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단체 "원재료가 하락 나몰라라해"밀가루 가격 최근 안정화 추세 이유 들어라면업계 대응 방안 검토… 업계로 번질까 촉각
  • ▲ 대형마트 라면 코너ⓒ연합
    ▲ 대형마트 라면 코너ⓒ연합
    정부에 이어 소비자단체까지 라면값 인하를 요구하면서 라면업계가 가격을 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라면 뿐만 아니라 밀가루를 주재료로 사용하고 있는 제과·제빵 등 업체도 관련 사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전날 성명을 통해 "원재료가 상승을 이유로 이처럼 재빠르게 가격을 올린 업체들이 막상 원재료가 하락하자 나몰라라 복지부동의 태도를 보인다"고 비판했다.

    협의회는 "지난 해 원재료가의 상승을 이유로 많은 소비재 업체들이 거침없이 가격을 올린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면서 "이들 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했던 시기는 지난해 6월부터 정부가 밀가루 가격 안정화 정책으로 밀 수입 가격 상승분의 80%를 지원하고 제분업체가 10% 이상을 부담하게 했던 시기이며 밀 원재료 가격의 하락세가 서서히 나타나던 시기"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밀 원재료가의 하락세는 이어지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평년 가격으로 돌아간 상황은 아니지만 가격 인상 시마다 기업들이 민감하게 반응한 원재료가의 변동 중 인하된 부분에 대해서 소비자가에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자단체의 성명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라면값 인하 권고 발언에 뒤이어 나온 것이다.

    추 부총리가 지난 18일 한 방송에서 지난해 업체들이 라면값을 인상한 것에 대해 지적했다. 추 부총리는 "지난해 9~10월에 많이 인상했는데 현재 국제 밀 가격이 그때보다 50% 정도 내렸다"면서 "업체들이 밀 가격 내린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대응해 줬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실제 국제 밀 가격은 최근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정부는 봤다. 국제 밀 가격은 지난해 5월 1톤당 1140.93달러로 정점을 찍고 5월 619.69달러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 톤당 633.71달러로 소폭 반등했으나 지난해 평균 가격과 비교하면 30%가량 낮다. 
  •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뉴데일리DB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뉴데일리DB
    압박이 계속되면서 라면업체들은 가격 인하를 권고한 것과 관련해 대응 방안 검토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밀가루를 직접 수입하지 않고 제분 업체서 매입하면서 밀 가격 하락과는 관련이 없다"면서 "밀가루 뿐만 아니라 농산물, 전분 등 원료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기 위해 여러 방안들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가격 인하 계획은 없지만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의 언급을 꺼렸다.

    무엇보다 지난 2010년 라면업계의 제품 가격 인하를 시작으로 업계 전반으로 가격을 내린 적이 있어 식품 업체들이 관련 사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10년 식품업계는 제품 가격을 인하한 바 있다. 당시 김동수 기획재정부 차관은 "밀가루 값이 내린 만큼 업체들이 라면, 빵 등 주요 품목 가격을 내려주길 원한다"고 발언한 뒤 결국 가격 인하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라면만 콕집어 언급했지만 업계 전체로 봐야 할 것"이라면서 "당분간 가격 정책을 눈치 보는 업체들이 많을 것"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