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특허 사업, 고통분담 참여해야" 이복현 '과점 완화' 검토 지시5대은행 예금·대출 67~77%대 점유
  •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뉴데일리DB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뉴데일리DB
    금융당국이 국내 5대 시중은행의 과점 체제를 완전 경쟁 체제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한 '돈 잔치' 비판이 이어지면서다.

    15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5대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 체제를 깨고 다른 시장 참여자들이 진입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은행간 여수신 경쟁을 촉진해 과도한 예대금리차를 막겠다는 취지다. 금융권 관계자는 "완전 경쟁을 통해 효율적인 가격을 소비자들에게 제시하겠다는 것"이라며 "이 외에도 다양한 보완 제도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3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은행의 '돈 잔치'로 국민들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는 지시의 후속 조치로 보인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 임직원이 받은 성과급이 1조3000억원을 넘어서는 등 이자장사를 통해 올린 수익으로 파티를 열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금리인상기에 벌어지는 예대금리차 확대 현상으로 실적이 오른 만큼 오롯이 은행 경영실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원장은 최근 금감원 업무계획 기자간담회에서 "금융사의 우수한 직원들의 기여를 통해 성장과 이윤창출이 이뤄졌기 때문에 성과급 지급을 원론적으로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면서도 "지난해 국내 금융시장이 어려울 때 채안펀드 등을 통해 시장을 받쳐준 측면이 있고 금융당국의 역할과 다른 금융권이 도와준 부분도 있는데 오롯이 금융사의 공으로만 돌리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통신과 금융 등 과점상태의 정부특허 사업은 고통분담에 참여해야 한다"고 거듭 날을 세웠다.

    전체 18개 은행으로 구성된 제1금융권에서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예금 점유율은 77%에 달하며 대출 점유율도 67%에 이른다. 과점 체계를 구축해 사실상 금리 단합이 가능한 구조라는 얘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과점 체제를 이용해 쌓아올린 실적을 마치 자신들이 이룬 것처럼 성과급이나 배당을 뿌리는 관행을 끊어내야 한다는 기조가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브렉시트(EU 탈퇴) 과정에서 나타난 챌린저 은행이 선행 모델로 주목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 영업점 확대 등 과도한 초기 비용을 들이지 않는 대신 혁신적인 디지털 솔루션으로 전통 은행과 차별화되는 핀테크와 접목한 형태의 은행이다. 이미 국내에는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 등이 여수신 업무와 상품을 늘려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뱅이나 토스 등 디지털은행을 통한 대출증가율이 급격히 높아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은행이 기존 과점체제에 진입할 수 있도록 개방된 마음으로 인허가 문제 등을 고려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