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후 5년단위 성장률 1%P 낮아져한은, 내년 1.9% 전망… 저성장 고착화 형국한은 2회 연속 금리인하에도 경기 부양 한계 경기 하강 막기 위해 "폴리시믹스 절실" 목소리침체 시점에 적극적 재정 필요성에 추경 검토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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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대로 고착화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장기불황의 경고음이 울리는 있다. 한국은행이 10~11월 두 차례 연속 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장기 침체를 막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오면서 정부의 재정 역할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그간 지켜오던 건전재정 기조에서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선회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2000년 이후 5년 단위로 약 1%(P)포인트씩 하락해왔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충격에서 벗어난 2001~2005년 연평균 성장률은 5.02%였지만, 2010년대 이후 둔화세가 이어졌다. 2010년에는 7% 성장했으나 2011~2015년에는 3.12%, 2016~2020년에는 2.28%로 낮아졌다.
한은 등 국내외 기관들은 내년과 내후년에는 1%대 후반에 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는 한은이 추산한 잠재성장률(2%)보다 낮은 수준으로 우리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경제 성장률이 2%를 밑돈 건 2009년을 포함해 단 4번뿐이다. 1956년(0.7%) 심각한 흉작, 1980년(-1.7%) 석유파동, 1998년(-5.5%) IMF 사태, 2009년(0.8%) 글로벌 금융위기 때였다.
저성장 전망에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이 반영됐다. 경제 성장의 동력인 수출이 보호무역주의의 충격을 받고 소비 위축과 건설 침체가 겹쳐 내수 부진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산업 활동을 구성하는 생산, 소비, 투자 모두 일제히 감소했다. 이는 지난 5월 이후 5개월 만의 일이다. 우리 경제를 이끌고 있는 수출도 지난달 14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지만 1년 전보다 1.4% 증가하는 데 그쳤다.한은이 최근 두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한 것은 가계부채 증가와 집값 불안 우려에도 불구하고 경기 침체 우려가 심각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은은 지난달 28일 기준금리를 연 3.00%로 0.25%P 더 낮췄다. 이는 지난 10월 3년 2개월 만에 금리 인하로 경로를 바꾼 데 이어 연속으로 금리를 인하한 것으로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10월~2009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1%대로 기록하면서 한은이 금리 인하를 택할 수 있었던 이유로 꼽힌다.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4.69(2020년=100)로 전년 동월보다 1.3% 올랐고, 9월(1.6%)보다 상승폭이 더 낮아졌다.문제는 한은의 금리 인하가 기대만큼의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한은이 금리를 인하한 다음 날인 29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4원 하락한 1395.6원을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하가 내수 부양 기대감을 일으켜 주가 지수를 올리는 경향이 있지만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1.95% 하락한 2455선에서 마감했다.국채 금리만 금리 인하에 따라 떨어졌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28일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10.3bp 하락한 연 2.638%를 기록했다. 금리 인하 결정이 시장 반등을 이끌어내지 못한 이유는 경기 부진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
전문가들은 경기 하강을 막기 위해 기업 구조조정과 경제 개혁을 동시에 진행해야하는 만큼 재정과 통화의 폴리시믹스(policy-mix, 정책 조합)가 절실하다고 제언한다. 금리인하와 함께 저성장 국면을 타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면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추경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대규모 재해나 경기 침체 등 대내외 여건의 중대한 변화가 있을 경우 편성이 가능하다.
윤 정부는 예산 지출에 인색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확장 재정으로 국가 채무가 급증한 것이 우리 경제의 최대 위험 요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 정부의 2018~2022년도 예산안의 연평균 지출 증가율은 8.7%로, 이명박 정부의 6.6%와 박근혜 정부의 4.3%보다 높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18년 35.9%에서 2022년 49.4%로 급증했다. IMF에 따르면 2023년 한국의 일반정부 부채 비율은 GDP 대비 54.3%로 한국 외 비기축통화국 10개국 평균(52.2%)보다 다소 높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그동안 누적된 금리 부담에 내수는 내년에도 당분간 살아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내수 부양을 위해서는 통화정책과 함께 추경을 편성하는 등의 정책 조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수 관련해서는 수단이 마땅치 않고 재정 밖에는 없다"면서 "금리로 내수를 활성화하는 것도 가계부채가 늘고 환율이 올라서 물가가 자극되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 봤다. 이어 "재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내수 활성화를 위해 남은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정부는 조만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 대책을 발표하고 내년 초까지 양극화 타개를 위한 종합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윤 대통령은 임기 후반의 핵심 국정과제로 양극화 타개를 내세운 바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는 것은 재정을 쓰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내수와 민생을 위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에 경제나 민생 활력을 위해 앞으로 재정은 더 확실하게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