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콧 선언' 勞, 29일 회의 복귀… 최임위 가까스로 정상화1만2210원 vs 9620원 팽팽… "월급 빼고 다 올라"-"인건비로 폐업 고민"
  • ▲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오른쪽),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왼쪽) 비롯한 근로자위원들이 2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9차 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오른쪽),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왼쪽) 비롯한 근로자위원들이 2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9차 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노동계 집단 퇴장으로 파행을 겪었던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법정처리시한인 29일 가까스로 정상화했지만, 노·사 양측은 1만 2210원 인상안과 9620원 동결안을 두고 양보 없는 줄다리기를 이어갔다.

    최임위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제9차 전원회의를 열었다. 이날은 최저임금 법정처리시한이다. 8차 회의에서 보이콧을 선언했던 근로자위원들은 이날 회의에 다시 복귀했다. 하지만 양측의 요구안 격차가 워낙 커 최임위는 2년 만에 다시 법정시한을 넘길 공산이 커졌다.

    올해는 노·사가 각각 제시한 최초 요구안의 간극이 워낙 크다. 근로자위원 측은 올해보다 26.9% 인상한 1만 2210원, 사용자위원 측은 9620원 동결을 주장한다. 금액의 격차는 2590원에 달한다.

    이날 박준식 최임위 위원장은 노·사 양측에 서둘러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최초 요구안의 간극이 너무 크다. 이를 좁히기 위한 신속하고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양측은 가급적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양보와 타협의 정신으로 심의에 임해 달라"고 주문했다.

    노동계는 현재 공석 상태인 근로자위원 1석을 두고 또 다시 정부를 겨냥했다. 이들은 김준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의 구속 이후 단행된 고용노동부의 위원 해촉 제청 건, 공동정범으로 여겨지는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의 위촉 거부 건을 두고 정부가 최임위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모두발언에서 "최임위의 노·사·공 동수 원칙이 깨진 채 노동계에 불리한 여건에서 심의가 강행되는 점, 정부의 부당한 개입과 월권 행위에 의해 최임위의 자율성·공정성이 보장되지 않은 채 운영되는 점을 매우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며 "만일 내년 최저임금이 최종 저율로 인상된다면 이는 사실상 정부가 기획한 결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그 책임은 온전히 윤 정부에 있음을 미리 경고한다"고 말했다.

    박희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지난 8차 회의에서 근로자위원들은 위원 1명에 대한 부당한 정부 개입을 규탄하며 퇴장했고, 여전히 이 문제가 남아있다. 조속히 동수 원칙을 보장할 것을 요구한다"며 "최저임금 심의가 졸속으로 논의되지 않도록 충분한 심의 일정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 ▲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사용자위원, 근로자위원, 공익위원들이 2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9차 전원회의에 참석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연합뉴스
    ▲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사용자위원, 근로자위원, 공익위원들이 29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9차 전원회의에 참석해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연합뉴스
    근로자위원은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해법은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주장을 피력했다.

    류 사무총장은 "내수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정부는 이렇다 할 경제성장동력도 찾지 못했고, 하반기에도 경제성장률을 하향하겠다고 공식화하고 있다"며 "우리 경제가 손쓸 수 없을 정도로 침체하기 전에, 물가폭등과 실질임금 저하를 해결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최저임금 인상밖에 없다. 내수활성화의 시작은 노동자의 임금 인상이며, 임금 인상의 시작은 최저임금 인상"이라고 주장했다.

    박 부위원장은 "직장갑질 119에서 전국 직장인 1000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40.5%가 내년도 최저임금은 1만 2000원 이상이 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최소 1만 1000원이 돼야 한다는 응답은 77.6%"라며 "사회적으로 월급 빼고 모두 올랐다. 이제는 임금이 오를 차례이고,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고 모두가 말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영계는 근로자위원 측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근로자위원들은 물가상승을 이유로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지만,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물가상승률의 2배를 넘었다. 최임위가 전국 최저임금 영향 사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봐도 내년 동결이 적당하다는 의견이 55%였다"며 "저소득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최저임금만으로 풀어나가겠단 것도 합리적이지 않다. 사회적 부작용이 큰 최저임금의 고율 인상보다 복지제도를 확대하는 것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저임금 근로자는 임금 근로자 중에선 하층이지만, 전체 가구 중에선 중간 소득자에 해당한다. 가장 열약한 계층은 고령자와 구직청년, 인건비로 폐업을 고민하는 소상공인"이라며 "고령자와 청년층에 일할 기회를 줘서 소득을 창출하는 게 중요하다. 현재도 높은 수준인 최저임금을 올리면 이들 병의 입장에서 볼 땐 고용기회를 박탈 당하고 사업기회를 제한 당하는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날 법정시한을 넘기면 최임위는 오는 8월 5일 최저임금 확정·고시까지의 행정절차를 고려해 늦어도 7월 중순까지는 심의를 마쳐야 한다. 아직 노·사 양측의 견해차가 워낙 큰 만큼 최임위가 법정시한을 넘기더라도 추가 회의를 열어 수정안을 제출받고 격차를 좁히려 할 거라는 의견이 많다.
  • ▲ 29일 오후 서울역 인근에서 민주일반연맹 총파업대회가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 29일 오후 서울역 인근에서 민주일반연맹 총파업대회가 열리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