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하반기 진출, 다른 완성차도 검토기존 중고차 업계와 충돌 불가피, 순기능 기대감2026년 대기업 비중 10%, 기업형 재편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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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자동차 제조사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하면서 기업형 업체(엔카닷컴, 케이카, 리본카, 오토벨 등) 위주로 변화가 예고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하반기 중고차 시장 진출이 가시화됐다. 각각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금융상품 판매대리·중개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정관 변경안이 승인됐다. 5년, 10만km 이내 자사 차량을 대상으로 한 인증 중고차 판매가 이뤄질 전망이다.

    현대차·기아 외 국내 완성차 업계도 중고차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KG모빌리티는 주주총회를 통해 하반기 인증 중고차 사업진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르노코리아와 한국지엠은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는 모습이다.

    2021년 기준 국내 중고차 시장 규모는 연간 260만대, 매매 규모는 약 30조원 수준이다. 거래 대수로 따지면 중고차 거래량이 신차 판매량에 비해 약 1.4배 더 많다. 선진국 자동차 소비구조와 비교했을 때 중고차 판매 활성화 수준이 50~70% 정도로 낮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으로 분류된다.

    중고차 구입과 판매 경로는 당사자 거래가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가운데, 점차 기업형 업체와 플랫폼의 점유율이 높아지는 추세다. 기존 매매단지 중심의 중고차 시장은 허위매물과 사고이력 조작 등 부정적인 인식으로 소비자들의 불신이 만연하기 때문이다.

    시장 규모에 비해 소비자에게 불리한 중고차 시장의 특성은 대기업에 시장 진출 기회가 열리는 계기가 됐다.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차거래 앱 이용 경험이 있는 소비자 13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진출에 대해 5점 만점에 4점으로 찬성했다.

    소비자 요구라는 당위성을 획득한 완성차 업계는 인증 중고차를 비롯한 다양한 사업 모델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는 정보 비대칭 해소를 위한 통합 정보 포털을 오픈하고, 차량을 판매한 소비자가 신차 구매 시 할인해주는 보상판매 등을 기획하고 있다. 기아는 ‘선구독 후구매’ 프로그램을 통한 중고차 구독 상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대기업의 중고차 진출 영향은 시장에서 당장 크지 않을 전망이다. 5년·10만km 이하 자사 매물로 한정됐고, 시장 점유율도 1년 동안 전체 판매량의 2%대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자동차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완성차 브랜드의 중고차 시장 예상 점유율은 2026년 기준 7.5~12.9%로 10대 중 1대 꼴이다.

    다만 대기업이 5년·10만km 이내 매물을 취급하는 만큼 가치가 높은 매물이 대기업 위주로 몰릴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현대차·기아는 인증 중고차 이외 매입 물량은 경매 등을 통해 기존 매매 업계에 공급하고, 중고차 산업 종사자 교육도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기업형 업체들은 대기업 진출에 대해 걱정과 기대가 공존하는 모습이다. 시장 신뢰도를 회복하고 시장 자체가 커질 것으로 예상하는 것과 동시에 점유율과 매물을 독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체들은 상품화 과정과 판매방식, 수수료 체계 등이 각각 다른만큼 하반기 본격적인 대기업 진출에 대비해 차별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한편, 지난해 출고대기 장기화로 인해 중고차가 신차 가격을 뛰어넘기도 했던 가격 이상현상이 종결됐다는 점도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다. 반도체 수급 문제와 더불어 인기가 높은 일부 차량은 여전히 출고대기 기간이 길지만, 중고차 시세는 전체적으로 안정세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인증 중고차와 포털을 통한 투명한 정보공개로 기존 매매단지에서 일삼는 허위매물, 성능 기록부 조작, 강매 등 부적절한 판매 행위는 설 자리를 잃게될 것”이라며 “대기업 진출을 필두로 기업형 중고차 판매업체들이 주류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가 관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