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별로 美-中 등 주요 해외 사업재편 및 투자 포트폴리오 재구성"거시 환경 위기 요인 추가 증가 가능성 염두에 둬야"배터리-반도체 등 美 투자 확대… 신흥시장 동남아 주목
  • ▲ 최태원 SK그룹 회장ⓒSK
    ▲ 최태원 SK그룹 회장ⓒSK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계열사 CEO(최고경영자)들에게 해외사업 재편 등 위기 대응을 위한 다양한 시나리오 검토를 주문했다.

    미중 패권경쟁 심화로 투자환경이 크게 악화된 것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기대와 달리 중국 사업 성과가 미흡한데다 미·중 갈등이 극에 달하는 등 SK를 둘러싼 환경이 악화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끄는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반도체 분쟁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위기에 직면한 상황이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그룹 계열사들은 최태원 회장의 주문에 따라 중국, 미국 등 주요 해외 사업재편 및 투자 포트폴리오 재구성 등 다양한 방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지난해 부터 SK그룹이 처한 위기 상황을 언급하면 만반의 준비를 강조해 왔다. 

    최 회장은 지난해 CEO 세미나에서 “앞으로 지정학적 긴장 등 거시 환경의 위기 요인이 추가적으로 증가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면서 각 사별로 전략을 수립하도록 주문했다.    

    지난달 중순 열린 확대경영회의에서도 최 회장은 "기업을 둘러싼 국내외 경영환경은 어느 날 갑자기 변하는 것이 아니라 크고 작은 사인포스트(Signpost∙징후)가 나타나면서 서서히 변한다"면서 “이 같은 징후들이 나타날 때마다 즉각적이고도 체계적 대응에 나설 수 있도록 SK 구성원들이 충분히 훈련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추진해온 파이낸셜 스토리*에 향후 발생 가능한 여러 시나리오에 맞춰 조직과 자산, 설비투자, 운영비용 등을 신속하고도 탄력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경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향후 SK그룹의 해외 투자 전략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SK그룹은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을 통해 중국 사업 확장에 나선바 있다. 최 회장이 지난 2006년 제안한 것으로 중국과 생산적 협력을 통해 함께 성장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에 발맞춰 계열사들은 중국 내 지주회사인 SK차이나를 필두로 투자를 확대하며 활발히 사업을 벌였다. 

    그중에서도 SK지오센트릭과 중국석유화공총공사(SINOPEC·시노펙)가 합작한 '중한석화'는 한·중 수교 30년 역사를 통틀어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중한석화는 SK지오센트릭이 지분 35%, 시노펙이 65%를 각각 투자해 2013년 설립했다.

    이와 함께 SK하이닉스는 현지 반도체 생산 확대에 이어 신사업 발굴 위한 벤처투자, 사회공헌 활동에도 과감히 투자하며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의 중심축 역할을 했다. 

    그러나 '차이나 인사이더'라는 용어는 사라진지 오래다. SK그룹 내 회의를 비롯해 최 회장 메시지에서도 ‘차이나 인사이더’라는 말을 찾기 힘들다. 중국 현지 사업도 축소되는 분위기로 바뀐 상황이다. 지난 2021년 SK차이나는 베이징 SK타워를 매각한 데 이어 중국 렌터카 사업에서도 철수한 바 있다. 베이징 SK타워는 2009년부터 SK그룹 중국 본부 역할을 맡아 왔다. 사실상 SK가 신규 투자를 최대한 자제하면서 발을 빼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는 이유다.  

    이에 최근에는 최 회장의 시선이 미국과 동남아로 향하고 있는 상황이다. SK그룹은 현재 핵심 성장동력인 배터리·바이오·반도체와 관련 미국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배터리 사업은 포드와 합작해 현지 공장 확장에 나서고 있으며 반도체 사업에서는 연구개발 협력과 메모리반도체 첨단 패키징 제조시설 확보 등 반도체 생태계 강화에 무려 150억 달러를 투입할 계획을 세워놨다.

    베트남에 대한 투자도 늘릴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은 최 회장이 공들여 사업을 추진하는 주요 거점 중 한 곳이다. 

    이와 관련 SK㈜ 등은 지난 2018년 총 5억달러를 출자해 SK동남아투자법인을 설립했고 올해 베트남 최대 식음료·유통기업 마산그룹의 유통전문 자회사 빈커머스 지분 16.3%를 매입했다. 또 마산그룹의 유통 지주사 크라운엑스에도 투자했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 악화된 경영 환경에 대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라는 것"이라며 "특정 국만 한 것은 아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