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실적 두고 스탠스 고심당국 "손실흡수 먼저"… 앞다퉈 추가 충당금 적립주주 "배당 늘려라"… 자사주 소각, 환원율 제고일회성 비용 늘려 이익규모 줄이기 안간힘
  • 4대 금융지주ⓒ뉴데일리DB
    ▲ 4대 금융지주ⓒ뉴데일리DB
    사상 최대 실적을 쌓아올린 금융지주들이 주주환원책을 앞다퉈 내고 있다. 다만 배당금을 늘려왔던 그동안의 관행을 깨고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등 주가 제고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지난해 4조64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2년 연속 순이익 4조원을 돌파했다. 전년 동기 대비 약 15.5% 증가한 규모다. 4분기만 따로 떼어 보면 순이익은 326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8.9% 감소했다. 경기대응 충당금 1970억원을 추가 적립하는 등 일회성 비용을 늘렸기 때문이다.

    신한지주 이사회는 연간 배당금을 2065원으로 결의하고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및 소각도 결정했다. 배당금은 전년대비 105원 늘어난데 그치며 배당성향은 26.0%에서 22.8%로 낮아졌다. 하지만 지난해 두 차례에 걸친 자사주 소각을 반영하면 주주환원율은 30%로 전년대비 4%p 증가한다. 올해 실행 예정인 자사주 소각까지 반영하면 최대 33%까지 확대된다는 게 사측 설명이다.

    KB금융은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0.1% 증가한 4조4100억원을 기록했다. KB금융 역시 현금 배당성향은 26%로 유지하며 배당금은 2950원으로 전년대비 10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하지만 3000억원의 자사주 매입·소각 방식으로 주주환원율은 전년대비 7%p 늘어난 33%를 달성했다.

    우리금융도 올해 2분기 이후 순이익 중 4%가량을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방식을 통해 주주환원율을 3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배당성향은 25.3%에서 26%로 올리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우리금융은 3월 주주총회에서 올해 처음으로 분기배당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실적발표에 나서는 하나금융도 30% 안팎의 주주환원율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방식은 영업이익을 배당금으로 돌려주던 그동안의 은행주(株)들이 해왔던 방식과는 결이 다른 움직임이다. 배당을 노린 단기 투자자 외에도 주가 상승을 통한 장기 투자자들도 끌어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는 금융사들의 실적이 전년만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데 배당금을 우선 늘려버리면 투자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은행은 공공재'라는 당국 기조와 발맞춘 경향도 부인하기 어려운 지점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0일 "배당을 얼마나 할 것이냐 보다는 경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충분한 손실 흡수 능력을 갖췄느냐가 핵심"이라고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은행이 주주환원에만 집중한다면 고금리에 고통받는 중소기업·자영업자 등 취약차주에 대한 자금공급과 지원여력이 약화돼 우리 경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당금 확대를 꺼리는 움직임은 단기적으로는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우호적인 투자자들을 모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실적 발표를 기점으로 차익실현 물량이 출회될 가능성이 있지만 총주주환원율 30%에 더한 주주환원율 상향 논리가 명확히 확인될 경우 후행적으로 롱머니(장기투자금) 또한 유입될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