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용등급 강등에 다우 1%↓·나스닥 2.2%↓ 등 뉴욕증시 약세 마감충격 제한적… 피치 밝힌 '재정악화·국가채무 증가' 등 유념해야 지적도韓 나랏빚 증가속도 빨라, '재정중독' 文정부 5년간 400조원 넘게 급증올해 '세수펑크' 40兆·재정적자 52.2兆… 이재명 "추경 춤이라도 출 것"
  • ▲ 나랏빚.ⓒ연합뉴스
    ▲ 나랏빚.ⓒ연합뉴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전격 강등한 가운데 우리나라도 신용등급에 경고음과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정중독' 비판을 샀던 문재인 정부 5년을 거치며 나랏빚은 400조 원 넘게 불어났다. 국제기구가 나랏빚 증가 속도를 우려하고 있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또다시 추경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시는 미국 국가신용등급 전격 강등 여파로 하락 마감했다. 이날은 피치가 미 신용등급을 내린 뒤 첫 거래일로, 국제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을 가늠할 수 있어 이목이 쏠렸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348.16포인트(p·0.98%) 하락한 3만5282.52로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63.34p(1.38%) 내린 4513.39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지수도 전장보다 310.47p(2.17%) 떨어진 1만3973.45로 마감했다. 12년 만에 이뤄진 미국 국가신용등급 강등 소식에 투자심리가 악화한 영향이다.

    다만 경제전문가들은 현 경제 상황은 지난 2011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 신용등급을 AA+로 내렸던 때와는 달라 충격파는 제한적일 거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 ▲ 피치의 한국 국가신용등급.ⓒ연합뉴스
    ▲ 피치의 한국 국가신용등급.ⓒ연합뉴스
    그러나 피치의 이번 강등 조처가 일종의 경고라는 해석에는 많은 전문가가 동의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피치의 강등 조치는 상당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미·중 패권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지난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의 70%까지 따라오는 등 미국이 과거 같은 성장을 보이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면서 "글로벌 경제도 곳곳에서 어려움을 호소한다. 금리는 오르고 아르헨티나 등 세계 22개국에서 사실상 외환위기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우리나라도 이미 여러 번 경고가 누적된 상태라고 지적한다. 이번에 피치는 보고서에서 "앞으로 3년간 예상되는 미국의 재정 악화와 국가채무 부담 증가, 거버넌스의 악화 등을 반영한다"고 강등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의 부채한도 상향 문제를 두고 정치권이 마지막 순간까지 대치하는 일이 반복되는 것에 대해 지배구조가 악화했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2011년 S&P도 국가부채 상한 증액에 대한 정치권 협상 난항 등을 강등 배경으로 지목했었다.

    피치는 지난 2020년 2월 "한국의 부채비율이 올해 46%까지 오르면 국가신용등급이 내려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재정당국은 지난해 8월 내놓은 2022~2026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올해 나랏빚 규모를 1134조8000억 원, 국가채무비율은 49.8%로 각각 예상했었다. 코로나19 사태를 지나면서 피치의 경고음이 다소 작아지긴 했다.

    피치는 지난해 9월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유지하면서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을 2025년 GDP 대비 51.5%로 내려잡았다. 지난해 1월 가파른 나랏빚 증가세를 중기 신용등급의 하방요인으로 지적하며 국가채무비율을 58.6%로 제시했던 것에서 7.1%나 낮춰잡았다. 피치는 "재정건전화 계획 등을 고려할 때 한국의 재정 여력은 단기적으로 국가채무 증가를 감당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피치는 고령화에 따른 앞으로의 재정지출 확대 압력은 도전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피치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재정준칙 법제화는 여전히 국회에서 낮잠을 자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GDP 대비 3%로 제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지난해 9월 국회에 제출된 재정준칙안은 아직 기획재정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나랏빚은 코로나19 사태와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국가채무(중앙+지방정부 채무)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660조2000억 원(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36%)에서 지난해 1068조8000억 원(GDP 대비 49.7%)으로 급증했다. 문재인 정부에서의 급격한 나랏빚 증가로 윤석열 정부에서 부담해야 하는 이자지출 비용만 5년간 115조원을 웃돌 거로 추산된다.

    지난해 10월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재정점검보고서'에 따르면 선진국 그룹 중 오는 2027년까지 국가채무비율이 증가하는 국가는 우리나라 포함 12개국뿐이다. 선진국들은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비정상적으로 늘어났던 나랏빚을 앞다퉈 줄여나가고 있는 것이다.

    IMF 설명으로는 한국의 빚 증가 속도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부채비율 증가 속도가 2027년 한국(3.6%p)은 미국(12.8%p), 벨기에(11.2%p), 핀란드(8.4%p), 프랑스(6.7%p)에 이어 5위에 해당한다.
  • ▲ 이재명 민주당 대표.ⓒ연합뉴스
    ▲ 이재명 민주당 대표.ⓒ연합뉴스
    설상가상 거야(巨野) 더불어민주당은 추가로 나랏빚을 내더라도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편성하자며 정부를 노려보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6월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며 35조 원 규모 민생추경 편성을 주장했다. 이 대표는 "국채를 늘려서라도 재정이 경제 회복을 위한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최근에도 "추경 춤이라도 추겠다"며 국채 발행을 통한 추경 편성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추경 반대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6월13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야당이) 35조 원 추경을 처음 말했을 때는 지출 효율화를 위한 '감액 추경'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이해했다"며 "(하지만 감액추경이 아니었고) 지금 세수가 부족하다고 걱정하면서 35조 원을 더 쓰겠다고 하면 어떡하느냐"라고 따져 물었다. 지난달 12일에도 대한상의 제주포럼에 참석해 "연초부터 야당에서 계속 추경하자는데 그 짓은 못한다. 재정을 건전하게 해야 한다"며 "지금도 빚내서 사는데 더 빚을 내면 정말 안 된다. 빚 내는 추경은 안 하고 있는 돈을 가지고 여유 자금을 만들어서 대응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기재부가 발표한 '6월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세수입은 1년 전보다 39조7000억 원 덜 걷힌 것으로 나타났다.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서 국민연금 등 4대 사회보장성 기금을 뺀 것으로, 정부의 실제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5월 현재 52조5000억 원 적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