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사회, 차기대표 선임 공개경쟁 방식 재추진구현모 대표 연임 원점으로… 정부 및 국민연금 등 외풍 원인멈춰선 임원 인사·조직 개편, 조직 불안감 속 기업가치 하락 우려만
  • KT 이사회가 차기 대표이사(CEO) 선임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결정하면서 구현모 대표의 연임도 불투명해졌다. 장기화되는 CEO 인사에 경영로드맵 차질은 물론, 조직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10일 KT에 따르면 이사회는 공개 경쟁 방식으로 차기 CEO 선임 프로세스를 재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KT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구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단독으로 추천했다.

    하지만 구 대표가 복수 후보 검토 요청을 하면서 KT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추가 경선에 돌입했다. 이는 KT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투명성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구 대표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KT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13명의 후보자 가운데, 7차례의 심사를 통해 구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 최종 후보자로 확정했다. 구 대표가 선정된 배경으로는 과감한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 및 성공적인 디지코 전환, 서비스매출 16조원 돌파, 주가 90% 상승 등 주주가치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한 차례 경선을 마친 KT로서는 구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됐지만, 올 초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정부와 여당에서도 소유분산 기업의 제도개선 마련이 시급하다며 구 대표의 연임에 문제 제기에 나선 것.

    KT 이사회는 고심 끝에 구 대표의 연임 절차를 백지화되고, 후보자 선정 과정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결정에 구 대표는 차기 대표이사 후보 권리를 주장하지 않고 재차 공개 경쟁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그는 "밀실에서 이사회와 '짜고 치는 식'으로 차기 대표가 됐다는 오해를 받고 싶지 않다"며 "공개 경쟁을 통해 투명성과 객관성을 증진하는 데 KT가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KT 인사에 외풍의 입김이 작용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시각을 보낸다. KT는 2002년 민영화 이후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입맛에 맞는 회장을 선임하는 것이 관례처럼 굳어진 조직이다.

    이에 '무늬만 민영통신사'라는 오명과 함께 회장들이 줄줄이 불명예로 중도 퇴진한 흑역사를 안고 있다. 단순한 진영 논리가 아닌, 급변하는 통신 시장에서 조직을 유연하게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KT 내부적으로도 장기화되는 CEO 선임 과정에 피로감이 높은 상태다. 경영로드맵이 구체화되지 않고 있는 데다가, 연말 임원 인사 및 조직 개편이 아직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총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 또다시 경선을 진행하는 게 시간적으로도 빠듯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구 대표의 외부 일정에도 차질이 불가피, 기업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KT는 지난해 연간 매출 25조원을 넘기는 사상 최대의 실적을 거뒀지만, 컨퍼런스콜 및 투자자 대상 코퍼레이션데이에 구 대표가 불참했다. KT 주가 역시 3만 4000원 수준으로 지난해 12월 대비 4000원 가량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구 대표는 2020년 선임 당시 내부 출신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며 "정치적 논리가 아닌 경영 성과적인 측면에서 자질을 보는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KT 이사회는 내달 7일 면접 심사를 진행, 최종 후보를 확정한다. 이후 3월 말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