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發미수채권 발생 우려…키움‧하나證 등 대규모 손실 위기최근 몇 년 새 각종 출혈경쟁 이어져…미래‧대신 등은 안도 CFD 증권사 신규 가입 일제히 중단…전면 철수 가능성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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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권사의 새 먹거리로 부상했던 차액결제거래(CFD) 사업이 하루아침에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최근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 폭락 사태 이후 일부 증권사들이 대규모 미수채권 손실 위기에 빠지면서 해당 사업에 참여했던 증권사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CFD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는 총 13곳이다. 이중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하나증권, 유안타증권 등이 최근 무더기 하한가 사태에 연루된 SG증권과 CFD 백투백(back-to-back)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백투백 계약이란 증권사가 개인 고객을 상대로 발생한 파생결합증권과 같은 조건으로 외국계 증권사와 거래를 맺는 것을 말한다. 증권사가 헤지(위험분산)를 위해 활용하는 방식이다.

    SG증권과 CFD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은 특히 최근 무더기 하한가 사태로 인한 투자자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대규모 미수채권을 떠안게 됐다. CFD 거래는 투자자들이 손실을 정산하지 못해 미수채권이 발생하면 중개 증권사가 부담을 져야 한다. 

    증권사별 미수채권 규모는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CFD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들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전수조사가 이뤄지고 나면 각사별 규모가 집계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업계에서는 SG증권에서 나온 물량 대부분이 키움증권에서 나왔기 때문에 키움증권 미수 채권 규모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키움증권의 미수채권 금액은 많게는 천억원대, 하나증권 및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대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초 CFD는 증권사 사이에서 최근 몇 년 사이 새 먹거리로 급부상한 사업이다.

    앞서 지난 2015년 교보증권이 CFD를 처음 시작할 당시 CFD 투자를 위한 개인 전문투자자 필수 잔고 기준은 5억원이었다. 이 정도 금액이 없으면 아예 CFD를 하지 못해 투자자들 사이에선 문턱이 매우 높은 서비스였다.

    그러나 2019년 금융위원회가 모험자본 육성을 앞세우며 금융투자상품 잔고 기준을 5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90%나 내려 잡은 것이 CFD 활성화의 촉진제 역할을 했다. 실제 교보증권을 제외한 12개 증권사는 2019년 이후 CFD 사업에 뛰어들었다. 

    개인전문투자자 지정 요건이 완화되면서 거래대금도 급증했다. 지난 2018년 말 7000억원이던 CFD 잔액은 올해 2월 말 3조5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는 지난해 말(2조3000억원)과 비교했을 때도 52.5% 증가한 수준으로, 최근 몇 달 사이에 CFD 거래가 급증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사이 CFD 사업을 통해 리테일 점유율을 넓히려는 증권사들의 경쟁도 극에 달했다. 너도나도 자금력을 갖춘 개인 전문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에 한창이었다. 

    비교적 최근 진입한 일부 증권사는 업계 최저 수준인 0.01% 온라인 매매 수수료 이벤트를 선보이는 등 수수료 경쟁이 특히 심했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현재 증권사별 CFD 거래수수료는 0.015~0.45% 수준으로 과거에 비해 많이 낮아졌다"라며 "최근 몇 년 사이 증권사들이 일제히 CFD 사업에 뛰어들면서 과도한 경쟁을 펼친 탓에 수익성이 많이 하락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CFD가 도입된 지는 8년이 넘었지만, 사실 이제 막 성장하는 시장이기 때문에 본격적인 시작과 동시에 애물단지가 된 느낌"이라며 "이번 사태로 인해 해당 시장이 많이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CFD 사업 진출을 보류한 증권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실제 미래에셋증권, 대신증권 등은 지난해 CFD 사업을 고려했으나 글로벌 경기변동이 커지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진출 속도를 늦춘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CFD 사업 전면 철수에 대한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특히 중소형 증권사로선 수익성보단 리테일 점유율 확대에 있어 도움이 되던 사업"이라며 "CFD 잔액 및 규모가 크지 않은 증권사로선 최근과 같은 문제에 휘말리느니 차라리 해당 사업을 전면 철수하는 것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CFD 업계 1~2위인 교보증권과 키움증권은 시장 안정화 및 위험 관리 차원에서 계좌 개설 중단 조치를 실시했다. 앞서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등도 신규 가입과 계좌 개설을 중단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일단락된 이후 소비자 수요와 시장 전반의 분위기를 두루 보고 판단할 일"이라며 "CFD 사업이 장기적으로 회사에 도움이 되는 일인지 따져봐야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