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억원대 걸림돌 철거권 두고 지역민-GH 갈등"수의계약 허용하면 다른 신도시에도 파장 우려"
  • ▲ 하남교산지구. 211206 ⓒ연합뉴스
    ▲ 하남교산지구. 211206 ⓒ연합뉴스
    3기 신도시 하남교산지구 지역민들이 철거공사 사업권을 경기주택도시공사(GH)에 요구하고 나서면서 철거 작업이 6개월째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해당 지구뿐만 아니라 다른 공공택지에서도 이 같은 주민들 요구가 이어질 경우 3기 신도시 전체 입주가 줄줄이 미뤄질 수 있다는 점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GH는 1월 하남교산 지장물 해체공사 입찰공고를 냈지만 돌연 한 달 뒤 공고를 취소했다. 이유는 하남교산 주민생태조합이 GH에 철거권을 수의계약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이런 요구를 할 수 있게 된 건 지난해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령 중 주민지원대책과 관련한 조항이 신설됐기 때문이다.

    이 조항은 공공주택사업자가 분묘 이장, 수목 벌채, 지장물 철거 등 주민 생활을 위해 시장이나 군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고시하는 사업을 지역민 단체에 위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하남교산 지역민들이 생계를 위해 철거권을 수의계약해 달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하남교산지구 철거공사 규모는 1-1공구의 경우 약 120억원, 1-2공구 약 90억원으로 총사업비는 2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민들은 경기 수원시 GH 본사 앞에서 집회를 벌이는 한편, 이달 들어 김세용 GH 사장이 거주하는 아파트 단지까지 찾아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마치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일부 주민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 설계 변경을 요구하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였던 것과 유사한 행태다.

    GH는 철거공사의 경우 안전사고 위험이 큰 만큼 전문업체에 위탁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주민 단체는 관련한 경험과 실적이 부족해 철거공사의 운영 및 관리 측면에서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실제 2021년 발생한 광주 학동 철거 건물 붕괴사고의 경우 불법 철거와 무리한 해체 방식이 원인이 된 바 있다.

    GH 관계자는 "지역민들 생계를 위해 하남교산 사업지구 내 건축 예정인 공공건축물 관리용역을 주민생태조합에 위탁하는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며 "철거공사를 지역민에게 위탁할 경우 중대재해 발생 가능성이 높고, 사고 책임은 발주자인 GH도 함께 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하남교산지구의 철거사업 갈등은 다른 공공택지에서도 유사하게 발생할 수 있어 주목도가 높다.

    만약 이번에 지역민들의 주문대로 철거 사업권이 수의계약된다면 다른 지역 주민들도 같은 요구를 발주처에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철거업체를 선정해야 하는 GH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이 같은 갈등이 장기화하며 공사가 줄줄이 미뤄져 입주까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관계자는 "입찰공고가 취소된 뒤 6개월째 철거공사가 지연되고 있다"며 "본 단지 조성공사, 문화재 조사 착수 등에도 영향을 줘 전체 3기 신도시 조성 사업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3기 신도시에 대한 무주택 서민들의 관심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달 3기 신도시인 경기 남양주왕숙 A19 사전청약을 진행한 결과 당첨선이 1254만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청약통장 월 최대 납입액이 1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최소 10년 이상 불입해야 당첨권에 드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공공분양 뉴:홈이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것을 고려해 올해 사전청약 물량을 늘리기로 했다. 6월 동작구 수방사, 남양주 왕숙에 이어 올해 9월과 12월에도 하남교산, 인천계양, 고양 창릉 등의 사전 청약을 실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