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농협경제지주 6월 입찰업계, '내수 VS 수출' 수익성 고민주유소업계 “불공정 경쟁만 심화… 1800곳 폐업"“정부, 대중적 환심 사기 위한 정략적 꼼수” 논란도
-
국내 정유 4사(SK에너지-에쓰오일-GS칼텍스-현대오일뱅크)가 새 알뜰주유소 공급사로 참여할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할 수 있지만, 최저가 낙찰제로 수익성이 낮아 다른 사업에 집중하는 게 이득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나 홀로 정부 지원을 받는 알뜰주유소가 최근 급증하고 있는 일반 주유소 폐업에 일조, 오히려 시장 경쟁 저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18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와 농협경제지주는 오는 6월 새로운 알뜰주유소 기름 공급사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낼 계획이다. 이들은 국내 정유사 입찰을 통해 물량을 공동구매한 뒤 알뜰주유소에 공급한다.앞서 2019년 SK에너지와 에쓰오일이 각각 중부(수도권-강원-충청)와 남부(영남-호남)의 알뜰주유소 공급사로 선정됐고, 계약 기간을 2년 연장해 오는 8월 만료된다. 고속도로 알뜰주유소를 운영하는 한국도로공사는 입찰을 별도 진행한다.알뜰주유소는 지난 2011년 12월 국내 유가 안정화 취지로 도입됐다. 정부는 초기에 세제 혜택, 여신 지원, 재정 지원 등을 복합적으로 제공했다. 지금도 여신 및 재정 지원은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1305개소가 운영 중이며, 전체 주유소 중 11.1%를 차지한다.우선 정유업계는 공급사 선정에 대해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공급사로 선정되면 2년간 꾸준히 기름을 공급할 루트가 생겨 내수사업상 나쁘지 않다. 다만 최저가 낙찰제로 마진이 별로 남지 않는게 단점이다.게다가 국제유가가 올라도 납품가격을 조정할 수 없어 원가 상승분을 그대로 떠안게 된다. 원유를 수입해와 가공해 되파는 국내 정유사들의 경우 자칫 손해를 볼 수 있는 구조다.수익성이 좋은 수출에 주력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정유업계는 매출의 70% 안팎을 수출로 벌어들이며, 국내 수출품목 2위를 지키고 있다.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S-OIL-현대오일뱅크)는 고가에 원유를 사와 정유제품을 더 비싸게 수출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냈다. 이들은 지난해 약 73조7400억원에 달하는 정유제품을 해외에 판매했으며, 덕분에 연 총 12조원이 넘는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업계 관계자는 “수출 시장이 2년 정도 호조가 예상되면, 국내 알뜰주유소에 공급하지 않고 수출로 이익을 극대화하는 게 최상일 것”이라고 말했다.다만 “국제유가 등 정유산업은 당장 내일도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알뜰주유소 물량이 2년간 묶이는 만큼 현재로선 각사가 선뜻 결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알뜰주유소가 주유소 업계를 망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주유소는 1만988개로, 전년대비 198개 감소했다. 알뜰주유소가 도입된 2012년(1만2803개) 이후 1800여개 주유소가 문을 닫았다. 이미 과열된 시장 경쟁 속에 알뜰주유소가 들어와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는 게 협회 측 설명이다.일반주유소를 운영 중인 이모 씨는 “(알뜰주유소가) 소비자 후생을 높여준 거 맞는다”면서도 “공정하지 않은 방식으로 일반주유소 사업자들에게 손해를 끼쳤다”고 꼬집었다.그러면서 “정부가 대놓고 특정 사업자들을 밀어주는 제도는 알뜰주유소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는 자유시장경제에 반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또 다른 운영자인 김모 씨는 “기름은 품질 차이가 없어, 특히 가격 경쟁이 심할 수밖에 없다”면서 “인근 알뜰주유소가 싸게 팔면 일반주유소도 경쟁하기 위해 가격을 내릴 수밖에 없어 결국 이익은 거의 안 남고 적자 보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토로했다.알뜰주유소 정책이 정부의 정략적 꼼수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업계 관계자는 “10년간 보수와 진보 쪽이 정권을 다 잡았음에도, 알뜰주유소 정책만은 유지시킨 이유는 기름값이 민생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또 유가가 오르면 정부가 자칫 대중적 비난을 받을 수 있기에 정략적 판단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