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박자' 쉬어가지만 안개 '자욱'천천히 올리고, 천천히 내리는 '과거의 방식'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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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23일 기준금리 3.5% 동결 결정을 내림에 따라 고금리로 고통받는 경제 주체들은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한은은 아직 금리인상 기조가 끝난 게 아니라며 '한 박자' 쉬어가는 성격이라고 강조했다. 안개가 너무 자욱해서 일단 자동차를 멈춘 것이라는 설명인데, 한은이 걷히길 바라는 '안개'는 과연 무엇일까.

    ◇올해 예상 물가 경로 = 한은이 목표로 하는 소비자물가 수준은 2%다. 그런데 지난해 2분기부터 5% 위로 튀었고, 이에 7차례 연속 금리인상으로 대응했다.

    기준금리를 3.5%까지 올리자 물가는 진정세를 보였고, 최근 3개월 간은 5.0~5.2%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한은의 물가 목표는 2%이므로 5%는 여전히 용납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러면 왜 더 인상하지 않았을까. 이유는 금리인상 효과가 시차를 두고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은은 향후 물가를 2월 5% 안팎, 3월 4%대, 연말 3%대를 예상하며 연간으로는 3.5%를 제시했다. 하락 추세가 연중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연준, 유가 등 안개 '자욱' = 그럼에도 한은이 '금리인상' 기조를 강조한 것은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그만큼 만만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우선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 속도가 너무 느리다. 최종금리 컨센서스가 5%에서 5.5%로 올라가는 것도 모자라 6% 얘기까지 나온다. 한국과 금리격차가 너무 벌어지면 환율 등 시장은 요동칠 수밖에 없다.

    유가도 주요 고려사항이다. 직전 금통위에서는 올해 유가를 평균 93달러 정도로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훨씬 낮은 수준을 보였다. 수정 전망처럼 올해 85달러를 기록한다면 물가에 도움이 되겠지만 중국 리오프닝, 우크라이나 전쟁 등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특히 중국의 리오프닝은 현재 유가에 미반영된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공공요금도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한은은 가스, 전기요금 상승세가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예측치에 선반영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유가가 급등하거나 교통, 통신 등 추가 인상 요인이 발생할 경우 전망치는 수정될 수밖에 없다.

    ◇"롤러코스터는 피하고 싶다" = 한은은 일단 3.5%가 한 박자 쉬어가는 타이밍이라고 봤다. 더 올렸다가 갑자기 내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면 한은은 롤러코스터 주범이 된다. 롤러코스터는 경착륙을 의미하고, 경착륙은 국민들에게 큰 고통을 준다.

    이에 한은은 동결을 결정하면서 인상 여지를 열어두는 선택을 했다. 이창용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불확실성을 고려해 금리를 동결했다"면서도 "금리인상 기조가 끝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금리를 인상(인하) 하더라도 시차를 두고 진행해 온 것이 일반적이었으므로 '과거의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당부했다.

    결국 천천히 올리고, 천천히 내리는 '과거의 방식'으로 돌아갈 수 있느냐 여부는 대내외 경제 여건을 둘러싼 '안개'가 언제, 어떻게 걷히는지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