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비용 급증이자 비용 2.8조 '역대 최대'본업인 지급결제 '0' 수준무이자 할부도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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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주]금융회사의 실력은 위기에서 판가름난다고 합니다. 2022년은 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급격한 금리인상,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금융 시장이 휘청이는 한 해였습니다. 제1금융권으로 불리는 은행은 금리 인상이라는 호기를 맞아 전반적으로 높은 수익을 달성했지만, 제2금융권은 그렇지를 못했습니다. 위기 상황에 적극적으로 잘 대응해 높은 수익을 실현한 회사도 있지만, 부동산 PF에 ‘올인’ 했다가 생존 위기를 겪은 회사도 많습니다. 금융 위기설이 끊이지 않는 즈음, 뉴데일리는 제2금융 업권별 대응 전략과 그에 따른 올 한해 전망을 짚어보고자 합니다.

    카드업계가 영업환경 악화로 고전 중이다.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본업인 '지급결제'의 수익성이 날로 떨어지고 있는데다 시장을 노리는 빅테크의 기세도 매섭다. 설상가상으로 한동안 고금리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채무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신사업 발굴 등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공사례는 보이지 않는다.

    ◆가파른 이자 비용 증가에 "실적 눌렸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8개 신용카드사(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하나·우리·BC카드) 전체 순이익은 전년보다 1076억원 줄었다. 총비용이 1조8531억원 크게 증가하면서 순이익 감소를 유발했다.

    반면 이자비용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카드사가 지출한 이자비용은 총 2조7590억원으로 전년(1조 9336억원) 대비 42.7% 늘었다. 

    카드사별로 보면 신한카드는 같은 기간 이자비용으로 6647억원을 지출하면서 38.9%포인트 증가했다. KB국민카드와 삼성카드도 4676억원, 4341억원으로 각각 34.7%포인트와 33.1%포인트 늘었다. 하나카드도 51%포인트 증가한 1741억원으로 집계됐다.

    카드업계의 이자 부담이 가중된 이유는 조달 금리가 빠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4월부터 기준금리를 7번 연속 인상하면서 카드사의 조달 금리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카드사는 수신기능이 없어 예금을 받지 못하는 '여신전문금융기관'으로 주로 여신전문금융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융통하기 때문에 금리 인상에 더 무기력했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무보증 여전채(금융채Ⅱ·AA+) 3년물의 평가사 평균 금리는 지난해 초 2%대를 기록했지만 '레고랜드 사태', '흥국생명 사태' 등으로 채권 시장이 불안해지면서 11월에는 최고 6%를 넘어서기도 했다. 올해 1월 5%대에서 3월 4%대로 낮아졌지만, 지난해 하반기 고금리에 자금을 조달한 여파가 잔존하는 모습이다.

    채권발행이 여의치 않자 카드사들은 외부 차입을 통해 부족한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카드업계의 차입금 규모는 43조7647억원으로 42.9%포인트 급증했다. 문제는 상대적으로 만기가 길고 금리가 낮은 채권에 비해 단기 성격의 차입은 금리가 높다는 점이다. 지난해 카드사들의 차입금 이자 비용은 109.2%포인트 증가한 9069억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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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금리에 드러난 체력… 삼성 '웃고' 하나 '울고'

    고금리에 따른 조달금리 상승 등 외부 악재에 대부분의 카드사는 고전을 면치 못했으나, 삼성카드는 10%대의 성장세를 보이면서 약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카드는 카드채 금리가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전 만기 3년 이상의 장기 여전채로 자금을 조달하면서 고금리 기조에 선제적으로 대처했다. 2021년 말 기준 삼성카드의 3년 이상 장기채 비중은 이미 42.5%로 2021년 25%보다 17.5%포인트 늘었다. 이같은 조치로 신규 조달금리는 4.8%까지 올라갔지만, 총차입금리는 2.6%로 전분기대비 18bp 상승에 그쳤다.

    비용 효율화에 역량을 집중하는 내실 경영 전략도 유효했다. 모집인수수료∙판촉비∙광고선전비∙인건비 등 전 부문이 감소하면서 판관비율도 크게 하락했다. 판매관리비는 2021년 1조9438억원에서 2022년 1조9153억원으로 1.5%포인트 줄어들면서 총상품자산 평균잔액 대비 판매관리비 비율은 8.2%에서 7.1%로 1.1%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하나카드의 누적 순이익은 1920억원으로 23.4%포인트 줄어들면서 금융지주계 카드사 중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하나카드가 전년과 비교했을 때 역성장한 것은 지난 2019년 이후 4년 만의 일이다.

    영업이익과 이자이익이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2473억원으로 전년(3445억원) 대비 28.21%포인트 줄었다. 이자이익은 전년(4720억원) 대비 16.23%포인트 감소한 3954억원을 기록했다. 수수료이익도 같은 기간 전년(2326억원) 대비 3.05%포인트 내린 2255억원으로 나타났다.

    수익은 줄고 비용은 증가했다. 수수료 비용은 3316억원을 기록하면서 2781억원이었던 지난해보다 19.2%포인트 늘었다. 이자비용도 1741억원으로 같은 기간 1153억원에서 51%포인트 급증했다. 

    하나카드가 유독 고금리에 취약한 모습을 보인 이유는 지난해 내내 진행했던 무이자 할부 혜택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하나카드는 지난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백화점·아울렛 최대 12개월 ▲온라인쇼핑·가전 최대 8개월 ▲손해보험 최대 10개월 등 파격적인 무이자 이벤트를 진행했다. 

    무이자 할부는 카드사 입장에서 비용 부담이 있는 서비스다. 할부는 결제금액을 분할 납부하는 것으로 수수료가 붙는데, 무이자 할부는 고객의 수수료를 카드사가 대신 부담하기 때문이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고객 유입 효과를 누리기 위해 지난해 경쟁사에 비해 무이자 할부 이벤트를 공격적으로 진행했다"면서 "조달금리가 올라가면서 회사가 부담해야 하는 이자 비용 부담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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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터·할부 리스… 수익 다각화 모색

    카드사들은 수익성 악화를 타개할 수 있는 대응방안을 찾아 나섰다. 우선은 할부금융으로 눈을 돌렸다. 신용카드사는 캐피탈사 대비 신용등급이 전반적으로 높아 조달금리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앞서 신한캐피탈은 지난 2020년 신한카드에 자동차금융자산을 양도하기도 했다. 이같은 강점을 기반으로 카드사들은 자동차금융시장에서 점유율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리스와 할부금융업을 영위하는 국내 카드사의 할부금융과 리스 자산 합계는 총 17조25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17%포인트 증가했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리스업을 영위하는 카드사의 자산 합계는 6조3990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8620억원)에 비해 31.61%포인트 급증했다. 같은 기간 할부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드사의 자산 합계는 10조8540억원으로 전년 동기(9조8620억원) 대비 10.06%포인트 늘었다.

    현대카드는 애플페이가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지난달 21일 애플페이를 국내 정식 출시했다. 초기 흥행에는 성공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현대카드의 신규 회원 수는 약 20만3000명으로 전업 카드 8개사 중 가장 많았다. 현대카드의 전월 신규 회원 수(11만6천 명)와 비교해도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용금액도 증가했다. 현대카드의 지난달 이용금액은 29조3077억원으로 전월 18조9599억원 대비 54.6%포인트 늘면서 전체 카드사 평균 증가치(53.7%)를 소폭 상회했다.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배타적 사용권을 포기하면서 원칙적으로는 모든 카드사가 서비스할 수 있지만, 출시까지 애플과의 협의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정 기간 '독점 제휴'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용처가 제한적이다'라는 최대 약점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오프라인 가맹점은 출시 초기에 비해 243% 증가했다. 스타벅스를 포함해 편의점·백화점·쇼핑·마트 등 다양한 업종에서 가맹점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가시적인 매출 증가가 임박했다는 평가다. 

    본업 지급결제의 장점인 빅데이터 수집을 활용한 서비스도 출시하고 있다. 롯데카드는 지난 2일 빅데이터를 활용한 상품 추천 서비스 '디지로카 큐핏(CuFit)'을 선보였다. 디지로카 큐핏은 롯데카드가 롯데ON과 협력으로 구축한 데이터를 기반해 고객 맞춤 일대일(1:1) 큐레이션 서비스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결제 데이터뿐만 아니라 품목 데이터까지 활용할 수 있다는 게 경쟁사와의 차별점이다"면서 "카드 결제 데이터는 물론 롯데멤버스의 유통 소비 데이터, 롯데ON 실시간 인기 상품 정보 등을 분석해 품목·브랜드 단위까지 취향 분석을 세분화 했다"고 설명했다.

    이혁준 나이스 신용평가 본부장은 "올해는 새로운 것을 한다기보다는 기존의 것을 지키는 전략이 필요하다"면서도 "카드사는 고객이 어디서 어떤 패턴으로 소비하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빅데이터를 통해 수익이 날 수 있는 사업구조로 키우는 것이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