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철거·재시공에 4년이상 소요손실규모 3000억~5400억원 추산 "컨소시엄형태로 배분여지 있어"외벽탈락·물넘침 부실시공 잇달아자이 브랜드 3위→17위 '곤두박질'
  • ▲ 홍건호 건설사고조사위원장(호서대 교수)이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특별점검 및 위원회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30705 ⓒ연합뉴스
    ▲ 홍건호 건설사고조사위원장(호서대 교수)이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특별점검 및 위원회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30705 ⓒ연합뉴스
    지하주차장 붕괴사고가 발생한 인천 검단아파트 시공사인 GS건설은 17개동, 1666가구 규모 아파트 전체를 재시공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증권가에서는 GS건설이 5000억원 규모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6일 GS건설 관련 증권사 리포트를 종합해보면 전면철거 및 재시공에 4년이상 소요되며 손실 규모는 3000억~5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3000억~4500억원 수준 손실부담 비용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철거비용 1000억원, 재시공비 1130억원, 입주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770억~2300억원 등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손실액을 3403억원으로 추정했다. 이 가운데 지체상금은 약 665억원이다. 하이투자증권은 5400억원, KB증권은 5000억원으로 각각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손실 규모가 1조원에 달할 것이란 예상도 나왔지만 HDC현대산업개발 광주 '화정아이파크(847가구)' 재시공비가 3700억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조단위 비용은 과도한 추산이라는 게 증권가 중론이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고원인이 시공사만의 문제가 아닌 설계·감리 등 전부문에 걸친 문제고 시공사가 컨소시엄형태(GS건설 40%, 동부건설 30%, 대보건설 30%)이기 때문에 해당비용은 발주처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컨소 건설사들이 배분할 여지도 있다"고 분석했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 역시 "인천 검단프로젝트가 광주 화정프로젝트보다 가구수가 많고 공사비 인상폭이 가팔라 재시공 비용 상승률이 높을 수 있으나 가구당 분양가가 낮은 점, 구조특성상 상대적으로 철거와 재시공 난도가 낮다는 점 역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GS건설이 5000억원에 달하는 비용부담을 안으면서까지 사고아파트 전면재시공을 결정한 배경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앞서 GS건설은 전날 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 조사결과 발표시점(정오)에 맞춰 사과문을 언론사에 배포했다. 여기에는 재시공과 관련해 "만일 안전에 문제가 된다면 그것이 어디까지가 됐건 최대한 재시공범위를 충분히 넓혀서 안전과 관련된 모든 문제점을 원천적으로 제거토록 하겠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약 2시간뒤 GS건설은 여기에 "전면 재시공하겠다"는 입장이 담긴 사과문을 재배포했다. 임병용 GS건설 부회장(CEO)이 2시간새 최종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GS건설 관계자는 "지난달말부터 경영진에서 전면 재시공에 대한 고민을 이어왔다"며 "과거 삼성전자가 애니콜 휴대전화 불량품 15만여대를 전량폐기한 사례처럼 뼈를 깎는 고통을 통해 새로운 회사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데 경영진 의견이 모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직원사기가 급격히 떨어지고 브랜드가치가 크게 추락한 것도 전면 재시공을 결정하게 된 요인으로 꼽힌다.

    GS건설은 이번 사고외에도 올들어 부실시공이 의심되는 사고가 잇달아 발생했다. 서울 중구 만리동에 시공한 '서울역 센트럴 자이' 단지하부 필로티외벽이 떨어지는 사고가 3월 있었고 지난달에는 강남구 개포동 '개포 자이 프레지던스'에서는 지하주차장 물넘침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게다가 한국기업평판연구소 5월 아파트브랜드조사에서 GS건설 아파트브랜드 '자이' 선호도는 올초 3위에서 17위로 떨어졌다. 브랜드가치 추락은 매출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성훈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이번 결정이 회사 사업이나 재무에 미치는 영향은 철거 및 재시공으로 인한 추가 공사원가 발생과 수분양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행정처분에 따른 사업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파악된다"며 "장기적으로는 회사 주택브랜드 '자이'에 대한 평판하락으로 인해 수주경쟁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다만 전면 재시공 결정으로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한투자증권은 "8월로 예정된 처분결과 발표전까지 불확실성은 지속하겠지만 전면 재시공 결정으로 브랜드가치 훼손을 일정부분 방어했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대형건설 A사 임원도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준 것은 긍정적이며 브랜드가치 회복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전면 재시공으로 인한 회사손실에 대해 주주들에게도 책임 있는 설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고와 관련 GS건설과 LH 등 관련자들에 대한 강도 높은 문책이 뒤따를 전망이다.

    국토부는 8월 건설사고조사위 최종보고서를 검토한후 GS건설과 LH 등 관련 기관에 대한 징계수위, 재발방지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에 맞춰 수사의뢰 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앞서 조사위는 사고발생 원인으로 설계와 감리, 시공 등 모든 과정에서 부실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설계단계부터 15개 기둥에 철근을 적용하지 않은 중대오류가 있었고 감리에서도 이를 찾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설계·감리부터 원천적인 오류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난 만큼 LH가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아파트 입주예정자협의회는 이날 낸 입장문을 통해 "LH는 시행, 계약, 감독의 주체 기관으로서 전반적인 관리 감독 소홀의 책임이 있다"면서 국토부에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