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령 지점 5곳 구조적 이유로 폐쇄…"위기는 기회" 퇴직연금 기반으로 고객 확장…관리자산 1천억원 '성장'매일 시장일기 작성…미래 상상하며 투자처 탐색
  • ▲ 조경상 미래에셋증권 수원WM팀장 ⓒ서성진 기자
    ▲ 조경상 미래에셋증권 수원WM팀장 ⓒ서성진 기자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021년 1980년대생 팀장·지점장을 대거 발탁하면서 성과중심 젊은 인사를 단행해 눈길을 끌었다. 조경상 수원WM팀장도 그중 하나다.

    조경상 팀장의 관리 자산은 1000억원 수준이다. 고객 수는 300명, 그와 연을 맺은 고객 대부분이 자신의 가족 자산까지 맡긴 걸 감안하면 사실상 150명 정도가 실질적인 고객이다.

    은행권 PB처럼 안정적인 퇴직연금 영업을 시작으로 고객 자산을 확보했고, 남다른 통찰로 일찌감치 미국주식 투자에 기회를 잡아 그 볼륨을 눈에 띄게 키웠다. 

    차분한 성품처럼 그의 영업 인생도 안정적이고 평탄했을 것 같지만 의외로 파란만장했다. 중국학 전공자로서 막연했던 투자전문가의 길을 열어준 건 미래에셋증권에서의 시련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지금은 PB로서 그럴듯한 명함을 내밀고 있지만 회사에 입사했던 2007년 그가 내세울 수 있던 무기는 투자에 대한 본인만의 철학보단 성실함이었다. 순탄치 않았던 지점 생활, 그 고통을 기회의 발판 삼을 수 있었던 힘도 특유의 끈기와 뚝심이었다. 

    첫 둥지인 산본지점과 두 번째 안산고잔지점은 신설지점이었다. 북수원지점, 경기지역본부, 평택지점에 이르기까지 그와 PB인생을 함께 한 모든 지점이 구조적인 이유로 폐쇄됐다. 'Mr. 파괴왕'. 지금이야 농담에 소탈한 웃음도 섞어 말할 수 있지만 당시를 회상해보면 참 녹록지 않았다.

    초년병 시절을 지점 선배들이 물려줄 고객도 없는 새 점포에서 보냈기에 맨땅에 헤딩하며 덤볐다. 길거리 전단지 유인물을 뿌리고 소위 '빌딩타기'를 하며 영업을 했다. 1년 만에 첫 점포 폐쇄 후 발령난 두 번째 신설 점포에선 좀 더 적응하기 수월했다. 2008년께 서브프라임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지나면서 그의 두 번째, 세 번째 둥지도 문을 닫았다. 입사 후 동기들이 2~3년간 한 지점에 근무하는 동안 그는 3번이나 일터를 옮겨야 했다. 

    안정감이라는 게 없다보니 꾸준히 거래하는 고객도 많지가 않았다. 이 길이 아닌가 고민이 스친 순간도 있었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비전공자로서 투자 관련 자격증 하나 없이 입사 후 차곡차곡 만들어갔던 그이기에 그 시간도 견딜 수 있었다고 한다. 타고나길 조용하고 내성적인 그가 고객 앞에선 적극적인 영업맨이 될 수 있던 건 시작부터 쉽지 않았던 덕분이다. 

    "동기 중에 저같은 케이스가 별로 없었어요. 현 시점으로도 제 기수가 유독 유능하고 두각을 나타내는 동기가 많아요. 좋은 지점 환경에서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드러내는 동료들과 비교하면 전 시작부터 참 순탄치만은 않았죠(웃음). 심정적으로 힘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에요. 그런데 제가 입사 면접에서 성실한 모습으로 부족한 모습을 빠른 시간 내 보완해 회사에 도움이 되겠다고 약속했거든요. 그래서 정말 아무 생각 안하고 열심히 했어요."
  • ▲ 조경상 미래에셋증권 수원WM팀장 ⓒ서성진 기자
    ▲ 조경상 미래에셋증권 수원WM팀장 ⓒ서성진 기자
    ◆퇴직연금 영업 기반·세대유치 전략 통했다

    조 팀장의 영업전략의 한 축은 퇴직연금이다. 세 번째 둥지마저 폐점 후 2년여를 보낸 경기지역본부에서의 퇴직연금부서 경험이 그 발판이 됐다. PB로 입사해 보직이 바뀌지 않는 이상 대부분 지점에서 그 업력을 이어가지만 그에겐 당시 시대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연금비지니스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법인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면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거침 없이 달려드는 성격도 이때 다져졌다고 한다. 두려움에 갇혀 '거절하면 어떻게 하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어떻게 하면 나를 만나줄까, 어떻게 관계를 맺고 계약을 따낼 수 있을까 긍정적인 생각밖에 할 수 없던 2년은 사고의 대전환기가 됐다. 

    직전 일터인 평택지점은 퇴직연금 영업 전략을 기반으로 조 팀장이 8년여를 머물며 현재의 고객 기반을 쌓은 곳이다. 처음 평택에 발령났을 때 지점 차원에서 부여받은 관리자산은 54억원 남짓이었다. 그중 금융상품에 물리거나 온라인거래로 이뤄지는 주식자산이 50억원. 사실상 그가 관리할 수 있는 자산이 없었다고 한다.

    퇴직연금 영업에서처럼 법인들을 찾아가 세미나 기회를 얻고, 이를 기반으로 개인고객을 확보했다. 우리사주 주문만 내던 꽤 큰 자동차부품업체를 문지방이 닳도록 찾았다. 회사는 4년간 직원 은퇴교육을 조 팀장에게 맡겼다. 그렇게 연결고리가 되면서 어느덧 퇴직 시점이 된 직원들이 퇴직자산을 들고 그를 찾았다. 퇴직연금을 기반으로 그와 연을 맺은 고객들은 점차 신뢰가 쌓여 더 큰 자산을 맡겼다. 곧 그의 영업 프로세스가 된 셈이다.

    "퇴직연금 업력이 계속되면서 투자보단 연금이나 은퇴 관련 자산이 영업의 가장 기본이 됐어요. 이와 연동돼 개인고객들이 투자 자금을 맡기면서 그 볼륨이 커지는 형태였죠. 은행 직원이 자산을 확보해나가는 개념으로 성장해왔다고 볼 수 있어요. 물론 퇴직할 때까지 기다리며 공들인 시간이 꽤 길었지만 어느 순간 성과가 갑자기 올라오는 시점이 찾아왔습니다."

    영업전략 또 하나의 축은 세대 유치 전략이다. 고액 자산가 고객은 시간이 지나면 자산을 이전하는 데 관심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수익 처분 시 증여 방법을 제안했다. 그렇게 관계 맺은 자녀와 손자 고객이 절반에 이른다. 11년 된 가장 오랜 고객의 자산은 1억원에서 가족 자산까지 합쳐 12억원까지 늘었고, 적립식펀드에 1000만원이 전부였던 고객은 80억원까지 거래를 확장했다. 처음 10억원 남짓이던 그의 관리자산은 8년 만에 500억원으로, 수원WM에서의 2년 동안 1000억원까지 불어났다.

    고객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던 건 조 팀장의 소통 방식에 있다. 직접 대면은 물론 그의 전화, SNS는 24시간 열려있다. 늦은 밤, 이른 아침 때론 새벽 시간을 막론하고 문의하는 고객의 응대에 불편한 내색 없이 소통한다. 편하게, 오랫동안 보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비지니스마인드보단 진정성으로 대하고 있다. 작은 일도 자신의 일처럼 처리방법을 알려주며 진심으로 걱정하고, 잘못된 투자로 손실을 봤을 땐 반드시 찾아가 설명하고 사과한다. 

    "사실 불편한 상황에 직면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잖아요. 물론 모든 분이 그 시기 손실을 기다려주시는 건 아니고 결국 저를 떠나는 분들도 있지만 많은 분이 저의 진심을 헤아려주셨던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하죠. 경력이 깊어지면 한번쯤 겪는다는 금융당국 민원도 다행이 아직 없네요(웃음)."

    ◆현실적 몽상가…상상하며 시대를 읽는다

    조 팀장은 현실적인 몽상가다. 현실감각을 기반을 한 그의 몽상은 늘 투자의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시한다. 그가 투자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건 유연하고 끊임 없는 '투자적 공상' 덕분이다.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투자 인사이트다. 경제대학원 진학을 앞둔 2014년, 미리 공부하기 위해 시중에 나온 경제·금융 관련 서적, 고전서까지 거의 대부분의 책을 섭렵했다. 출근 전, 퇴근 후 틈틈이 그리고 주말은 잠을 반납하고 밤새 공부했다고 한다. 미래에 대한 트렌드가 어렴풋이 읽힐 무렵 대학원에서조차 빅데이터, 응용통계, 코딩 등 시대적 변화에 맞춘 학문적 접근을 하는 걸 보면서 더욱 확신을 가졌다. 

    미국 100대 아이티기업과 관련된 책들을 닥치는 대로 찾아 읽으면서 국내 가치사슬 내 투자보다 밖에 있는 것들에 투자하는 것이 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봤다. 지난 2015년 해외주식투자가 지금처럼 대중화돼 있지 않던 시절 모든 관리자산을 해외주식, 해외주식형펀드로 전환했다. 저항감을 느끼는 고객들을 설득해야 했다. 삼성전자그룹주펀드 투자에 진심인 고객에겐 매국노 취급까지 당했지만 결국 그가 맞았다. 2년 뒤 그 자산은 2배로 불어났다.

    "제가 아무리 열심히 고객을 열심히 만나 활동한다고 해서 성과가 나는 건 아니잖아요. 사실 수익을 봐야죠. 그러려면 앞으로 시대가 어떻게 변할 건지에 대한 깊이 있는 생각과 관찰, 공부가 필요합니다. 앞으로 내가 살아갈 모습이 어떤지 매일 그려봐요. 미래의 단서를 찾는 현실적인 작업이죠. 그러면 어떤 자산에 투자해야 하는지도 손에 잡히기 시작하더라고요."

    그의 상상은 현실을 기반으로 한다. 새벽 5~7시, 매일 매일 자신만의 시장 일기를 쓴다. 시장과 다양한 산업 트렌드를 정리하는 그 시간이 가장 중요한 일과다. 흐름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것을 기반으로 책 집필도 하고 있다. 지난 2022년 무너진 시장에 대한 뼈아픈 복기의 작업이기도 하다.

    최근 매크로 이슈에 따라 요동치는 장 상황에서도 일반 투자자들이 성공할 수 있는 필승전략은 결국 메가트렌트를 이해한 장기투자라고 그는 확신한다. 메타버스, 인공지능, 모빌리티, 클라우드 등 4차산업 혁명 기술의 접점에 있는 기업들을 특히 눈여겨보고 있다.

    조 팀장의 다음 상상은 디지털PB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투자자 저변이 넓어지면서 디지털 프리미엄 자산관리는 증권사의 새로운 비지니스모델이다. 시대의 변화 속에 PB도 디지털화를 피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지점장님께도 항상 메타버스PB, 디지털PB가 되고 싶다고 말씀드려요. 방법은 더 고민해야겠지만 우량 고객들에게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대중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PB들도 금융기관에 남아 있어야 국민들이 행복한 투자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정말 많이해요."

    디지털PB에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역량은 넓은 스펙트럼이다. 주식, 채권, 연금은 물론 세금 이슈에 이르기까지 멀티플레이어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의 비지니스 포트폴리오가 상당히 넓습니다. 덕분에 우리 회사 상당수 PB의 스펙트럼도 넓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도, 회사의 다양한 스펙트럼 관점에서 여러 경험을 할 수 있던 기회가 저를 성장하게 해준 것이라 생각해요. 이런 측면에서 우리 회사가 좋은 위치에서 디지털PB의 대중화를 이끌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그 여정에 저 역시 의미 있게 함께하는 것이 제 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