보가 공식 블로그에 이러한 의견을 낸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이 부총재보는 지난 연말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의 데이터에 기반해 현재의 위기론이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이 부총재보는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PF-ABCP 부도 사태 이후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에 대한 신용 경계감이 크게 높아졌다"면서 "한은이 실시한 스트레스테스트에서 주택가격 하락 등 부동산경기 부진이 단기에 그칠 경우(주택가격 –15%, 부진기간 1년) 금융기관 전반의 자본비율은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3년간 주택가격 30% 하락하는 시나리오에서 금융기관의 자본비율이 상당 폭 떨어질 것으로 추정됐지만 이는 예외적 상황을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라는 점에 유의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동산 PF 사업장 등에 대한 점검결과, 연체율 등 건전성지표가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금융기관의 자본력도 충분하여 PF대출의 일부가 부실화되더라도 우리 금융시스템이 자체적으로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가계부채의 부실화 가능성도 낮게 봤다. 

    이 부총재보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차주의 평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60.6%"라며 "2021년 이후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코로나19 이전인 2016∼2018년(62∼63%) 수준을 하회하고 주택담보대출 연체율도 낮다"고 평가했다.

    그는 "차주 단위 DSR 지표를 해석할 때 제반 경제적 여건도 함께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DSR은 차주의 소득만을 고려하여 산출되지만 실제로 주택담보대출 등에 대한 상환 부담은 차주뿐 아니라 배우자와 동거 가족이 함께 공유하는데, 배우자·동거가족의 소득까지 고려하면 실질 DSR은 40%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금융불안지수(FSI)가 지난해 10월과 11월 각 23.6, 23.0으로 위기단계(22 이상)를 넘어선 것과 관련해서는 "FSI는 가격변동성, 신용스프레드, 심리지수 등 단기적 금융시스템 불안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라며 "최근 단기 금융시장 불안 등의 영향으로 빠르게 상승했지만, 과거 금융위기 당시보다 크게 낮고 11월 이후 정부와 한은의 시장 안정화 조치로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평가했다. 

    이 부총재보는 "신용축적, 금융시스템 복원력 등 중장기적 금융시스템 취약성을 반영한 금융취약성지수(FVI)의 경우 꾸준히 떨어지고 있어 기초경제 여건과 자산가격 사이 괴리가 줄고 가계부채 증가세도 둔화하면서 장기평균에 수렴하는 과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