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착공 9.3만호 그쳐…전년대비 절반 '뚝'고금리에 자금조달 빨간불…시멘트값 추가인상중대재해법 부담에 안전비용 급증…사업수익↓착공감소→공급부족→집값불안정 악순환 우려
  • ▲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뉴데일리DB
    ▲ 서울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뉴데일리DB
    고금리와 원자잿값 상승, 안전비용 증가 등 '3중고'가 겹치면서 건설사 아파트 착공건수가 1년새 반토막났다. 이같은 감소세를 두고 시장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는 평가다. 이에 따라 자칫 2~3년뒤 주택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불안정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31일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아파트 착공건수는 9만2940호로 전년동기 18만8449호 대비 50.9% 감소했다. 특히 서울 착공건수는 1만2283호로 1년새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5년전보다 64.1%, 10년전보다는 62.4% 각각 줄어든 수치다.

    원인중 하나로는 금리가 꼽힌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0%까지 급격히 인상하면서 시공비용 자금조달 부담이 급증했다. 올 들어 금리가 4차례 연속 동결되긴 했지만 이미 높아질 대로 높아진 이자비용 탓에 건설사 입장에선 섣불리 첫삽을 뜨지 못하는 상황이다. 

    실제 금리는 착공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발표한 '금리인상의 주택건설에 대한 영향과 향후 전망' 보고서를 보면 기준금리가 1%p 상승할때 주택착공률은 약 7%p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금리가 1%p 상승한 시점에 착공률은 5.1%p 줄었고 1년뒤엔 7.4%p 떨어져 점차 영향력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금리인상이 이어진 지난해 국내 주택착공면적은 직전년대비 25.9% 감소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최근 기준금리를 0.25%p 추가인상하면서 하반기 착공이 더욱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과 미국간 금리차이가 최대 2.00%p까지 벌어져 연내 한은의 추가금리 인상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며 "지금보다 금융비용이 더욱 증가하면 수익을 자신했던 사업장조차도 '마이너스'가 될 수 있어 첫삽을 뜨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지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급격한 금리인상에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채권시장 신용경색 문제까지 겹치면서 건설사들 외부자금조달 여건이 열악해졌다"며 "현재 추가적인 금리인상으로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이 있어 외부자금 조달시장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멘트 등 원자잿값 상승도 착공절벽을 유발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일시멘트와 계열사인 한일현대시멘트는 9월1일부터 시멘트가격을 t당 10만5000원에서 11만8400원으로 12.8%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업계 1위인 쌍용C&E와 성신양회도 이달부터 시멘트가격을 각각 14.1%와 14.3%씩 인상키로 했다.

    시멘트값 추가인상이 현실화하면 공사비 인상을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간 갈등도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부산진구 시민공원주변 재정비촉진지구 촉진 2-1구역 주택재건축정비조합은 시공사인 GS건설과 공사비증액을 두고 대립하다 결국 계약을 해지한 바 있다.

    경기 성남시 '산성구역' 주택재개발정비조합도 최근 대우건설·GS건설·SK에코플랜트 컨소시엄과 계약을 해지하고 새 시공사를 찾고 있다.

    DL이앤씨는 건설경기 상황과 공사비 등을 고려해 과천주공10단지 재건축사업에서 아예 선제적으로 발을 뺐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는 "지금도 공사비인상 이슈로 조합과 시공사간 갈등을 빚는 사업장이 적잖은데 시멘트값이 추가로 오르면 공사가 중단되거나 시공사 계약을 해지하는 곳이 더욱 늘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공사비인상 탓에 분양가가 오르면 겨우 안정권에 접어든 미분양 문제가 다시 악화될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급격히 늘어난 안전비용도 주택착공을 막고 있다.

    현재 건설업계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스마트 안전장비 도입과 안전관리 인력충원에 나서고 있다. 이는 고스란히 비용증가와 그에 따른 영업실적 저하로 이어져 신규수주·착공에 대한 부담으로 번질 수 있다.

    예컨대 당장 서울시가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건설현장 전과정 동영상 기록·관리'만 하더라도 적잖은 '총알'이 요구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전언이다.

    대형건설 C사 관계자는 "전공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기록으로 남기려면 추가장비와 인력을 투입해야 하므로 비용증가가 필연적"이라며 "문제는 해당제도가 서울시뿐만 아니라 전국 수백개현장으로 확대되면 비용부담이 억단위로 뛸 수 있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최근 몇년새 사업수주와 착공이 줄면서 현장인력도 눈에 띄게 감축됐는데 다시 안전전문가를 채용하려니 비용도 시간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건설업계는 10년째 동결중인 산업안전보건관리비(산안비) 계상요율을 17% 상향해달라며 정부에 건의한 상태이지만 시행 가능성은 미지수다. 산안비는 산업재해예방을 위해 법에서 정한 요율에 따라 건설공사 발주자가 의무적으로 사업비에 계상해야 하는 비용이다.

    2013년이후 산안비가 10년째 고정돼 안전관리비용이 시공사에 전가되고 있다는 게 건설업계 주장이다.

    시장에선 주택착공 감소가 추후 공급부족과 집값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주택인허가와 착공실적이 줄면 2~3년뒤 입주물량도 감소해 매매 및 임대차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황세진 KDI 경제전망실 전문위원은 "최근 집값하락으로 착공이 상당기간 위축돼 공급까지 부족해질 수 있다"며 "주택공급이 수요변화에 탄력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제반여건을 정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