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확산에 리테일 기반 키움증권 신뢰도 타격 불가피투자자 비판·불매운동 조짐까지…투자자단체도 압박"우연 설득력 떨어져" VS "초대형IB 앞두고 무리수 불가" 해석 분분
  •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폭락 사태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으로 수사선상에 오르면서 라덕연 H투자자문사 대표와 치열한 법적 공방이 본격화되고 있다. 의혹이 확산되는 가운데 리테일 기반의 그룹 핵심 계열사인 키움증권에 대한 신뢰도 역시 적지 않은 타격을 받고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키움증권과 김익래 회장은 최근 주가 폭락 사태의 배후로 자신들을 지목한 라덕연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회사 관계자는 "다우데이타 주식 매도는 관련 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됐고 관련 공시도 모두 이행했다"며 "라씨는 자신의 책임을 희석하기 위해 마치 김 회장이 위법행위를 한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라 대표는 그간 언론 인터뷰에서 "하한가 사태로 진짜 이익을 본 사람은 따로 있다"며 폭락 사태의 원인이 김 회장에게 있다고 주장해왔다.

    실제 김 회장은 다우데이타 폭락 2거래일 전인 지난달 20일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주를 주당 4만3245원에 매도해 논란에 불을 붙였다. 김 회장은 이번 처분으로 약 605억원을 확보했다.

    키움증권 측은 김 회장의 지분 매각은 증여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결정이었다며 SG증권 사태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회사는 "주식 가격을 하락시키기 위해 키움증권이 인위적으로 반대매매를 실행했다는 취지의 라 대표 발언은 실시간으로 자동실행되는 CFD 반대매매의 구조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악의적 의도를 갖고 교묘하게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미 발판으로 성장한 키움증권, 신뢰도 타격 불가피

    치열한 네탓 공방이 오가는 가운데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개인 투자자들의 시선은 따갑다.

    키움증권은 명실상부 국내 증권업계 리테일 점유율 1위 증권사로, 지난 2000년 설립된 이후 개미 투자자들의 높은 충성도를 발판 삼아 몸집을 키웠다.

    회사는 저렴한 수수료와 투자지원금 이벤트는 물론 각종 투자 기능이 담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 높은 시장 지배력을 지속해왔다. 신생 증권사 출현 등 갈수록 심화되는 경쟁 환경에서도 키움증권은 오랜 업력을 기반으로 공고한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의혹이 확산될 수록 키움증권에 대한 신뢰도 타격은 불가피한 모습이다. 주식커뮤니티나 종목토론방에서 회사에 대한 날선 비판과 함께 계좌해지 등 불매 의사를 보이는 투자자들의 글도 적지 않다.

    투자자단체의 압박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성명서를 통해 "키움증권 측은 김 회장 매도가 증여세 마련을 위한 우연이었다고 강변하지만 세간의 의혹이 커지고 있다"며 "김 회장이 떳떳하다면 본인이 전면에 나서서 605억원을 주고 블록딜 물량을 가져간 주체가 작전 세력이 아니었음을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다.

    주가도 직격탄을 맞았다. 키움증권의 주가는 SG사태 폭락이 시작된 지난달 24일 이후부터 지난 2일까지 6거래일 연속 내리막길을 걸으며 9% 가까이 하락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업계의 해석은 갈린다. 김 회장의 지분 매각이 우연이라고 보기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의심이다.

    증권사 한 PB는 "이번 사태가 있기 전부터 증권가에선 주가 조작 의혹에 대한 풍문이 돌았다"면서 "우연이라고 하기엔 시점이 너무 절묘하다"고 전했다.

    반면 대형 증권사를 핵심 계열사로 둔 그룹 소유주가 자본시장의 대표적인 불공정거래인 시세조종에 가담했다는 것은 믿기 힘들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나 키움증권은 연내 초대형IB 진출을 목표로 공들여왔던 상황이다. 김 회장의 연관성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인해 초대형IB 인가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황현순 키움증권 사장은 이번 논란에 대해 근거 없는 얘기라고 일축하면서 "키움증권이 작은 증권사가 아니고 4조원짜리 대형사에다가 초대형IB도 신청하려고 하는데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