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배터리 규정 정비안 의회 통과소비자 탈착 가능 배터리 탑재 의무화2027년까지 유예기간 적용… 제조사 설계 수정 유도애플·삼성 외 중국 제조사 철퇴… 지나친 북미·아시아 견제 비판도
  • ▲ 갤럭시S23 울트라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 갤럭시S23 울트라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유럽연합(EU)의 강력한 친환경 정책으로 또 한번 고민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법안이 EU 의회를 통과하면서 제조사들이 탈착 가능한 배터리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다시 내놔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는 앞서 EU가 제동을 걸었던 스마트폰 충전단자 일원화와 같은 맥락이지만 이를 빌미로 애플과 삼성 같은 기업들을 지나치게 견제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19일 관련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 의회는 최근 EU 내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 배터리가 쉽게 교체 가능한 방식으로 설계돼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새로운 규칙안을 가결했다. 소비자가 직접 스마트폰 배터리를 제거하거나 교체할 수 있게 설계해야 하는 것 뿐만 아니라 배터리를 생산하고 폐기물을 관리하는데도 더 강도 높은 규정을 적용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EU는 이번에 승인한 새 규정을 오는 2027년까지 의무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직 3년 이상 시간이 남았지만 이미 스마트폰 거의 대부분 모델이 배터리 일체형 구조를 택해 제조해 판매해온 탓에 분리형 배터리를 적용하기 위해선 제품 디자인은 물론이고 생산 과정 전반을 뜯어고쳐야 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EU가 이 같은 법안 개정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난해 말부터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촉각을 곤두 세웠다. 이미 2010년대부터 배터리 일체형 디자인이 일반화돼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태블릿이나 노트북, 스마트워치, 무선이어폰도 대부분 이와 같은 구조를 따르고 있어 사실상 IT 전 제품에 수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배터리 탈착 이슈 하나 때문에 제품 기획과 디자인 단계부터 생산, 유통까지 전 과정을 바꿔야 해서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 문제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는 앞서 EU가 법제화한 스마트 기기 충전단자 일원화와 마찬가지로 자원 재활용률을 높이는 강도 높은 친환경 정책의 일환이다. EU 의회는 지난해 10월 모든 스마트폰과 태블릿, 카메라 등 전자기기에 대한 충전단자 표준을 'USB-C'타입으로 통일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고 오는 2024년 말까지 유예기간을 뒀다.

    USB-C 타입은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 등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대다수에서 사용하고 있는 충전단자다. 반면 애플만이 자사 스마트폰인 '아이폰'에 자신들 고유의 단자인 라이트닝 케이블을 사용해왔다. 많은 소비자들이 애플에 충전단자를 타사와 호환 가능한 USB-C 타입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했지만 자사 정책을 고수하고 있었다.

    하지만 애플도 EU의 이 같은 강력한 조치를 이기지 못해 올해 하반기에 출시될 '아이폰15' 시리즈부터 USB-C 타입을 적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무리 전 세계의 사랑을 받는 아이폰이라고 하지만 유럽시장에서 판매를 하지 못하게 될 경우 타격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EU가 애플은 물론이고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거의 대부분을 점하고 있는 삼성과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을 직접 겨냥해 이번 배터리 탈착 법제화를 추진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전 세계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스마트폰 제조사가 EU에는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해 애플과 삼성, 중국 제조사 등 북미와 아시아 중심의 스마트폰 제조 생태계에 훼방을 놓기 위한 명분을 친환경에서 찾는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