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제안 등 안건 통과 기업 9곳 중 3곳 불과 이마저도 일부 승리 그쳐…주가는 크게 '출렁'먹튀 가능성 우려도…"행동주의 책임의식 강화 필수"
  • 올해 적극적인 주주 제안으로 목소리를 키우며 관심을 모았던 행동주의 펀드들이 막상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는 덴 실패하면서 반쪽짜리 성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히려 주주활동 타깃이 된 기업들의 주가 요동으로 변동성만 키웠다는 평가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정기 주총서 행동주의펀드는 주주제안을 하거나 특정 안건을 지지한 기업 9곳 중 6곳에서 고배를 마셨다.

    안다자산운용과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는 KT&G에 대해 동시 공격에 나섰지만 이사회 승리로 마무리됐다.

    주총 안건으로 안다운용은 주당 7867원, FCP는 1만원의 배당을 요구했으나 사측의 추천안인 주당 5000원 배당안이 가결됐다. 사외이사 증원과 FCP가 요구한 자사주 소각 및 취득 안건 역시 무산됐고, 인삼공사 분리상장은 안건으로 채택되지도 못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JB금융지주에 대해 주당 900원 배당과 김기석 사외이사 선임을 요구했지만 주총장서 모두 부결됐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과 BYC에 대해 현금배당안, 자사주매입 등을 요구했지만 전부 고배를 마셨다.

    KISCO홀딩스에 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감사위원 선임을 요구한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도 소액주주와 연대했지만 주총서 부결됐다.

    쿼드자산운용의 하이록코리아 주주 활동도 실패로 돌아갔다. 이사회가 상정한 감사 선임안이 주총을 통과하면서 쿼드운용이 주주제안을 통해 반대를 제기한 안건은 자동 폐기됐다.

    행동주의펀드의 제안이 관철된 곳도 있지만 이마저도 일부 승리에 그쳤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에스엠엔터테인먼트의 이사회 구성안을 포함한 주주제안을 주총에서 통과시켰다.

    남양유업에 대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의 감사 선임안은 통과했지만 배당 확대 등 다른 안건은 부결됐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의 한국알콜 감사위원 겸 사외이사도 통과됐다. 다만 소액주주 측이 제안한 배당안은 주총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올해 행동주의펀드들의 성과는 절반의 성공으로 평가된다.

    주총을 앞두고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지배구조 개선 등을 제안하며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얻어냈지만 결과적으로 주총 문턱에서 이들의 표 집결엔 실패했기 때문이다.

    정작 이 과정에서 관련 기업들의 주가만 큰 폭으로 오르내리며 변동성이 커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KT&G의 지난 5일 기준 주가 주주행동에 힘입어 주가가 상승했던 지난 1월 25일 연고점(9만6400원) 대비 12.96% 급락했다. 지난달 3일 56만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던 BYC 주가는 주총 당일과 다음날 각각 1.56%, 7.82% 하락하는 등 다시 43만원대로 내려왔다.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주가도 마찬가지다. 카카오와 하이브의 지분 경쟁이 더해지면서 두 달 만에 두 배 가까이 뛰며 15만원대를 돌파했던 에스엠 주가는 지난 5일 종가 기준 9만6200원까지 떨어졌다.

    주가가 크게 출렁이자 소액주주 사이에서는 행동주의 펀드의 '먹튀'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기도 했다. 명분은 주주가치 제고지만 속내는 기업 주가를 단기 부양해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주 행동주의가 전문성과 책임성을 갖지 않은 채 단기 수익만을 추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될 경우 다른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거나 회사에 손해를 야기시킬 수 있다"며 "기업의 미래 성장을 위해 활용해야 할 자원을 주주에게 전달하면서 기업의 장기적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향후 주주 행동주의가 성과를 내려면 다른 주주들과의 연대 및 책임 의식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이상헌 연구원은 "주주행동주의 단독으로는 기업의 행동을 바꿀 수 없기 때문에 다른 투자자와 연합하거나 기관투자자 내지 일반주주를 우호세력으로 만드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주주행동주의가 제기하는 이슈가 일관성 있고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