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9% 급락한 KRX증권지수, 올 들어 8% 상승정부 지원에 PF 리스크 완화·실적 회복 기대감 반영당장 수익성 개선 쉽지 않아…종목 선별 필요
  • 업황 부진에 따른 수익성 악화 영향으로 지난해 끝모를 하락세를 보였던 국내 증권주가 새해 들어 상승세가 눈에 띈다. 그간 위기감을 키웠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리스크가 정부의 지원책으로 완화 중인데다 올해 실적 회복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빠를 수 있다는 기대감 덕분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당장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긴 쉽지 않다는 점에서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연말 대비 10일 기준 KRX증권 지수는 7.6% 올랐다. 이는 코스피 상승률(5.1%)을 상회한 수준이다.

    줄곧 하락세를 이어갔던 지난해와 다른 모습이다. 이 기간 KRX증권 지수는 28.5%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하락폭(-25.2%)보다 더 깊다.

    지난해 증권주들이 급격히 위축된 건 수익성 악화 탓이다. 고금리 기조에 증시가 지지부진하자 지난해 증권사 어닝 서프라이즈를 이끌었던 위탁매매 수수료는 급감했다. 금리가 오르면 가격이 하락하는 채권 부문 평가 손실로 인한 실적 타격도 적지 않았다.

    여기에 레고랜드발 자금시장 경색 여파로 부동산PF 관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불안감이 커지면서 증권주 투자심리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고전하던 증권주가 반등 조짐을 보이는 건 올해 실적 회복 속도가 애초보다 빠를 수 있다는 전망 등이 투자 심리 개선으로 이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정부 지원책 등으로 부동산 PF에 대한 우려감이 줄어든 영향이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새해 1월 첫주 증권업종은 4.2% 상승하며 코스피 1.3% 상승대비 강세를 시현했다"며 "국토부의 PF 시장 연착륙 지원 방안 발표와 주거용 부동산 청약 관련 규제 완화로 부동산PF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일부 완화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잠재적인 리스크 완화로 증권사의 실적 변동성이 축소될 가능성에도 증권주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신중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 연구원은 "지난 3~4년 동안 급증한 PF 사업장 모두가 정상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또한 지금 경색된 유동성 문제가 완화된다면 PF 사업장의 옥석 가리기가 당연히 진행될 것으로 생각한다. 신용리스크는 완화됐지만 해소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어 강 연구원은 "올해 증권사 대부분의 수익원이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트레이딩 및 상품 손익은 지난해의 낮은 기저로 인해 증가하겠지만 악화된 스프레드를 감안할 때 수익성은 과거 대비 좋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권주들 중에서도 부동산 PF나 보유투자자산의 손상 이슈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종목들에 대한 선별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부동산 PF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작은 키움증권(14.17%)은 올 들어 증권주 중에서도 주가가 가장 많이 올랐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은 부진한 업황 속 지난해 4분기 실적의 상대적 선방이 예상되는 가운데 2023년을 향한 눈높이가 올라갈 시점"이라면서 올해 순이익 전망치를 기존보다 10% 높였다.

    자기자본 증가에 따른 자금조달 여유가 생긴 한국금융지주도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강 연구원은 "금융지주와 밸류자산운용이 보유한 카카오뱅크 지분을 한국투자증권으로 매각함에 따라 한국투자증권의 자본은 2조원 확대될 것"이라면서 "발행어음 발행한도 확대, 레버리지 비율 부담 완화, 투자은행(IB) 및 트레이딩 부문 투자 한도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