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무부 對中 수출통제 발표2GB 초과 HBM 적용사실상 모든 HBM구형 제외 기대도 무산"피해 최소화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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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인공지능(AI)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의 대중국 수출을 통제한다. 오는 31일부터 시행되는 이번 규제는 HBM 시장을 장악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는 2일(현지시간) 수출통제 대상 품목에 특정 HBM 제품을 추가한다고 관보를 통해 밝혔다.규제 대상은 HBM 성능 단위인 '메모리 대역폭 밀도'가 평방밀리미터(mm)당 초당 2GB를 초과하는 제품으로 현재 생산 중인 모든 HBM은 이 기준을 초과한다.미국은 AI 첨단 기술 규제에 대해 동맹국의 안보를 명분으로 제시한다. 중국 등 비동맹국들이 AI 기술을 활용한 군사 무기 개발을 저지해야 한다는 취지다.이번 조치로 당장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영향권에 놓이게 됐다. 특히 HBM 전량을 미국에 공급 중인 sK하이닉스에 비해 삼성전자의 타격이 클 것을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AI 칩 '마하' 시리즈를 개발 중인데 여기에는 최첨단 HBM이 탑재돼 수출활로가 좁아질 수 있다.글로벌 HBM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170억달러(24조원) 수준으로 이 중 약 10%에 중국 수요다. 중국은 AI 자립화를 목표로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데 향후 AI 시장에서 중요한 고객으로 등극할 공산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국 HBM 수출길이 막히면 우리 기업의 매출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일각에선 삼성전자의 HBM 매출 일부가 감소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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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상무부는 또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마련해 특정 반도체 장비와 관련 부품에도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는 미국 부품을 사용하는 해외 업체들 역시 수출통제에 동참하도로 강제하는 규정으로 반도체 생산에 미국 기술과 장비를 사용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적용 대상이다.삼성전자를 비롯해 우리 기업들과 우리 정부는 미국에 대규모 반도체 투자를 계획한 것을 명분으로 구형 HBM 제품은 면제되기를 기대해 왔다. 하지만 FDPR이 명문화됨에 따라 사실상 대중 HBM 수출은 불가능해질 전망이다.월스트리트저널(WSJ)는 "이번 조치는 HBM으로 불리는 첨단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이 상무부 허거를 받지 않고 제품을 중국으로 보낼 수 없도록 한 것"이라며 "HBM 주요 제조업체는 한국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미국에 본사를 둔 마이크론 등 세 곳"이라고 설명했다.미국 정부는 이번 조치를 발표하면서 미국과 동등한 수준의 수출통제 제도를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국가에 한해 상무부 허가를 면제하는 예외조항도 덧붙였다. 허가 면제된 국가로는 일본과 네덜란드를 포함한 33개 국가가 발표됐는데 한국은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다만 그동안 우리 정부가 미국의 대중국 수출통제 기조를 살피며 제도를 정비한 만큼 향후 기준을 충족한다면 허가 면제를 받을 가능성은 있다.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최첨단 HBM 기술력이 부족한 일본 등 일부 국가들은 선제적으로 대중국 규제에 참여한 반면, 우리는 상황이 달랐다"면서 "그동안 우리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집중한 만큼 변화된 규정에 부합시킬 여력은 충분할 것"이라고 했다.미국의 중국 고립 전략이 자립으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화웨이는 최근 엔비디아의 대항마로 AI 칩 어센드 910c를 개발하고 중국 기업들에 공급할 계획이다. 구글에 종속된 운영체제 안드로이드 탈출을 위한 중국 운영체제(OS)를 적용한 최신 스마트폰도 공개했다.화웨이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중국 상하이 화웨이 R&D 센터를 방문한 우리 외교부 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 제재 이전 우리는 매년 한국에서 10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를 구매한 전력이 있지만 지금은 협력이 굉장히 낮은 수준"이라며 "제재를 받지 않는다면 한국의 선진 제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