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잔액 항목 추가키로소비자 혼란 가중"취지 공감하지만 경쟁 요인 작아"
  • ▲ 서울시내 한 은행의 대출금리 안내 현수막ⓒ연합뉴스
    ▲ 서울시내 한 은행의 대출금리 안내 현수막ⓒ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오는 7월부터 은행들의 예대금리차 공시를 강화키로 하면서 시중은행들의 눈치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TF를 통해 예대금리차 공시 확대 방안을 추진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선거 공약이기도 했던 예대금리차 공시 강화는 지난해 8월부터 가계대출 중심으로 시행 중이다.

    당국은 은행의 핵심 수익지표인 잔액기준 예대금리차를 공시 내용에 포함시키고 소비자 관심이 큰 전세대출 금리차도 공개하는 방안을 주문했다.

    금융권은 예대금리차와 함께 대출금리, 예금금리 등 상세 금리정보도 모두 잔액기준으로 공시해야 한다. 잔액기준 예대금리차는 한국은행 가중평균금리와 동일하게 산정되며 신규취급액 기준에 포함되지 않는 요구불예금 및 마이너스 통장 대출도 포함된다.

    실제로 신규취급액 기준 예대금리차는 지난해 1월 1.8%p에서 올해 1월 1.63%p로 감소했지만, 잔액기준으로는 2.24%p에서 2.58%p로 증가했다. 당국 압박에 앞다퉈 대출금리 인하에 나섰지만, 기존 차주들의 이자부담은 여전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덕분에 은행권 당기순이익은 2021년 16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18조9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당국은 예대금리차 공시 강화를 통해 은행권 금리 경쟁을 촉진하고 중장기적 영업전략 안착을 기대 중이다. 강영수 금융위 은행과장은 "잔액 기준은 신규 기준보다 금리 변동에 따른 영향이 비교적 작다"며 "시중금리의 과도한 상승시 대출금리 상승폭을 완화할 수 있는 지표상품 개발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은행권은 시큰둥한 표정이다. 공시 항목 확대가 금리 경쟁으로 이어지다는데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미 충분히 많은 항목이 공시되고 있어 오히려 소비자 혼란만 부추길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 ▲ 서울시내 한 은행의 대출금리 안내 현수막ⓒ연합뉴스
    현행 공시제는 예대금리차와 기업대출을 제외한 가계예대금리차, 정책서민금융을 제외한 가계예대금리차 등 3가지 항목이 매달 20일 발표된다. 대출금리, 수신금리 등 개별항목을 포함하면 18개 금리가 은행별로 공시되는데 당국 강화안이 시행되면 48개 항목으로 늘어난다.(표 참조) 항목이 늘어날수록 공시 정보를 활용하는 소비자 선택이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하다.

    은행 사정에 따라 매달 달라지는 예대금리차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매달 하순(20일) 직전월 금리차가 고지되는 등 시차가 넓다보니 실제 예비대출자가 공시를 통해 상품을 선택할 요인이 작다는 얘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금수급 현황에 따라 매달 예대차는 달라질 수 밖에 없는데 이를 줄세운다 하더라도 금리경쟁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금융소비자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실제 은행간 금리차는 크지 않고 담합도 불가능한 구조"라며 "당국 입김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란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