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활한 공간감과 수납공간, 고급스러운 실내 강조승차감 위주 세팅, 가벼운 조향·페달 감각 선사주행감각·NVH·제동성능 등 전반 만족감 높아
  • ▲ 기아 EV9의 웅장한 외관 ⓒ뉴데일리 김성현 기자
    ▲ 기아 EV9의 웅장한 외관 ⓒ뉴데일리 김성현 기자
    기아 EV9이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3열을 갖춘 전기 SUV는 국내에 없을뿐더러, 신기술과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등 미래 모빌리티 요소가 집약돼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금까지 보고 듣기만 해온 EV9을 직접 탑승하면서 성능을 체감했다.

    13일 하남 스타필드 부근부터 충남 아산의 기착점을 거쳐, 부여 롯데리조트까지 약 200km를 시승했다.

    시승 차량은 어스 트림 4륜 풀옵션 사양이다. 6인승에 2열 스위블 시트를 갖췄고, 전륜 모터 최대 토크를 개선하는 부스트 옵션이 적용돼 시속 100km 도달 시간이 6초에서 5.3초로 단축됐다. 이외에도 21인치 휠과 각종 편의사양, 메리디안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이 탑재돼 가격은 개별소비세 3.5% 기준 8933만원이다.

    실내는 전자식 4륜을 통해 2열에서 3열까지 평평한 바닥이 돋보이며, 3열을 접었을 때 평탄화도 완벽하다. 트렁크 공간은 3열을 접지 않고도 충분한 공간을 확보했고, 짐을 싣고 내릴 때 턱도 없어 편리하다. 2열을 완전히 넓혀서 앉지 않는다면 성인도 충분히 3열에도 앉을만한 수준이다.

    수납 공간은 스마트폰 충전 거치대와 암레스트 아래쪽 센터 콘솔 공간은 작지만, 기어박스가 있어야 할 하부에 별도의 수납 공간이 마련됐다. 2열과 3열에도 각각 도어 포켓과 별도의 컵홀더는 물론, C타입 USB포트도 마련됐다. 엔진룸에 위치한 프렁크는 덤이다.
  • ▲ 운전자 위주로 구성한 실내. 공간 활용이 돋보인다 ⓒ뉴데일리 김성현 기자
    ▲ 운전자 위주로 구성한 실내. 공간 활용이 돋보인다 ⓒ뉴데일리 김성현 기자
    차량 가격과 플래그십에 걸맞는 고급감도 구현했다. 폐어망으로 만든 플로어 매트, 바이오 폴리우레탄을 활용한 시트 등 1대당 약 70개 이상 페트병을 활용한 친환경 소재 사용이 돋보인다. 그러면서도 매트와 시트를 비롯해 운전자 손에 닿는 부분의 모든 감각이 꽤 고급스러운 질감을 선사한다.

    스티어링휠 뒤쪽 컬럼식 기어에 붙은 EV 버튼을 누르자 계기판에 다양한 정보가 표기됐다. 에코와 노멀, 스포츠 모드로 바꿀 때마다 즉각 달라진 주행가능거리를 띄웠다. EV 시스템 특성상 모터 구동을 하는 ‘POWER’와 회생제동으로 충전하는 ‘CHARGE’가 각각 빨강과 파랑으로 구분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버튼에 있어서 터치식과 전자동의 공존이 마음에 들었다. 공조 버튼은 파노라믹 디스플레이 중앙에 위치한 터치와 센터 콘솔에 버튼식 두 가지를 모두 지원한다. 히든타입 터치버튼은 기존 메뉴 버튼의 배치와 형상은 유지하면서 답력을 필요로하는 터치 조작감이 나쁘지 않았다.

    주행감각은 차체의 크기와 무게가 작지 않은 만큼 경쾌하지는 않아도 전기차에 걸맞게 부드럽다. 스티어링 휠과 브레이크, 가속페달의 감각은 부드럽고 가볍게 세팅돼 있어 차체 크기에 걸맞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전기차 특유의 엑셀과 브레이크 페달 감각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구현하기 위한 의도된 세팅으로 보인다.

    설정을 통해 스티어링 휠의 무게와 브레이크 페달의 답력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점이 좋다. 기존 브레이크가 전기차 특유의 회생제동 시스템과 연계돼 이질감을 주는 반면, 스포츠 모드 브레이크 시스템은 초반 답력에 많은 브레이킹이 잡힌다. 내연기관과 비슷한 질감을 구현할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안정감을 준다.
  • ▲ 3열 시트가 폴딩돼있지 않아도 트렁크 공간이 충분하다 ⓒ뉴데일리 김성현 기자
    ▲ 3열 시트가 폴딩돼있지 않아도 트렁크 공간이 충분하다 ⓒ뉴데일리 김성현 기자
    차를 조금만 움직여보면 승차감 위주 세팅이라는 점도 금방 알아차릴 수 있다. 고속뿐만 아니라 저속에서도 차를 좌우로 움직였을 때 서스펜션의 허용범위가 큰 만큼 출렁이는 느낌을 준다. 무거운 차체를 강한 서스펜션과 묶었을 때 차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위험해질 수 있는 부분도 있을뿐더러 플래그십 SUV에 걸맞는 승차감을 구현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승차감을 중심으로 설계한 만큼 차가 운전자에게 전달하는 댐퍼 감각이 고급스럽다. 시속 30km 이상으로 과속방지턱을 넘을때에도 풍부한 서스펜션 감각을 선사했다. 다만 차의 범핑과 리바운딩에서도 출렁임은 적지 않았다.

    전륜과 후륜에는 승차감을 위한 알루미늄이 적용됐다. 너클암과 레터럴암 등에 알루미늄이 적용됐고, 후륜에 로어암에도 적용돼 안락한 승차감을 전달한다. 타이어와 복합 작용을 통해 주행 중에 일어나는 진동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상쇄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카메라를 이용해 전방 도로 상황에 따라 서스펜션을 제어하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적용되지 않은 부분은 가격 때문이라는 전언이다. 대신 전륜에 맥멀티, 후륜에 셀프 레벨라이저 기술을 적용하며 최적의 승차감을 구현했다는 입장이다.

    정숙성을 비롯한 NVH에 있어서는 최고 수준을 자랑하며, 전기차 특유의 로드노이즈 이슈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시속 100km가 넘는 상황에서도 주변의 차가 지나가는 소리와 약간의 풍절음만 들려올 뿐, 차량 내부 소음은 가속페달을 강하게 밟았을 때 나는 구동모터 소리밖에 없다. 흡음 타이어를 전 트림에서 기본화하고, 댐퍼 튜닝과 흡차음재를 최적화한 결과다.
  • ▲ 2열에서 3열까지 모두 평탄화 돼있다 ⓒ뉴데일리 김성현 기자
    ▲ 2열에서 3열까지 모두 평탄화 돼있다 ⓒ뉴데일리 김성현 기자
    다만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은 어색해서 끄는게 훨씬 좋았다. 전기차 특유의 소리를 단계별로 조절할 수 있게 해놨지만 아예 기능을 끄는게 더 정숙하고 편안했다. 5.1채널을 최초로 적용한 메리디안 사운드 시스템은 소리가 풍성해 현장감을 느끼게 할 뿐더러 출력도 좋았다.

    브레이크 성능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해당 트림 기준 공차중량 2585kg에 맞지 않게 저속은 물론 고속에서도 불안함 없는 자세제어를 보여줬다. 21인치 타이어가 폭이 큰 만큼 노면 접지력과 제동력에도 도움을 주는 듯했다.

    회생제동 단계는 총 5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회생제동이 없는 0단계부터 3단계까지에 더해 원페달 드라이빙이 가능한 아이페달 모드를 탑재했다. 개인적으로는 스트레스 없이 편안하게 주행하기 위해서는 2단계 정도의 회생제동이 적당하다고 느껴졌다.

    시속 110km 전후로 패들시프트를 활용해 회생제동 단계를 위로 올리는게 가능했다. 그 이상 속도에서는 회생제동 단계를 내리는 것만 가능했다. 높은 속도에서 브레이크가 잡혔을 때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원페달 드라이빙의 감각이 인상적이었다. 정차까지 지원하는 데 있어 브레이크가 매우 부드럽게 잡혔다. 브레이크로 발을 움직이지 않아도 될뿐더러, 페달에서 발을 뗐을 때 저속과 고속에서 듣는 브레이크의 양을 조절한 듯 적당한 제동 감각을 부여했다.
  • ▲ 7인승에서는 원터치로 시트가 접혀 3열에 탑승하기 편리하다 ⓒ뉴데일리 김성현 기자
    ▲ 7인승에서는 원터치로 시트가 접혀 3열에 탑승하기 편리하다 ⓒ뉴데일리 김성현 기자
    21인치 타이어가 19인치보다 1회 충전 주행거리와 전비가 더 우수한 것도 재밌는 요소다. 휠이 커지면 통상 질량이 늘어나고 연비와 가속력이 떨어지기 마련이지만 EV9은 반대로 21인치 타이어가 19인치 타이어보다 도심 기준 10km이상 긴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기아 개발 실무진에 따르면 21인치 휠과 타이어가 공력이 우수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차로 유지 보조와 차로 이탈방지 보조 등 운전자 보조 시스템을 활성화했을 때 스티어링 휠의 토크가 생각보다 강해 이질감을 줬다. 고속도로에서 HDA2를 활용해 주행할 때 앞차가 갑자기 끼어드는 상황에서 전방 추돌 경고가 늦게 뜨며 위험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래도 HDA2의 전반적인 만족감은 높았다. 램프구간에서도 스티어링 휠 조작이 거의 없이 안정적으로 돌아나갔고, 앞차와 간격 유지와 브레이킹도 꽤나 부드럽게 작동했다. 선택사양이 아닌 제일 낮은 트림인 에어부터 기본 탑재한 것도 높은 평가를 받을만 하다.

    4륜 특유의 안정감은 고속에서 빛을 발하며, 회전 구간에서 바퀴별로 구동력을 조절하는 토크 벡터링도 좋다. 작용을 체감하기는 어렵지만, 노면을 놓친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에너지 흐름을 보면 대부분의 주행에서 후륜 위주로 사용하면서 전기 모터 사용을 억제하는 것도 승차감은 물론 전비향상에 도움을 주는 부분이다.

    회생제동 모드에 대해서 운전자가 주의할 부분이 있다. 고속도로 주행 보조에서 브레이크를 밟거나 버튼을 눌러 기능을 중지했을 때, 회생제동 모드는 곧바로 이전 설정으로 적용된다. 다만 드라이브모드가 아닌 터레인 모드를 바꾸면 회생제동 단계가 리셋이 된다는 점은 주행 과정에서 조심해야할 요소다.
  • ▲ 기착점에서 V2L을 시연하는 모습 ⓒ뉴데일리 김성현 기자
    ▲ 기착점에서 V2L을 시연하는 모습 ⓒ뉴데일리 김성현 기자
    실내 V2L 콘센트와 실외 커넥터는 EV9이 가진 또 다른 매력이다. 기착점에서는 V2L을 활용해 냉장고를 가동하고 내부에 아이스크림을 얼려뒀다. 최대로 충전했을 때 이와 같은 냉장고를 500시간 사용 가능하다는 전언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GT라인에서만 사용 가능한 고속도로 부분 자율주행(HDP)를 경험해보지 못한 부분이다. GT라인에는 HDA2보다 더 높은 수준의 자율주행 기능인 HDP와 더불어 자율주차 보조 등이 탑재된다.

    주행을 시작할 때 주행가능거리는 약 410km로, 배터리는 84%였다. 중간 기착점을 거쳐 주행을 마치고 남은 주행거리는 169km에 배터리는 37%였다. 총 시승 구간이 약 200km였음을 생각하면 주행거리가 아쉬운 듯 보이지만, 모든 주행을 마치고 나서 확인한 전비는 복합 전비보다 0.5kWh 높은 4.4km/kWh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