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보험사와 '3각 공조'보험사, 직접 탐정회사 운영하기도AI·빅테크 발달… 조사 효율성 제고40년 베테랑·금융전문 탐정 <현지 인터뷰>
  • ▲ 마츠우라 히로시 일본조사업협회 부회장(좌), 가나자와 히데오카 전무이사(우). ⓒ박지수 기자
    ▲ 마츠우라 히로시 일본조사업협회 부회장(좌), 가나자와 히데오카 전무이사(우). ⓒ박지수 기자
    1조 1000억.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액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기 적발액은 2017년 7302억, 2018년 7982억, 2019년 8809억, 2020년 8986억, 2021년 9434억으로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누적 피해규모는 4조 2500억에 달하고 45만명 이상 적발됐다.

    급기야 금융감독원은 '2023년 업무계획'을 통해 '보험사기 방지 특별법' 개정을 예고했다. 공·민영 보험사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함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 인력으로 보험사기를 수사하기엔 시간 및 경제적 비용이 상당하고 무엇보다 인력부족으로 현실적 한계가 많다"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일찌감치 '탐정'을 활용하고 있는 일본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마츠우라 히로시 일본조사업협회 부회장은 "일본 보험사는 탐정과 협업을 통해 보험사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면서 "한국도 현실적으로 가능한 가장 확실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탐정 천국으로 불리는 일본에서 활동하는 민간 탐정 규모는 대략 6만 명.

    히로시 부회장은 "그들은 공권력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에 진출해 보험사기와 같은 금융범죄를 앞장서 해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력 40년의 베테랑인 히로시 부회장과 금융전문 탐정으로 이름이 높은 가나자와 히데오카 전무이사를 만나 일본의 보험사기 동향과 탐정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처음 수임한 보험사기 사건은

    ▲약 30년 전 석탄회사다. 탄광 근로자 약 300명이 폐 질환에 걸렸는데, 회사에서는 산업재해로 인정받고, 보험사로부터는 보험금을 받기 위해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회사 측은 집단소송 구성원 중 거짓 환자 규모를 파악해 달라고 요청했다.

    -300명 중 거짓환자가 있었나

    ▲폐 질환이 걸렸다고 신고한 일부는 정기적으로 유산소 운동을 즐기고,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거나 심지어 흡연까지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심층조사 끝에 상당수가 거짓 환자로 밝혀졌다.

    -주로 어떤 경력을 가진 사람이 금융범죄 전문 탐정으로 활동하는지

    ▲수사 경험이 있는 전직 경찰관이 많고 금융범죄이다 보니 은행·보험사 등 금융권 출신도 상당수 활동하고 있다.

    -조사법은 어떻게 배우는지 궁금하다

    ▲보험사·손해보험협회가 탐정회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보험전문 탐정회사의 경우 자체적으로 교육과정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최근에는 보험회사가 지분투자 방식으로 직접 탐정회사를 운영하기도 한다.

  • ▲ 마츠우라 히로시 일본조사업협회 부회장. ⓒ박지수 기자
    ▲ 마츠우라 히로시 일본조사업협회 부회장. ⓒ박지수 기자
    -고객은 주로 보험회사일 것 같은데, 개인이 의뢰하는 경우도 있는지.

    ▲교통사고 피해자·가해자 모두 의뢰하는데 경찰의 수사에 불만을 느끼고 추가 분석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의 경우 합의금 협상 전 상대방의 신분이나 경제적인 상황 등을 파악하기 위해 의뢰한다.

    -개인과 보험회사 의뢰 비율과 수임료는 어느 정도인가

    ▲개인 20%, 보험회사 80% 정도로 법인이 압도적으로 많다. 수임료는 7~10일 기준 개인 의뢰의 경우 사건당 평균 30~40만엔(약 290~380만원)이다. 그러나 보험사는 100만엔(약 960만원)에서 시작한다. 조사를 시작할 때 3일간의 비용을 선수금으로 받고 조사가 끝난 이후 잔여 비용을 정산하는 방식이다. 물론 사건조사 기간이 길어지면 추가 비용 발생이 불가피하다.

    -보험사와 공조하는 경우도 있는지

    ▲대부분의 보험사는 독자적으로 조사팀을 운영한다. 그러나 회사에 법무팀이 있어도 로펌에 의뢰하는 것처럼 보험사도 외부 전문업체의 자문을 구하거나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 교통사고 사건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보험사에서 기본적인 자체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추가로 확인하고 싶은 내용이나 전문가의 자문이 필요한 사건이라고 판단될 때 찾는다.

    ▲손해보험협회는 보험사기 대책 등을 연구한 결과를 정기적으로 보고서 형식으로 발행한다. 아울러 각급 보험사와의 정보교환을 통해 보험금 부정 수령 의심자의 과거 보험금 수령 여부와 장소, 사고유형, 규모 등을 전반적으로 확인한다.

    -AI·빅테크 등의 발달이 보험사기 조사에 도움되는지.

    ▲절대적으로 도움이 된다. 보험사기 패턴을 예측하는 등 데이터 분석을 통해 범죄를 예방하면서 과거와 달리 수월하게 보험사기범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음성분석 시스템(voice analysis system)이 있는데, 보험사 사고접수 센터에서 신고자의 목소리 떨림 등을 정밀 분석해 의심정황을 포착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분석하기도 한다. 가령 눈 관련 질환으로 보험금을 수령한 사람이 영화, 드라마 관련 내용을 올리거나, 화재보험금 청구자가 화재 직전에 부동산을 매각하는 등 신상 전반을 파악해 추가 조사여부, 보험금 지급시기 등을 결정한다.

    -경찰과의 공조도 진행하는지?

    ▲당연히 공조한다. 경찰이 탐정회사에 조사보고서 제출 등 협조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교통사고의 경우 초기조사 의뢰가 상당한데, 사고발생 시 기초적인 사실관계를 자세하게 파악해 보고서를 작성한다. 자동차 사고 전문 탐정회사도 있다.

    한편, 일본의 탐정시장은 2006년 탐정업권법이 제정된 이후 매해 성장하고 있다. 일본 경찰청이 발행한 경찰백서에 따르면 일본 신규탐정 신고업체는 2020년 712개, 2021년 790개, 2022년 808개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