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다시 들썩… 러 드론보트 피격 등 영향글로벌 IB, 당분간 유가 상승세 점쳐한국, 10개월째 수출 감소세… 유가 악재 '발목' 우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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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배럴당 120달러를 넘어섰다가 한동안 진정됐던 국제유가가 최근 다시 꿈틀대고 있다. 우리나라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최근 유가 급등은 스태그플래이션(경기 불황 속에 물가는 오르는 현상) 공포를 키우고 있다.

    6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8월 첫 주(7월 30일∼8월 3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 가격은 전주보다 39.5원 오른 리터당 1638.8원을 보였다.

    경유 판매 가격은 전주보다 39.6원 상승한 1451.4원으로 집계됐다.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의 가격은 배럴당 8월 첫 주 기준 85.7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영국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도 지난달 같은 기간 대비 각각 8~9달러 이상씩 상승했다. 

    이에 따라 정유업계 정제마진은 실시간 12달러까지 상승하는 등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7월 넷째 주 기준으로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8.9달러를 찍었다. 지난 1월 넷째 주 13.5달러를 기록한 후 6개월 만에 8달러대 기록이다. 또 6월 마지막 주 기준 3.8달러를 기록한 이후 4.4달러→5.3달러→6.8달러→8.9달러로 4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값과 수송비, 운영비 등을 뺀 가격으로 유가가 오르면 석유제품 가격이 따라 상승하면서 정제마진은 커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유가가 떨어지면 석유제품 가격이 동반 하락하고 정제마진도 줄어든다. 

    유가 상승은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 조치로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이 추가 감산을 발표하면서 원유 가격이 오르고 있다.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식량가격은 물론 유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러시아 국방부는 현지시각으로 지난 3일 밤 우크라이나 드론 보트 두 척이 크라스노다르주 노보로시스크 해군기지 공격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원유 수출항구를 보유한 노보로시스크가 드론 공격을 받자 경기 둔화로 하락세이던 에너지 가격까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발동 걸린 유가가 당분간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브렌트유 가격이 올해 말까지 배럴당 86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USB는 최근 향후 몇 달 내 브렌트유가 85∼90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지난 4일 이미 85달러를 넘어선 상태다.

    소시에테제네랄은 브렌트유가 내년에 배럴당 10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으며, 스탠다드차타드는 98달러로 예상했다.

    각국 정책 당국과 산업계는 최근 유가 급등 조짐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유가 급등은 소비자 장바구니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기업 채산성 악화 등 산업계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10% 상승하면 기업의 생산원가는 평균 0.43% 오른다.

    특히 수출과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서 유가 상승은 피하고 싶은 악재로 여겨진다.

    통화긴축과 맞물려 고금리, 고물가가 길어질 경우 경기 불황 속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도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의 경우 경제가 침체를 겪지 않으면서 물가를 서서히 낮춰가는 '골디락스' 상태로 가고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한국은 다르다는 분석이다. 유가가 다시 상승할 경우 그간의 무역흑자 전환 노력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7월 무역수지는 16억26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전월에 이어 2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 무역적자는 248억4000만 달러(31조7530억원)가 누적됐다.

    수출은 10개월째 감소세다. 수출 하락에도 무역흑자를 기록한 배경은 수입 감소에 있다. 지난달 수입은 에너지 수입 감소 등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25.4% 감소했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줄어든 데 따른 '불황형 흑자'다.

    이 가운데 3분기 수출 회복 강도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주 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수출은 반도체 및 중국 시장에서의 불황이 장기화한 상황이며 글로벌 투자 위축, 미·중 분쟁 심화 등 하방 요인으로 반등 기대감이 약화하고 있다"며 "이에 무역수지 적자 장기화 우려가 확대되는 등 하반기에도 부진한 국면이 지속할 전망"이라고 말했다.