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현대차證 등 수년 만에 상장 주관…주가도 화답KB‧NH證 등 기존 강자 대형사 부진…IPO 시장 지각변동코스닥 질주 속 소규모 IPO 활발…중소형 증권사 기회
  • ▲ 여의도 증권가 ⓒ정상윤 기자
    ▲ 여의도 증권가 ⓒ정상윤 기자
    국내 기업공개(IPO) 주관 시장 내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그간 대형 증권사 위주로 이어지던 주관 시장에서 중소형 증권사들이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영증권, DB금융투자, IBK투자증권, 키움증권, 현대차증권 등 그간 IPO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않던 중소형 증권사들은 올해 1분기 상장 주관사로 참여했다.

    이들이 상장을 맡은 기업들은 투자자들로부터 높은 관심을 받았다. 

    올해 1월 반도체 특수가스 제조 기업 티이엠씨를 상장시킨 한화투자증권의 경우 지난 2012년 이후 약 약 11년 만에 단독 주관 업무를 맡아 주목받았다. 비록 수요예측과 청약에서 흥행에 성공하진 못했지만, 주가는 공모가(2만8000원)보다 50% 이상 오르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신영증권은 지난달 통신장비 반도체 설계업체 자람테크놀로지의 코스닥 입성을 성공시켰다. 회사는 자람테크놀로지가 앞선 두 번의 수요예측에서 부진을 겪자 구주매출을 없애고 공모가 희망 범위를 낮춰 재도전에 나섰다.

    자람테크놀로지는 공모청약과 수요예측에서 각각 1702대 1, 1030.65대 1의 네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끌어냈다. 상장일엔 장중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에 형성된 뒤 상한가 도달)까지 기록했으며, 현재 주가도 공모가보다 75%가량 높다.

    DB금융투자는 올해 첫 바이오 IPO 주자였던 바이오인프라의 상장을 주관했다. 바이오인프라의 경우 기관 수요예측에서 1594.9대 1, 일반청약에서 1034.7대 1의 경쟁률을 각각 기록, 흥행에 성공했다. 

    바이오인프라 또한 상장일 장중 따상에 잠시 성공했다. 현재 주가는 공모가(2만1000원) 대비 47%가량 오른 상태다. 

    현대차증권은 지난 2020년 12월 이후 약 첫 IPO 대표 주관 실적을 냈다. 회사는 미래에셋증권과 함께 지난 1월 올해 1호 IPO 상장 기업인 한주라이트메탈을 코스닥 시장에 상장시켰다. 한주라이트메탈은 상장 이후에도 공모가(3100원) 대비 2배가 넘는 주가를 유지 중이다.

    올해 중소형 증권사들이 약진하는 사이 기존 IPO 강자로 불리던 대형 증권사들은 다소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실제 지난해 8개 기업의 상장을 주관한 KB증권의 경우 올해는 주관 실적이 아직 없다. NH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 하나증권은 각각 1개사의 상장을 주관하는 데 그쳤다.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도 큰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컬리, 케이뱅크, 오아시스 등 대어급 기업들이 상장 계획을 줄줄이 철회하면서 대형 증권사들의 주관 실적도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들은 주로 대어급 딜을 따내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치지만, 올해 들어선 ​초대형 IPO 부재하면서 숨 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라며 "최근 시장 상황이 작년과 비교했을 때 개선된 만큼 2분기부터 본격적인 재도약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국내 증시가 코스닥 시장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반등세를 보이는 점도 중소형 증권사에 유리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로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소규모 기업들의 IPO를 주관하는 중소형 증권사들이 수혜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라며 "최근 코스닥 시장 내 거래대금이 급증함에 따라 주가도 상승 추세를 보인 점도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당분간 IPO 주관 트랙레코드를 쌓는 중소형 증권사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하이투자증권, 유안타증권, 교보증권 SK증권 등은 저마다 IPO 주관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하이투자증권과 교보증권은 각각 2년 3년여 만에 상장을 주관한다. 

    성현동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공모 시장은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회복되는 분위기"라며 "IPO 시장 침체로 조 단위 대형 기업공개는 지속해서 연기되고 있으나, 중소형 공모주의 경우 수요예측 절차에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며 투자 심리가 회복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