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비 기부금으로 인정해 15% 세액공제… 결산보고 의무는 없어政, 노조법·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내년 1월부터 시행勞 '노조 탄압' vs 政 '마땅한 책임'… 노정 갈등 격화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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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핵심 과제 중 하나인 노동조합의 회계 투명성 강화가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는 노조가 회계결산 결과를 공시하지 않으면 세액공제 혜택을 주지 않는 내용의 법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지난해에만 4000여억 원에 달한 공제 혜택을 이제는 노조 스스로 투명성을 담보하지 않으면 막겠다는 것이다.고용노동부는 15일 이런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을 각각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은 40일의 예고기간을 거쳐 내년 1월 1일 시행한다. 당정은 지난달 23일 '제4차 노동개혁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노조의 회계공시와 세액공제를 연결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데 합의하고 관련 내용에 속도를 붙여왔다.이날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브리핑을 열고 "이번 시행령 개정은 노조의 민주적이고 투명한 운영 지원을 위해 회계 관련 규정의 실효성을 높이고, 여타 기부금단체가 엄격한 회계 관리를 요건으로 세제 혜택을 받는 것처럼 노조의 회계 관리 책임을 높이기 위함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조합원 수가 1000명이 넘는 노조는 공시 시스템을 통해 회계결산 결과를 공시해야만 기부금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노동부는 현 '노동포털' 안에 오는 9월까지 공시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키로 했다. 당장 올해 회계결산 결과를 공시한 노조 조합원들만 내년에 납부할 조합비에 세액공제를 받게 된다.그동안 노조는 조합원이 내는 조합비를 기부금으로 인정받아 연말마다 15%의 세액공제를 받아왔지만, 다른 기부금단체처럼 결산보고 의무가 없어 회계를 공시하지 않았다. 정부는 이런 실태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단체들이 국민의 세금으로 공제를 지원받기 위해서는 회계가 투명해야 하고, 노조도 더는 이런 의무에서 제외될 수 없다는 견해다.이 장관은 브리핑에서 "국민 세금으로 지원되고 우리 사회에서 역할·영향력이 커진 만큼 노조는 회계 투명성에 대한 국민 요구에 부응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임이자 국민의힘 노동개혁특위 위원장도 지난달 23일 열린 4차 회의에서 "회계가 투명한 단체가 국민 세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고 말했었다.최근 3년간 종교단체 외 단체들이 세액공제를 받은 총 금액은 최소 2600억 원에서 최대 3700억 원에 달한다. 이 중 노조 조합비에 대한 혜택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국세통계포털의 '근로소득 연말정산 기부금 세액공제 현황'을 보면 지난해 종교단체 외 기부금 세액공제를 받은 근로자는 결정세액이 있는 자를 기준으로 409만 명, 금액은 3754억 원이었다. 총 공제세액 규모는 2020년 2706억 원, 2019년 2618억 원으로 각각 집계됐다.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동자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자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양대노총은 '노조탄압'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이들은 노조비의 사용내역은 정부 창구 등을 통해 이미 공개하고 있으며, 정부의 이번 조처는 노조만을 집중 저격한 탄압이라고 주장한다.이번 시행령 개정안 입법에고로 노·정 갈등이 더욱 악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가 국정과제로 '노동개혁'을 선언한 이후 크고 작은 마찰을 빚어왔던 노정은 이달 초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의 구속건을 계기로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 김 사무처장은 포스코 하청업체의 탄압에 반대하며 고공 농성을 벌이다 경찰에게 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체포됐다.이 사건을 계기로 한국노총은 대통령 직속 사회적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특별위원회의 전면 불참을 선언한 상태다. 노정은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도 서로를 저격하며 공방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