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90% 이하 주택만 전세금반환보증 가입할 수 있도록 제한전문가들, 시행 시점·'안심전세 앱' 강제성 결여 등 한계 지적"대책 마련은 긍정적이나 사적계약을 제도로 해결하기는 한계"
  •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전세사기 대책 관련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230202 ⓒ연합뉴스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전세사기 대책 관련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다. 230202 ⓒ연합뉴스
    정부가 예고했던 전세사기 방지 대책이 발표됐다. 핵심은 전세보증금이 집값의 90% 이하인 주택만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또 안심전세 앱을 통해 신축빌라 등의 시세, 악성 임대인 정보, 임대인의 세금체납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세사기 피해자들과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책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단순히 보증보험 가입 기준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전세사기를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강제력 없이 단순히 정보만 추가하는데 그칠 것으로 보이는 안심전세 앱도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봤다. 추가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전세사기 피해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먼저 5월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 보증보험 가입 대상을 전세가율 90%로 낮춘다. 기존에는 매매가의 100%까지 허용돼 악성 임대인의 무자본 갭투자와 공인중개사 등의 깡통전세 계약 유도에 악용됐다고 판단한 데 따른 조치다.

    등록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 의무 준수 여부에 대한 관리도 강화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법 개정으로 2021년 8월부터 모든 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화됐지만, 말로만 의무 가입 대상자라며 세입자를 안심시킨 뒤 가입하지 않은 사례가 적잖이 확인되고 있다.

    정부는 세입자가 거주하고 있는 주택의 경우 집주인이 보증보험에 가입해야만 민간임대주택으로 등록해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공실을 민간임대주택 등록 후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되 미가입 때는 임차인에게 통보해 계약을 해지하고 위약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앞으로 감정평가는 공시가격과 실거래가가 없는 경우에만 적용한다. 이미 감정평가사가 시세 부풀리기에 가담한 사례가 발생한 만큼 시세에 대한 감정평가는 감정평가사협회에서 추천한 법인의 감정가만 인정하기로 했다.

    전세사기에 가담한 공인중개사와 감정평가사 등에 대해서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해 처벌을 강화한다. 한 번이라도 전세사기 가담 사실이 확인되면 자격을 취소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세사기 피해에 대한 구제방안이 마련된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세입자를 불행에 빠트리는 빌라의 '무피갭투자'를 어느 정도 막는 효과가 예상된다"며 "빌라 시가과정에 개입한 중개업자와 감정평가사의 윤리와 책임을 강조해 일탈행위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단속과 처벌 등 사후조치 외에 예방과 사전적 모니터링 및 피해자구제 등 제도 개선은 긍정적"이라며 "△전세보증 전세가율 하향 △감정평가 활용 제한 △안심전세 앱 등으로 조직적 전세사기 임대인의 악의적 무자본 갭투자, 깡통전세 리스크를 다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제도 개선 시행시점에 대해서는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다. 대책에 담긴 통계 정보 외에도 역전세 지역, 임차권등기명령 지역 등에 대한 추가 정보를 제공해 임차인의 정보교섭력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함영진 랩장은 "일부 제도개선은 다가올 봄 이사철 이후로 예정됐고 나쁜 임대인 명단 공개 등은 국회 입법 개정이 불투명하다는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전세사기는 앞으로 벌어질 문제가 아니라 이미 벌어진 문제인 만큼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인데 일부 제도를 7월부터 시행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꼬집었다.

    사실상 제도로서 개인간 계약인 전세 문제를 해결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인과 개인간의 계약, 사적계약을 모두 공공이 통제할 수는 없기에 전세사기를 완벽 차단하라는 식으로는 정책 입안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대책을 먼저 시행한 뒤 제도운영 과정에서 제기되는 문제점들을 추가로 보완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팀장도 "처음에는 사기가 아니었지만 나중에 사기 형태로 변경되거나 계약 당시에는 깨끗했는데 추후 집주인 세금이 체납돼 경매로 넘어가는 등 사인간 거래에서는 의도치 않게 보증금 반환이 안 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강제력이 없는 한 '안심전세 앱'이 실효성을 갖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윤지해 팀장은 "앱에서 '이 주택은 얼마 이하로 계약해야 한다'는 정보를 준다고 하는데, 임차인은 당장 집을 찾아야 하는 처지기에 임대인과 중개인을 상대로 협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은영 소장은 "기존 앱에서 제공되는 정보만 늘렸을 뿐 여전히 강제력이 없다"며 "집주인의 인증 과정을 거쳐야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데, 집주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